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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ㅣ 나태주의 인생 시집 1
나태주 지음, 김예원 엮음 / 니들북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짧은 문장으로 널리 알려진 시가 있어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시를 보면서 순수하고 무해한 마음을 느꼈고, 어렵고 난해하다고 여겼던 시에 관한 장벽이 스르르 허물어졌던 것 같아요.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가 읽어도 그 마음을 바로 알아챌 수 있는 투명하고 맑은 시라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고 생각해요. 곧이 곧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도 괜찮은, 그래서 마음을 위로해주고 따뜻하게 응원해주는 시인의 말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힘들 때마다 생각하는 엄마의 집밥처럼 우리에게는 이러한 시가 필요해요.
우연히 나태주 시인의 시집을 읽고 팬이 되었고, 고마움을 전하고자 시인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 계기가 되어 글로 소통하다가 시인과 함께 책을 써서 작가가 된 사람이 있어요. 올해로 등단 55주년을 맞은 나태주 시인은 니들북출판사에서 시선집 출간 제의를 받고서 어떤 시를 고르면 좋을까를 고민했대요. 이때 일급 독자이자 여러 차례 책을 같이 쓴 김예원 작가에게 시를 골라 달라 부탁했고, 특정 독자를 대상으로 한 3권짜리 시선집이 완성되었다고 하네요. 1권은 청소년을 위한 시집, 2권은 청춘을 위한 시집, 3권은 마흔을 위한 시집으로 정했다는데, 독자 입장에서 하나만 고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청소년에서 청장년으로 이어지는 인생에서 특정 시기만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는 '나태주의 인생 시집' 시리즈 첫 번째 책이자 청소년을 위한 시집이라고 하네요.
이 시집은 과거의 어린 나를 토닥여주고 싶은 사람, 여전히 순수한 마음을 지닌 어른들 그리고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아름다운 명화와 함께 하는 시선집이라서 더 특별하네요. 가만히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여기에 수록된 그림들은 주로 일상의 풍경들을 담고 있어서, 마음이 평온해지네요. 그림 덕분에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시를 읽을 수 있어요. "내가 마음을 열지 않으면 / 흰 구름도 흰 구름이 아니요 / 꽃도 꽃이 아니다 / 내가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 새소리도 새소리가 아니요 / 푸른 하늘도 푸른 하늘이 아니다 / 내가 인정하지 않는 한 /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 같은 / 강물도 결코 그림이 될 수 없으며 / 사랑하는 사람도 /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 없다." (21p) <내가 마음을 열지 않으면 _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 59>라는 시를 읽으면서 사춘기 아이와 나의 마음을 돌아보았네요. 누구 때문에, 아니 누구의 탓이 아니라 그저 우리가 마음을 열지 않았기 때문에 힘들었던 거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엮은이 김예원 작가는, "이 시집은 나태주 시인님의 시를 빌려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건네는 진심 어린 편지 모음집" (294p)이라고 표현했는데, 그만큼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는 내용이었네요. 아이들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아들 딸들에게 말해주고 있네요. 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