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 -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렇게 글을 씁니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래리 W. 필립스 엮음, 차영지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5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위대한 작가들의 '글쓰기'를 주제로 하여 책을 엮은 이가 있네요.
래리 W. 필립스는 전작에서 헤밍웨이의 작가적인 철학, 글쓰기에 관한 견해들이 담겨 있는 기록들을 모아 소개했는데, 이번 주인공은 스콧 피츠제럴드네요. 두 작가는 완전히 다른 철학을 지녔으나 다른 작가들의 조언을 열린 마음으로 수용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어요. 실제로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는 서로에게 영향을 줬던 관계였고, 그 사실을 숨기지 않았어요.
《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는 래리 W. 필립스가 엮은 피츠제럴드의 글쓰기에 관한 글 모음집이에요.
이 책은 스콧 피츠제럴드가 자신의 문학과 글쓰기에 대해 남긴 글들만을 모은 것이기 때문에 출처가 다양한데, 눈길을 끄는 건 다양한 사람들과 주고받은 편지 내용이네요. 다수의 독자들을 위해 쓰는 작품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편지 속에서 피츠제럴드의 진심을 엿볼 수 있네요. 미국의 전설적인 문학편집자 맥스웰 퍼킨스에게 쓴 편지를 보면, "계획대로라면 <위대한 개츠비>가 6월 중에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잘 아시지요. 시간이 열 배로 걸린다고 한들 제가 쓸 수 있는 최선이 나오지 않으면, 혹은 가끔 느끼는 것처럼 제 능력을 넘어선 무언가가 탄생하지 않으면, 이 작품은 세상에 내놓을 수가 없습니다." (22p)라고 창작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네요. 맥스웰 퍼킨스는 찰스 스크리브너스 선즈 출판사에서 활동하며 스콧 피츠제럴드, 어니스트 헤밍웨이, 토머스 울프 같은 미국 문학의 거장들을 발굴한 인물이라고 하네요. 우리는 이미 완성된 작품을 만나기 때문에 작가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소설을 쓰는가를 알 수가 없는데, 여기 소개된 서신들을 통해 작가의 내밀한 생각들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신선했네요. 피츠제럴드는 자신의 문학적 멘토이자 문학평론가인 H.I. 멘켄에게 보낸 편지에서, "<밤은 부드러워라>는 서서히 몰락으로 잠식되는 방식으로 철저하게 의도했습니다. 단순히 생기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명확한 계획 아래에서 구현된 것이지요. 그 기법은 헤밍웨이와 함께 고안한 겁니다. 아마도 조셉 콘래드가 쓴 <나르시서스호의 검둥이> 서문을 읽고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제가 일을 단순히 직업으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예술로 받아들일지를 결정한 뒤로는 제 삶의 가장 중요한 신조가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자연스러운 의무가 있지만, 저는 유명해지기보다는 제 이미지를 누군가의 영혼에 각인시키고 싶습니다. 그 이미지가 설령 5센트짜리 동전만큼 형편없이 작을지라도 말입니다. 이 목적을 이룰 수만 있다면, 시인 아르튀르 랭보처럼 영원히 무명으로 남아도 괜찮을 것 같네요. 단순히 감상적으로 떠드는 게 아닙니다. 예술의 강렬함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창작의 과정만큼이나 인생에서 중요한 일이 없다는 걸 알게 되거든요." (42-43p) 라고 밝혔듯이, 그에게 글쓰기가 삶 그 자체였다는 것이 놀라워요. 딸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글쓰기는 스스로를 깎는 과정이라고 종종 생각한다. 깎고 나면, 더 앙상하게 벌거벗겨진 아주 작은 무언가만 남게 되는 거지." (165p)라고 이야기했는데, 이 문장이 글쓰기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냈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만 제대로 된 글쓰기를 하는 이가 드문 이유예요. 그래서 위대한 작가들이 칭송받는 거예요. 오직 펜으로, 지금은 펜이 아니지만 여하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전해주니까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행동하게 만드는 힘, 우리는 그것을 위대한 문학이라고 부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