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트릴로지 - 디지털 자산 과연 투기인가, 새로운 질서인가
박상민 지음 / nobook(노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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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디지털 자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금융 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은데, 최근 뉴스를 보니 한국은행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디지털화폐의 실거래 테스트를 실시했더라고요. 이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실용화를 위한 준비 작업이라고 하네요. CBDC는 범용과 기관용으로 나뉘며, 범용 CBDC는 예금과 같은 민간화폐처럼 일상적인 지급결제 수단으로 쓰이는 돈이고, 기관용 CBDC는 한은의 당좌예금계좌에 있는 지급준비금 역할을 하는 돈이에요. 범용 CBDC가 활성화되면 은행의 예금이 감소하고 은행의 신용공급(대출) 여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기관용 CBDC는 지급준비금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민간 은행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아 기존의 이중통화체제가 유지될 수 있다는 거예요.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CBDC의 연구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스테이블코인의 부상이 큰 영향을 미쳤는데, 이것은 디지털화폐 시대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네요. 국내에서는 한국은행과 시중은행이,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과 미국의 주도권 경쟁이, 그리고 스테이블코인과 CBDC가 경쟁하고 있어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현행법상 국내에서 발행이 불가능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직접 결제할 수 있는 환경이 이미 만들어진 상황이라, 일각에서는 향후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스템이 보급됐을 때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없다면 그 자리를 달러화 스테이블코인이 대체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네요. 최근 10년 사이 현금 사용이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블록체인 기술 등장으로 디지털화폐 시대가 도래했네요.

《슈퍼 트릴로지》는 디지털 전환 전문가 박상민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디지털 자산 시장을 뒤흔드는 요소에 대해 AI 네트워크, 메인넷, 거버넌스라는 세 축을 하나로 묶어 "슈퍼 트릴로지(Super Trilogy)"라 명명하면서, 이 세 요소가 결합할 때 훨씬 더 거대한 권력 구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이 책에서는 디지털 자산 시장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STO(증권형 토크)와 RWA(실물자산 토큰화)의 확산이 가져올 변화와 AI 기반 거버넌스 도입에 대한 다각적인 시나리오와 전략을 제공하고 있어요. 슈퍼 트릴로지가 가져오게 될 권력 구조의 대전환은 어떤 관리 철학과 기술 표준을 채택하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미래를 맞이하게 될 거라고 전망하고 있어요. 거대한 변화의 흐름 앞에서 얼마나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가, 그 길을 찾는 것이 성공 전략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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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 퓨처(CHIP FUTURE) - 반도체의 미래가 모든 것의 미래다!
임준서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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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반도체 산업이 지닌 위상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 국가의 미래가 걸린 핵심과제가 되었네요.

기술 패권이 곧 반도체 패권이기에 이 시대를 헤쳐나갈 전략이 중요해졌네요. 오늘날의 반도체 산업과 기술 패권 경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렌즈가 필요한데, 이 책에서는 기술 혁신, 비즈니스 생태계, 지정학이라는 세 가지 렌즈를 제공함으로써 자유로운 사고와 구조적 논의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한국의 미래를 읽는 반도체 산업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안내서라고 볼 수 있어요.

《칩 퓨처》는 반도체 패권 시대의 현재와 미래를 다룬 책이에요. 저자는 현재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도전과 기회가 공존하는 중요한 전환점에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AI 확장으로 인한 기술적 병목과 지리적 병목 등 다양한 형태의 병목 현상에 직면하고 있어서 위기이자 기회라고 보고 있어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 반도체의 성장성 전망으로 세계 주요국들은 선도기업이 되려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는 가운데 우리는 어떠한 전략을 세워야 할까요.

한국 반도체 산업이 현상 유지를 넘어 글로벌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이룰 핵심 전략이 필요한데, 대기업의 확장성을 활용하여 중소 반도체 스타트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개방형 협업, 실리콘밸리식 인센티브 제도와 스타트업 지원을 통한 국내 인재 육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의 강점 분야 산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차세대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는 전략이에요. 이것은 기존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성공 패러다임을 넘어 개방형 혁신을 통한 새로운 성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청사진인 거예요. 그래서 저자는 미래의 엔지니어들이 단순한 기술 지식을 넘어, 더 넓은 시야와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네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은 혁신 역량을 강화하는 길이네요. 반도체 산업뿐 아니라 모든 미래 산업은 가보지 않은 길을 탐색하는 과정이기에 도전과 혁신을 피할 수는 없네요. 혁신의 원동력을 발판 삼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과 기업의 혁신 노력이 합쳐진다면 우리의 미래는 달라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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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을 디자인하라 (표지 3종 중 1종 랜덤) - 없는 것인가, 못 본 것인가? (50만 부 개정증보판: ABC Edition)
박용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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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사랑에 빠지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고들 하잖아요.

누구든, 아님 무엇이든 사랑하게 되면 보고 싶고, 볼수록 모르던 것들을 알게 되고,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관점이란 마음의 창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의 창은 크면 클수록, 투명하면 투명할수록 더 많은 것을 보기 마련이죠. 다행인 건 관점이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거예요.

《관점을 디자인하라》는 대한민국 1호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님의 책이에요.

이 책은 처음 출간된 이후 누적 50만 부 베스트셀러이고, 출간 10주년 기념 전면 개정증보판 ABC Edition으로 3가지 버전의 표지 구성인 특별판이라고 하네요. 저자는 새로운 서문에서 "관점에 새로움을 더하라. 끊임없이, 무한으로." (4p)라고 핵심을 말해주네요. 관점을 바꾸려는 의지가 없다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요. 10년 동안 저자는 생각의 중심에서 써내려갔던 관점에서 생각의 밖에서 보았던 생각들을 더해 개정증보판을 펴냈다고 하네요. 본질을 꿰뚫어보는 관점으로 좋은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으면 관점에 새로움을 더해 좋은 관점이 나온다는 거예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좋은 생각, 좋은 관점으로 변화를 이끌어가라는 것, 그러기 위해 새로 디자인되어야 할 관점이 무엇인지를 이 책에서 자세히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네요. 앞서 관점을 마음의 창이라고 정의했지만 관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추상적인 마음보다는 구체적인 생각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요. 남들과 다른, 탁월한 생각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아요. 당연함에 질문을 던져야 해요. 특정 사물을 바라볼 때는 그것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할 수 있어야 본질에 접근하는 힘이 생기고, 이런 관점으로 보면 많은 생각의 도전들이 생겨나는 거예요. 그래야 당연하다고 느끼는 보편성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정의를 가질 수 있어요. '나'라는 본질이 탄탄하게 중심을 잡은 상태에서 열린 사고를 통해 새로운 관점으로 진보 아닌 진화를 하라는 거예요. 진보는 무조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고, 진화는 입체적인 관점에서 자신을 변화시켜 발전하는 것이며, 진화하는 사람이 살아남는다고 조언하네요. 관점이 무엇이며,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나·상품·기업을 파는 마케팅으로 접근하여 관점의 전환이 비즈니스뿐 아니라 인생에도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매우 효과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어요. 역시나 관점을 디자인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답게 선명한 색감과 깔끔한 디자인, 세부적인 짜임새가 잘 만들어진 광고처럼 눈길을 사로잡아서 몰입되는 관점 수업을 받은 것 같아요. 새로운 관점, 숨어있던 제3의 눈을 발견하는 기회가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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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 - 그래픽노블
데이비드 마추켈리 외 그림, 황보석 외 옮김, 폴 오스터 원작, 폴 카라식 각색 / 미메시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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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굉장히 독특한 그래픽노블을 만났어요.

이제껏 봤던 그래픽노블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어요. 원작이 있는 그래픽노블의 경우, 그림은 글을 대변할 때가 많아요. 마치 번역처럼, 글로 표현된 내용들이 그림으로 전환되는 분위기인데, 이 책은 손오공의 분신술마냥 본체와 여러 개의 분신들이 제각각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 같아요.

2025년 폴 오스터의 1주기를 맞아 미국과 동시에 출간된 《뉴욕 3부작 The New York Trilogy》은 그래픽노블이에요. 아직 원작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그래픽노블로 처음 만나는 《뉴욕 3부작》은, 기묘한 세계에 빠져든 앨리스가 된 기분이었어요. 왜냐하면 뉴욕이라는 공간 자체가 실재하지만 실제 경험해보지 못했으니 제게는 가상의 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고, 이미 머릿속에 박혀 있는 뉴욕의 이미지들은 전부 외부에서 유입된 거라 그 진위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에요. 어쩌면 이번 그래픽노블도 폴 오스터가 글로써 묘사한 뉴욕과는 별개의 뉴욕이라는 점에서 같지만 다른, 그 자체로 모순된 세계를 보여주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정작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뉴욕이 아니라 뉴욕에 살고 있는 소설의 주인공인 퀸, 블루, 익명의 비평가인데, 그들이 쫓고 있는 사건과 인물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남은 건 노트 한 권이라는 것이 참으로 묘했어요.

《뉴욕 3부작》은 폴 오스터가 1980년대에 개별적으로 출간한 세 편의 단편 소설, <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 있는 방>을 하나로 묶어낸 작품인데, 그래픽노블로 탄생하게 된 공로는 폴 오스터와 1980년대 말에 친구가 된 만화가 아트 슈피겔만에게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아트 슈피겔만이 감독하고 데이비드 마추켈리가 그린 그래픽노블 <유리의 도시>가 1994년 처음 세상에 나왔네요. 폴 오스터가 <유리의 도시>를 집필하던 1981년과 1982년에 아트 슈피겔만은 뉴욕의 시각예술학교에서 폴 카라식을 가르치고 있었고, 폴 오스터와 아트 슈피겔만이 처음으로 만났던 1987년에 폴 카라식은 미술학원에서 열한 살짜리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폴 오스터의 아들 대니얼인 것을 알고, 그의 책을 몇 권 읽다가 장난삼아 <유리의 도시> 가운데 몇 페이지를 스케치했다는 거예요. 동시간대에 뉴욕에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 중 그들이 만나게 된 것은 우연일 뿐이지만 그래픽노블 《뉴욕 3부작》을 보고 나면 다른 생각이 들 거예요. 폴 오스터의 소설은 고전 탐정소설에 포스트모더니즘과 실존주의적 요소를 가미한 작품이라는 전문가의 소견 말고, 제 개인적인 생각은 누군가를 쫓다가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정체성 혼란에 빠진 주인공이 되어보는 이야기였네요. <유리의 도시>에서 대니얼 퀸은 전화 한 통 때문에 폴 오스터가 되었다가 피터 스틸먼을 돕게 되면서 헨리 다크이자 피터의 아버지 스틸먼이 되기도 해요. 폴 오스터의 아들 이름이 실제로 대니얼이라는 것, 중년이 된 대니얼은 마약중독자이며 생후10개월된 자신의 딸 루비를 약물중독에 빠뜨려 사망에 이르렀고, 얼마 뒤 뉴욕 지하철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된 대니얼도 브루클린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을 때 폴 오스터의 심정은 어떠했을지... <잠겨 있는 방>에서 주인공은 비가 내린 밤 거리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기다리지만 정차하는 차는 없고, 들고 있던 우산을 놓쳐 웅덩이에 빠뜨리지만 주울 생각이 없어요. 보스턴 남부역에 도착하자 뉴욕행 기차는 15분 전에 떠났고, 벤치에 앉은 그는 빨간 노트를 펼쳐 읽다가 갈갈이 찢어 쓰레기통에 버리고, 기차가 역을 빠져나가는 장면으로 끝맺고 있어요. 유리의 도시 속 유령들과 잠겨 있는 방에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 모두가 똑같이 《뉴욕 3부작》을 보겠지만 각자가 보는 이야기는 다를 거예요. 마지막에 남는 감정과 생각들은, 결국 나의 이야기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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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 -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렇게 글을 씁니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래리 W. 필립스 엮음, 차영지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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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위대한 작가들의 '글쓰기'를 주제로 하여 책을 엮은 이가 있네요.

래리 W. 필립스는 전작에서 헤밍웨이의 작가적인 철학, 글쓰기에 관한 견해들이 담겨 있는 기록들을 모아 소개했는데, 이번 주인공은 스콧 피츠제럴드네요. 두 작가는 완전히 다른 철학을 지녔으나 다른 작가들의 조언을 열린 마음으로 수용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어요. 실제로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는 서로에게 영향을 줬던 관계였고, 그 사실을 숨기지 않았어요.

《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는 래리 W. 필립스가 엮은 피츠제럴드의 글쓰기에 관한 글 모음집이에요.

이 책은 스콧 피츠제럴드가 자신의 문학과 글쓰기에 대해 남긴 글들만을 모은 것이기 때문에 출처가 다양한데, 눈길을 끄는 건 다양한 사람들과 주고받은 편지 내용이네요. 다수의 독자들을 위해 쓰는 작품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편지 속에서 피츠제럴드의 진심을 엿볼 수 있네요. 미국의 전설적인 문학편집자 맥스웰 퍼킨스에게 쓴 편지를 보면, "계획대로라면 <위대한 개츠비>가 6월 중에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잘 아시지요. 시간이 열 배로 걸린다고 한들 제가 쓸 수 있는 최선이 나오지 않으면, 혹은 가끔 느끼는 것처럼 제 능력을 넘어선 무언가가 탄생하지 않으면, 이 작품은 세상에 내놓을 수가 없습니다." (22p)라고 창작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네요. 맥스웰 퍼킨스는 찰스 스크리브너스 선즈 출판사에서 활동하며 스콧 피츠제럴드, 어니스트 헤밍웨이, 토머스 울프 같은 미국 문학의 거장들을 발굴한 인물이라고 하네요. 우리는 이미 완성된 작품을 만나기 때문에 작가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소설을 쓰는가를 알 수가 없는데, 여기 소개된 서신들을 통해 작가의 내밀한 생각들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신선했네요. 피츠제럴드는 자신의 문학적 멘토이자 문학평론가인 H.I. 멘켄에게 보낸 편지에서, "<밤은 부드러워라>는 서서히 몰락으로 잠식되는 방식으로 철저하게 의도했습니다. 단순히 생기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명확한 계획 아래에서 구현된 것이지요. 그 기법은 헤밍웨이와 함께 고안한 겁니다. 아마도 조셉 콘래드가 쓴 <나르시서스호의 검둥이> 서문을 읽고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제가 일을 단순히 직업으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예술로 받아들일지를 결정한 뒤로는 제 삶의 가장 중요한 신조가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자연스러운 의무가 있지만, 저는 유명해지기보다는 제 이미지를 누군가의 영혼에 각인시키고 싶습니다. 그 이미지가 설령 5센트짜리 동전만큼 형편없이 작을지라도 말입니다. 이 목적을 이룰 수만 있다면, 시인 아르튀르 랭보처럼 영원히 무명으로 남아도 괜찮을 것 같네요. 단순히 감상적으로 떠드는 게 아닙니다. 예술의 강렬함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창작의 과정만큼이나 인생에서 중요한 일이 없다는 걸 알게 되거든요." (42-43p) 라고 밝혔듯이, 그에게 글쓰기가 삶 그 자체였다는 것이 놀라워요. 딸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글쓰기는 스스로를 깎는 과정이라고 종종 생각한다. 깎고 나면, 더 앙상하게 벌거벗겨진 아주 작은 무언가만 남게 되는 거지." (165p)라고 이야기했는데, 이 문장이 글쓰기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냈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만 제대로 된 글쓰기를 하는 이가 드문 이유예요. 그래서 위대한 작가들이 칭송받는 거예요. 오직 펜으로, 지금은 펜이 아니지만 여하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전해주니까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행동하게 만드는 힘, 우리는 그것을 위대한 문학이라고 부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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