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쇼 - 세상을 지켜온 작은 믿음의 소리
제이 엘리슨 지음, 댄 게디먼 엮음, 윤미연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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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는 들려준다. 세상의 온갖 이야기, 음악, 광고 등등

성질 급하고 제 할 말만 하는 사람도 라디오 앞에서는 듣는다. 누군가의 말을 귀기울여 듣는다는 건 마음을 여는 첫 단계다.

이 책은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의 라디오쇼 '내가 믿는 이것'을 청취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실 평범하다고 하기에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도 꽤 있다. 그러나 라디오쇼 입장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한 거니까 누구나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1950년대 라디오쇼에서 들려주었던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가 섞여 있는데 그다지 세대 차이를 느낄 수 없다. 그건 아마도 주제가 "믿음"에 관해서일 것이다. 우리가 믿는 것은 세월과는 상관 없으니까.




 문득 나의 상상력은 예전 영화 <동감>이 떠오른다. 김하늘과 유지태의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였다. 서로가 만날 수 없는 시공간에 존재하면서도 소통하고 사랑을 나눌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의 매개체는 고장난 무선기다. 서로 볼 수는 없지만 목소리를 통해 마음을 열게 된 것이다. 만약 요즘 나온 화상 전화기였다면 어땠을까?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5초 짜리 꽁트로 마무리됐을 지도 모른다.

우리는 늘 마음으로 느끼고 마음에 대하여 말하지만 마음을 볼 수는 없다.
누군가의 말처럼 보여지는 것이 가장 작은 것인지도 모른다. 


라디오쇼의 다양한 청취자들이 보내온 사연들은 정말 가지각색이다. <내가 믿는 이것>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주제가 보편적인 호응을 얻기에 어려울 수도 있다. 각자의 믿음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을 굳건하게 지켜주는 힘이 바로 '믿음'이라는 건 같을 것이다.

1950년대 라디오쇼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사람들은 아직도 자신의 믿음대로 살아가고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현재 내가 믿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따질 필요는 없다. 각자의 믿음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고 더불어 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텔레비젼이 등장하면서 라디오의 인기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그 위력을 자랑할 수 있는 것도 "들려주고 듣는다"는 라디오만의 매력때문일 것이다. 진실된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진실된 믿음은 세상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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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공책 - 부끄럽고 아름다운
서경옥 지음, 이수지 그림 / 시골생활(도솔)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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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엄마'라는 말을 들으면 나 역시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면서도 왠지 그리운 생각이 든다.

예순 넘은 할머니도 자신의 엄마 앞에서는 어린 딸이 되는 것 같다.

엄마의 공책은 엄마와 딸의 이야기다. 저자 서경옥 님은 손재주 많고 살림 잘 하는 주부다. 아흔 살 넘은 엄마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풋풋한 소녀 같고, 외동딸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연륜이 느껴진다. 이 세상에 딸로 태어나 엄마가 된 사람들이라면 상황은 달라도 공감할 것이다.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서.

그녀의 공책은 참 예쁘고 아기자기하다. 아흔 살 엄마의 손편지와 옛이야기, 그리고  외동딸의 그림이 있어 마치 그들 가족 속에 초대된 것 같다. 자식을 출가하고 삶의 여유가 생길 시기에 강원도 봉평에 집을 마련하여 살고 있다고 한다.

봉평 흥정계곡 근처 예쁜 집을 구경한 적이 있다. 허브 정원에 예쁜 그림 푯말도 있고 새집도 있는 그 곳을 구경하면서 주인이 누군지는 몰라도 정성이 대단하구나 감탄했다. 왠지 그 곳이 저자의 집이 아닐까 라는 상상을 해 본다.

남편 분은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목공일을 하고, 자신은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기며 사는 모습이 참 멋지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잘 살아온 사람답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전원 생활과는 다르지만 여유를 즐긴다는 점에서는 부럽기만 하다.

그녀는 자신의 책에 '부끄럽고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놓았다. 무엇이 부끄러울까?

오히려 당당하게 자랑해도 될 만한 삶인데 말이다. 그녀의 부끄러움은 아마도 소녀적 감성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아흔 살 엄마 집에 놀러가서 곤히 낮잠 자는 모습은 미래의 나를 상상하게 만든다. 누구나 엄마 앞에서는 어린애가 되는 가 보다.

그녀는 남편의 헤어진 바지를 예쁘게 수 놓아 멋진 바지로 변신시킨다. 엉켜진 실타래도 차분하게 술술 풀어낼 줄 안다. 사랑스러운 손주를 위해서 입고 있던 치마를 잘라 이불을 만들어낸다. 주변에 결혼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정성이 가득 담긴 반짇고리를 선물한다.  자신은 조금 수고스러워도 누군가를 위해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그녀는 요술쟁이다. 삶의 고단한 일들이 그녀에게는 보람된 일로 바뀐다. 물론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면서 자신 보다는 가족을 챙기느라 희생한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어딘가로 가고 싶은 마음,

엄마로 산다는 건 가끔은 휴일도 퇴근 시간도 없는 고단한 직업 같다. 그럴 때면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 훌훌 모든 것을 떨쳐 내고 혼자이고 싶다. 그러나 문득 깨달은 것은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바로 여기라는 것이다.

행복은 산 너머 남쪽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여기, 이 순간에 있음을.

나도 언젠가 엄마의 공책을 채울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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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박찬욱 외 지음 / 그책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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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기를 향한 욕망

 

아담과 이브는 왜 선악과를 따 먹었을까?

종교는 인간의 원죄로부터 시작된다. 불완전한 인간이 완벽한 신의 영역을 넘보면서 죄를 저지르고 그에 대한 대가를 치루게 된다. 인간이 불완전함을 깨닫는 순간, 신을 향한 두려움과 온전한 신앙심이 생겨난다. 죄악은 금기를 향한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른다.

<박쥐>는 금기를 깨뜨리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인간의 상상력은 불가능이 없다. 오히려 금기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은밀한 유혹인 것이다.

<박쥐>의 주인공은 성직자이면서 흡혈귀가 된 현상현 신부다. 왜 하필 성직자를 주인공으로 선택했을까?

성직자는 평생 신의 사명을 따르는 사람이다. 고백성사를 통해 하느님을 대신하여 인간의 죄를 용서한다.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지만 신의 뜻을 따르기로 서약했기 때문에 그는 성스러운 존재가 된다. 그런데 바로 그런 신부가 흡혈귀가 된 것이다. 마치 천사가 악마의 우두머리가 되었다는, 루시퍼를 떠올리게 한다. 한순간에 악마가 되어버린 천사는 더 이상 천사가 아니다.

흡혈귀가 된 덕분에 치명적인 이브 바이러스를 이겨낸 상현은 선과 악의 대립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저 높은 곳에 천국이 있고, 아득히 낮은 곳에 지옥이 있다면 우리는 지금 어디쯤 위치한 것일까?

금기를 깨뜨린다는 건 추락을 의미한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는 순간 그들은 낙원에서 쫓겨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추락할 줄 알면서도 금기를 향한 욕망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

"당신을 안고 내가 일으킬 수 있는 기적이란 바로 이런 거예요. 나락으로 내려갈 수는 있어도 높은 곳으로 다시 올라갈 수는 없는 것.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면, 당신을 여기 두고, 거미처럼 겨우 겨우 기어서, 손톱을 세워 벽을 할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가야만 하죠. 나 혼자서. "  (98p)

상현은 혼자서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태주와 함께 나락으로 내려간다. 아담은 이브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먹었지만 결국 아담의 선택인 것이다. 사랑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운 감정이면서 동시에 죄악을 저지르는 욕망인지도 모른다.가톨릭 신부인 상현에게 인간에 대한 사랑은 의무지만,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은 죄악이다. 금기를 깨뜨린 순간 욕망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바뀐다. 사랑과 욕망 사이를 오가는 박쥐......

 

 

#2 꽃들에게 희망을

 

아직 영화를 못 봤지만 상현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의 파격적 영상에 대해 들었다.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보다 배우가 보여주는 이미지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사실이 유감스럽다. 이것이 책과 영화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이 책을 안 본 채로 영화를 봤더라면 인간의 욕망이니 죄악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예전 영화 <원초적 본능>이 생각난다. 섹스와 살인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분출하는 여인과 그녀를 사랑하게 된 형사의 이야기가 그저 야한 영상으로 기억된다. 관객 역시 원초적 본능에 충실한 탓이다.

하지만 <박쥐>라는 영화는 그 이상이었으면 좋겠다. 성직자라는 껍데기를 벗겨내고 흡혈귀가 된 상현을 통해 원초적 본능을 보여 주는 것은 추락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누구나 추락할 수 있다. 욕망을 지닌 인간이기에 당연한 일이다.

무조건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려는 수많은 애벌레들보다, 우리는 땅으로 내려온 애벌레를 통해 배우게 된다. 추락은 절망도, 끝도 아니다. 다시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의지, 그것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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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장 기자의 도시락 경제학 - 매일매일 꺼내 읽는 쉽고 맛있는 경제 이야기
김원장 지음, 최성민 그림 / 해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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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어려운 공식을 많이 떠올리겠지만 기본에 충실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가장 기본적인 수의 개념을 배우고 그 다음 단계를 계단 오르는 심정으로 차근차근 배워가야 한다.

경제 활동을 하는 성인이면서도 경제 지식 수준이 어느 정도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부끄럽다.

이 책은 스스로 생각할 때 기본적인 경제 지식이 불안하다고 느끼는 독자에게는 최고의 교과서 역할을 해 줄 것이다.

그래서 도시락 경제학이다.

"첫 술에 배부르랴?"

매일매일 꺼내 먹는 도시락처럼 꾸준히 배우고 알아둬야 할 경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저자가 기자라서 그런지 이야기 진행이 매끄럽다. 적절한 비유와 예시로 딱딱하고 어려운 경제 개념을 설명한다.

김원장 기자, 이름을 언급해서 죄송하지만 이 책이 마치 경제학 수업만을 따로 과외하는 학원 원장님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 동안 막연히 경제학은 어렵다고 아예 무관심했었는데 유익한 지식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인상적인 구절은 "경제학은 선택,  선택은 기회비용, 기회비용은 인생"이다.

경제학은 과학적인 사고를 요구하며 그것이 우리가 좀더 현명한 선택을 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왜 사람들이 유명 브랜드에 집착하는가?

박명수는 유재석의 보완재일까, 대체제일까?

대출 이자를 줄이는 비법은 무엇일까?

세계 금융 위기의 원인은 일본 돈이다?

경제 성장과 GDP 계산법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너도나도 주식투자, 함정을 피하는 법은 무엇일까?

빅맥 햄버거 가격으로 환율과 물가를 계산한다?

부동산에 대한 우리의 5가지 오해?

몰랐거나 잘못 알고 있던 경제 상식을 다시 체크해보는 기회였다.

우리는 경제적 동물이다. 돈을 벌고 돈을 쓰면서 나름의 기준으로 잘 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요즘의 경제 상황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부자들은 불황도 비껴가지만 서민들은 불황 속에 직격탄을 맞는다.

한창 경제 호황일 때는 서민들에게도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절망적이다.

어떻게 이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하며 살 수 있을까?

해답은 한 가지다. 경제를 제대로 아는 것이 탈출구다. 물론 이론과 실제는 다를 수 있다. 그래도 무조건 알아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아는 것이 경제력이다."라는 점이다.

부디 성실하게 살아온 서민들에게 활짝 해뜰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란다. 모두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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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 산책 - 엉뚱하고 발랄한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정경옥 옮김 / 살림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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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두께를 보라! 

뒷장의 <찾아보기>까지 포함하면 678페이지다. 웬만한 사전 부럽지 않다. 첫 인상이 만만치 않더니 결국 읽느라 한참 걸렸다. 그렇다고 지루한 미국 역사 이야기는 아니다. 단숨에 읽지는 못하지만 읽는 동안은 흥미롭다.

영어에 관한 시시콜콜한 에피소드가 합쳐져서 엉뚱하고 발랄한 미국의 역사가 펼쳐지는 것이다.

메이플라워호의 도착과 그 이전 역사로부터 시작해서 오늘날까지 다양한 이야기 속에 미국 영어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다.

언어에 관심이 많고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환영할 만한 책이다.

빌 브라이슨은 누구인가?

미국에서는 꽤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인가 보다. [더 타임스]로부터는 "현존하는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라는 평을 듣는 작가란다. 어쩐지 책 표지에 웃고 있는 털보 할아버지의 모습이 여유롭고 즐거워 보인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지만 분명 엄청난 이야기꾼일 것 같다. 혹시 수다쟁이?

그냥 수다라면 건성으로 듣겠지만 그의 이야기는 꽤 영양가 있다. 박학다식한 사람답게 미국 전반의 역사가 끝없이 쏟아져 나온다. 오래 이야기하면서도 듣는 사람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비법은 뭘까? 모르겠다. 아마 그런 점이 독자들을 사로잡는 빌 브라이슨만의 매력일 것 같다.

빌 브라이슨의 책 중에 처음 만난 <발칙한 영어 산책>은 방대한 양으로 독자를 겁먹게 한다. 그러나 일단 책을 읽기 시작하면 조금씩 야금야금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다. 마지막 역자 후기를 보며 웃었다. 아무리 독자가 두꺼운 책 읽기가 두렵다 한들 번역가의 심정만 하겠는가?  빌 브라이슨의 책이지만 번역가에게 수고하셨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 책은 미국 영어의 어원과 변천 과정을 알 수 있다. 영어를 잘 못해도 상관 없다. 오히려 이 책 덕분에 영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테니까. 무엇보다 미국 역사를 이야기처럼 들려줘서 좋다. 역사와 언어라는 주제가 그리 가볍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내용 자체가 편안하다. 낯선 초창기 미국 보다는 현대 미국의 모습이 익숙해서 그런지 더 재미있다. 사람마다 관심 갖는 분야가 다르겠지만 빌 브라이슨의 이야기는 그 모든 관심 분야를 포괄할 만큼 방대하다. 미국 역사와 문화가 한 권의 책으로 설명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과감하고 유쾌하게 글 쓰는 작가의 역량에 감탄스럽다. 그의 이야기에 도전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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