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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분 1
조디 피콜트 지음,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19분에 붙잡혔다.
19분 동안 벌어진 사건.
190분 동안 책을 읽고
1900분 생각하게 될 책이다.
이 책은 <마이 시스터즈 키퍼 : 쌍둥이별>의 작가 조디 피콜트의 최신작이다.
이미 전작을 읽어 본 사람들은 짐작했겠지만 이 책 역시 읽는 내내 혼란스러울 것이다.
왜 정의의 여신 디케가 눈을 가려야만 공평한 법의 저울과 칼을 사용할 수 있는지 알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에서 절대 눈을 가린 채 살 지 못한다.
우리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털링 고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19분 동안 1명의 교사와 9명의 학생이 죽고 19 명의 학생이 큰 부상을 입었으며 한 명의 학생은 1급 살인자가 되었다. 범인은 열 일곱 살 피터 호턴으로 현장에서 검거됐다.
이 사건은 재판으로 이어졌다.
피터는 왜 그들을 죽였을까? 유치원에 가는 첫 날부터 피터의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소꼽친구이자 유일한 친구였던 조지와는 점점 멀어지고 조지도 다른 아이들처럼 피터를 따돌리게 된다.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들을 보면 가족에게조차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음에 쌓인 울분, 고통은 결국 자신과 다른 사람을 파괴하는 불행으로 이어진다.
나라면 어떤 심정일까?
아무래도 아이를 키우다보니 피터의 입장보다는 자꾸 부모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 피해자의 부모와 가해자의 부모는 극과 극의 입장이다. 사랑하는 내 자식이 누가 쏜 총에 죽었다면 그 살인자를 용서할 부모가 몇이나 될까? 반대로 사랑하는 내 자식이 누군가를 총으로 쏴 죽였다면 그 부모의 충격은 엄청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살인자의 부모까지 증오한다. 이 세상에 살인자를 태어나게 한 사람들이라고.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자신의 사랑하는 아기가 먼 미래 무슨 일을 하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무척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던 것은 피터의 엄마다. 언제나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았지만 큰 아들 조이의 교통사고를 막을 수 없었고, 작은 아들 피터의 살인을 막을 수 없었다. 엄마로서 제대로 돌보지 못한 탓이라고 비난해야 될까?
피터의 엄마 레이시는 조산사로서 인정받을 정도로 열심히 살아왔고 가정을 생각하는 따뜻한 여자다. 하지만 단 19분만에 극악무도한 살인마의 엄마가 된 피해자다.
피터를 괴롭히고 따돌린 아이들은 분명 가해자다. 피터가 총을 쏘기 전까지는.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정도가 거의 고문이나 학대 수준이란 점에서 끔찍하지만 19분 후 그 아이들은 목숨을 잃거나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다. 앞으로 멋진 미래를 꿈꾸었을 10대의 삶이 한 순간 사라진 것이다. 피해자의 불행은 수많은 가정의 불행을 의미한다.
이 책은 차근차근 피터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을 보여주며 비극의 씨앗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만약 미리 피터의 마음을 알았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까? 현실에서 만약이란 가정은 무의미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생각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이미 벌어진 사건을 막을 수는 없지만 더 이상의 비극은 막을 수 있다는 희망때문이다.
10대 청소년들이 거리낌없이 누군가를 괴롭힐 수 있는 건 자신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본다면 그토록 잔인하게 굴지 못할텐데...... 본래의 따뜻하고 착한 마음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마음을 가르칠 수는 없다. 좋은 마음은 서로 느끼고 전해지는 것이다. 내가 너라면 혹은 네가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헤아릴 수만 있다면 결코 서로 상처주는 일은 없을텐데......
우리는 안다. 한 사람으로 인해 비극이 벌어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누구랄 것도 없이 우리 모두 노력할 일이다. 따뜻한 마음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