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저격수의 고백 - 세계 경제의 뒷무대에서 미국이 벌여 온 은밀한 전쟁의 기록 경제 저격수의 고백 1
존 퍼킨스 지음, 김현정 옮김 / 민음인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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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저격수의 고백>은 굉장히 충격적인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다. 그러나 이 책의 모든 내용은 사실이다.

"경제 저격수란 대기업과 미 정부 일부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엘리트 조직, 즉 현대판 '살인 청부업자'를 일컫는다. 나의 공식적인 직함은 듣기에도 그럴듯한 수석 경제학자였다. 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것처럼 보이는 인상적인 보고서를 만들어 내는 우수한 경제학자와 경영 커설턴트, 금융 분석가를 휘하에 거느리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담당한 진짜 임무는 제3세계 국가들을 속여 강탈하는 것이었다." (11p)

세계 경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었을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게는 무척 충격이었다. 무엇보다도 경제 저격수로 활동했던 저자가 양심 고백이라 할 수 있는 이러한 책을 출간했다는 점이 놀랍기만 하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릇된 시스템 자체를 고발한다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자신의 손주 그랜트를 생각하며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저자의 마음처럼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변형 자본주의의 폐해를 깨닫고 세계의 위기가 곧 우리 자신의 미래임을 인식하길 바라면서 양심 고백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대기업과 미국 정부가 어떠한 방식으로 제3세계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챙겼는지를 알려준다. 요즘처럼 성공한 CEO들이 유명인 대우를 받고, 존경받는 인물로 선정되는 것이 얼마나 불합리한 일인지도 이야기한다. 기부활동조차도 또 다른 이익을 얻기 위한 속임수인 경우가 많다는 걸 일반인이 알기는 쉽지 않다. 마치 국가첩보원처럼 암암리에 제3세계 국가들을 속이고 이득을 취한 결과는 자멸의 길이다. 아무리 세상이 양육강식의 원칙이 지배한다지만 자연이 아닌 인간들의 경우는 지나친 탐욕이 재앙이 되고 만다. 한 나라의 경제 원리가 검은 손에 의해서 좌우되면 누군가는 부를 축적하여 잘 살겠지만 반대로 극빈곤층이 생겨나고, 질서가 무너질 수 있는 위기 상황이 된다.

세계 금융 위기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발생했는지, 미국이란 강대국이 경제 저격수와 자칼을 이용하여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보면서 왜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몰랐던, 그러나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다. 세계는 지구촌이라 불릴 만큼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고 탐욕스런 기업과 국가의 횡포를 묵인해서는 안 된다. 현명하게 세계를 볼 줄 아는 이들이 많아질 때 우리의 미래도 희망이 있을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것은 단순한 양심 고백 차원을 넘어서 모두가 현 상황을 직시하고 해결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한 명의 영웅이 아니라 수많은 이들의 자각과 노력에 의해서라고 믿는다. 비록 각자의 힘은 미약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행동해야 할 때다. 자본주의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변형 자본주의를 악용하는 이들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새삼 현 경제 상황을 돌아보니 씁쓸함이 먼저 들지만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것이 우리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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