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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봉틀과 금붕어
나가이 미미 지음, 이정민 옮김 / 활자공업소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첫 문장부터 '이게 무슨 말이지?' 싶었네요. 앞뒤 맥락이 맞지 않는 듯해서 갸우뚱했거든요.
지금 말하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는 차차 읽다보니 알겠더라고요. 아하, 실제로 만났다면 이런 첫 인상과 느낌이겠구나. 첫 장을 펼치지마자, 일단 읽기 시작한 독자 입장에서는 꼼짝없이 그녀에게 붙잡힌 신세랄까요. 그녀의 이름은 야스다 가케이, 만약 이 책이 아니었다면 그녀의 인생 이야기에 이토록 몰입하지 못했을 거예요. 이상한 할머니의 넋두리인 줄 알았는데 가슴 아픈 인생 이야기였네요. 《재봉틀과 금붕어》는 나가이 미미 작가님의 첫 소설이자 제45회 스바루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하네요. 1965년생인 저자는 평일에는 케어매니저로 일하고 주말에 시간을 내서 이 소설을 썼다고 하네요. 마치 소설 속 밋짱처럼 치매 걸린 가케이 할머니와 같은 노인들을 돌보는 일을 직접 해봤던 거예요. 어쩐지 가케이 할머니뿐 아니라 주간보호센터에서 만나는 노인들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리얼하더라니... 에휴, 무엇보다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장면에서 울컥해서, 잠시 숨 고르기를 해야 했네요. 가케이 할머니가 "미안합니다."라고 말할 때마다 속상했고, 그때를 떠올리며 행복했었다고 고백할 때는 왠지 슬펐네요. 별일 없이 계속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맞게 될 노인의 삶, 이건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네요.
야스다 씨, 야스다 가케이 씨.
예.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의자에서 일어서려고 했지만
몸이 꿈쩍도 안 해서, 아아, 안되네, 하고 뒤늦게 깨달았다.
마음만은 일어설 수 있었던 시절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 예전 생각을 하고 움직이면 실패한다. 이런 식으로.
아휴, 한심하긴.
... 하이고. 부끄러워라. 솔직히 기저귀를 차고 안짱다리로
다른 사람의 손이 이끄는 대로 어기적어기적 아기처럼
걸을 때까지 오래 살 줄은 몰랐다. 조금만 더 지나면 아예
걷지도 못하고 기어가게 되는 걸까. (17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