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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사랑하거나 쿨하게 떠나거나
미라 커센바움 지음, 김진세 옮김 / 고려원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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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뜨겁게 사랑하거나 쿨하게 떠나거나… 명확하게 선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자와 남자의 만남은 처음에는 사랑의 감정으로 시작한다. 동거 혹은 결혼으로 함께 살게 되면서 둘의 문제는 사랑의 감정 이상의 것이 끼어 들게 된다. 이 책은 ‘떠나야 하나 아니면 머물러야 하나’ 선택의 기로에 선 이들을 위한 명쾌한 진단을 해 준다.

 

사랑에 빠지고도 가슴앓이를 하는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잘못된 선택이 아니라 ‘선택할 수 없음’에 병들어 고통당한다.

 

책에서 나오는 사례들을 보면서 TV프로그램 <부부 클리닉-사랑과 전쟁>이 떠올렸다. 우리 나라에 이혼을 앞둔 부부들의 다양한 사례가 나온 뒤 마지막 조종위원회는 말한다.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고. 어떤 경우는 4주라는 조종 기간이 필요 없을 만큼 명확할 때도 있지만 어떤 경우는 안타까울 때가 있다. 배우자 중 한 명이 이혼을 신청한 경우만 나오기 때문에 조종이 필요한 경우이다. 사례를 보면 보통 이혼을 신청한 쪽에서 오랜 시간 고통을 참아온 경우라서 시청자 입장에서 볼 때는 “이혼이 최선책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왜 고통을 참아왔을까? 관계를 끝내고 싶은 감정이 생기지만 망설이는 것은 양가감정적 관계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천칭처럼 머물지 떠날지를 결정하기 위해 파트너에 관련된 모든 증거들을 저울질 하는 천칭 접근을 하기 때문인데 이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더 혼란을 가중시키는 부적절한 접근이다.

책에서는 마음의 고통을 예방할 서른 여섯 가지의 질문과 그에 대한 진단이 나와 있다.

‘선택할 수 없음’의 병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한 자가 진단 테스트를 해준다. 병에 따른 진단 후 처방은 간단하다.

 

어떤 질문과 그에 대한 당신의 대답으로부터 나온 진단이

그와 같은 답을 한 사람들 대부분이 관계를 떠나서 행복했고

관계에 머물렀을 때 불행했다고 말하는 한,

당신의 관계는 계속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나쁜 관계가 틀림없다.-à 떠나라!

 

계속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나쁜 관계라고 지적하는 진단이 없다면,

당신의 관계는 끝내기 아까울 만큼 좋은 관계가 틀림없다.à 머물러라~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도움말이 있다. 어느쪽으로든 ‘선택’함으로써 더 행복해 질 수 있다. 관계에 대한 결론은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의미한다.

쿨하게 이별한 경우라도 슬픔, 죄의식, 해방감, 분노, 희망, 절망, 두려움 등의 복합적인 감정을 느낄 것이다. 이러한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사람들은 어렵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반대로 머물기로 결정했다면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은 곧 현명해지는 것이고 사랑이 충만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모든 선택은 본인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자신의 에너지를 ‘떠날지 머물지’를 고민하는 데 더 이상 낭비하지 않고 본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 쏟아 부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책에서 첫 질문은,

 

당신과 파트너 사이에 모든 것이 최고였던 시간을 생각해보라. 돌이켜보니, 그때 둘 사이의 일들이 진짜로 아주 좋았다고 지금 말할 수 있겠는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네.”라고 답할 수 있어서 기쁘다. 가끔은 사소한 일로 다투고 불평할 때도 있지만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을 새삼 느꼈다. 사랑의 감정도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커간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의 시작이 씨앗이었다면 지금은 싹이 나고 잎이 나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중이다. 비록 비바람이 불지라도 함께 가꾸려는 꿈이 있는 한 싱싱하게 자랄 것이다. 부부 간의 믿음과 따뜻한 배려는 영양분이 될 것이다. 부디 많은 부부들이 뜨거운 사랑을 선택하여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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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여행
사카가미 가오리 지음, 박병식 옮김 / 푸른숲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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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뉴스에 보도되는 끔찍한 사건들을 보며 그 범죄자들을 향해 욕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특히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한 범죄를 볼 때는 분노를 금치 못해, "저 죽일 놈들...."하며 범죄자들을 강력히 응징해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어떻게 응징할 것인가?
예전에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보면서 사형제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살인자를 사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사형수도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참하고 끔찍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였지만 피해자 가족의 만남을 통해 참회했다. 자신의 죄를 고통스러워하며 용서받고 싶어했다. 자신을 받아주는 따뜻한 사람들의 마음을 느끼며 살고 싶어했다. 사형수에게 연민을 느꼈다. 나도 그 사형수가 살기를 바랬다.
<희망 여행>은 현재 4000여명의 회원을 가진 '화해를 위한 살인 피해자 유가족 모임(Murder Victims Families for Reconciliation : MVFR)' 이라는 시민 단체가 주최한다. 가족이 피살되었는데도 사형 제도에 반대하는, 미국에서도 보기 드문 피해자 유가족 단체이다.
 
" 지금부터 일어나는 일은 폭력의 되풀이입니다. 사형은 새로운 폭력을 낳을 뿐이에요. 폭력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폭력 외의 대응책을 가르칠 수가 없어요. 살인을 살인으로 심판할 것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일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해요."
 
책 속의 많은 피해자와 가해자,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참 마음이 아팠다. 피해자 가족뿐만이 아니라 가해자의 가족 역시 고통을 당하고 있다. 그들의 고통은 바로 우리 모두의 고통일 수 있다. 피해자 가족이 사형 반대 운동을 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애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형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강한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복수심이란 마약 같은 것이에요. 양이 적으면 부족해서 더욱더 필요로 하게 돼요. MVFR은 그런 체험을 거쳐 복수심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의 모임이에요. 유가족 대부분은 사형 집행을 지켜봄으로써 사건을 끝낼 수 있다고 믿어요. 그렇지만 사형이 집행되었다고 해서 슬픔이나 고뇌가 사라지지 않아요. 실제로 그 현장에 입회한 가족의 대부분이 사형 집행의 허무함에 분노하고는 '너무 간단하다'고 말해요. 지금까지 범인을 사형시키는 일에 매달려서 살아온 사람들은 갑자기 삶의 목적을 잃고 말죠. 그리고 '피해자는 고통을 받고 죽었는데 가해자는 고통도 안받고 너무나 간단하게 죽었다'는 일종의 환상을 갖게 되고, 집행 후에는 그 환상에 매달려서 살아갈 수 밖에 없어요."
 
범죄자를 향한 복수심과 분노는 결국 자신을 파괴할 뿐이다. 복수심을 참지 못하던 피해자 가족 중에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 슬픈 일이다.
 
"내가 희망 여행에 참가하는 것은 '용서하는 것'이 '치유되기 위한' 답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기 위해서예요. '용서'는 타인을 용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위로하는 거예요."
 
극악무도하고 괴물같은 범죄자도 보통 사람이다. 그들이 저지른 범죄는 용서할 수 없지만 그 사람은 죄를 뉘우칠 수 있는 인간인 것이다. 범죄자들의 어린 시절을 보면 하나같이 불우했다.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어린 시절에 학대, 폭행을 당했으니 그들에게 이 세상은 지옥같았을 것이다. 왜 이 사회는 그들이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는 관심을 주지 않은걸까?
 
"범죄자도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는 모두 피해자였다."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원활히 하고 피해자가 회복하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 것이 범죄의 방지로 이어지는 것이다. 가정에서 은밀히 자행되는 아동 학대나 학교 폭력과 체벌 등의 폭력 행위에 대한 확실한 대응책이 있어야 한다. 폭력의 고리를 끊고 더 살기 좋은 사회를 위하여 사형 제도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희망 여행을 떠나는 피해자 유가족과 사형수 가족들을 통해 희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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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1 - 왕의 용 판타 빌리지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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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판타지 소설이다. 나폴레옹 전쟁이 한창이던 19세기 초에 용으로 구성된 비행 중대가 있었다는 상상이 놀랍고 환상적이다. 용의 품종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실재하는 느낌이 들어 신세계에 놀러 간 것 같아 재미있었다.

 영국 해군 소속 대령이자 렐리언트호 함장인 윌리엄 로렌스는 프랑스 아미티에 호를 무찌르고 용의 알을 얻는다. 배에서 부화한 용 테메레르는 비행사로 로렌스를 지목한다. 해군 함장이던 로렌스는 테메레르 때문에 공군 소속 비행사가 된다. 공중전에서 용을 이용한다고 해서 인간이 용을 사육한다고 생각했는데 테메레르는 뛰어난 지능과 섬세한 감정, 성숙한 품성을 지녔고 태어나자마자 말을 할 줄 알았다. 물론 판타지 소설이니까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무한한 것 같다. 그래서 현실과 다른 재미가 있다.

로렌스와 테메레르의 관계는 용과 비행사, 그 이상의 사랑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로렌스가 보살피고 가르쳤는데 나중에는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가는 동료가 된다. 알에서 부화한 테메레르를 엄마처럼 돌보는 로렌스를 보면서 문득 내 아이들이 떠올랐다. 매일 자라나는 나의 아이들도 지금은 나의 보살핌이 필요하지만 때로는 아이들의 존재만으로 힘이 되니까.

어른들이 보기에도 재미있고 멋진 이 소설이 영화화된다고 하니 참 반가운 소식이다.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내용이다. 근래에 우리 아이가 <스노우 드래곤>이라는 동화를 보더니 용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그 동화에서도 용은 지구를 다스릴 정도로 힘과 능력을 지닌 존재로 나온다. 용은 그 생김새부터 매력적이다. 테메레르의 모습도 책 속 그림을 보니 등과 허리로 이어지는 곡선과 양 옆의 날개는 우아하기까지 하다. 정말 한 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 보면 나 역시 우리 아이와 같은 동심의 세계로 간 것 같아 마냥 즐겁다.
 무한한 상상이 주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멋진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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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내 말에 상처 받았어? -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 상처 받았니? 시리즈 2
상생화용연구소 엮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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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하는 수많은 대화 중에 의식하고 하는 대화가 얼마나 될까? 항상 말실수는 무의식중에 내뱉는 말에 있다. <여보, 내 말에 상처 받았어?>란 제목이 낯설지 않은 것도 부부 간에 흔히 상처 주는 말을 하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사이라서 하게 되는 실수인 것이다.

 

말은 기술이 아니다.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책표지에 적힌 글이다. 공감한다. 말솜씨가 좋다고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감동을 준다.

 

부부 간에 문제는 남자와 여자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비롯된다.

사랑이란 감정에서 시작된 연애는 서로의 차이를 덮을 수 있지만 결혼하고 나면 서로의 차이는 표면으로 드러나게 된다. 부부 간의 말다툼이 특별히 중대한 문제보다 사소한 것들 때문인 것이다. 나 역시 결혼 초기에는 엄청 싸웠다. 나를 사랑해주고 모든 것을 이해해줄 것이라 믿었던 남편에게 배신감마저 느꼈다.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내 얘기를 제대로 들어주지도 않고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니, 속상했다.

또 필요한 얘기 이외에는 무뚝뚝하고 말없는 남편이 나중에는 미워지기까지 했다.

이런 우리 부부에게 변화가 시작된 것은 남편이 나에게 한 말 때문이었다. 자기는 너무 말을 심하게 해. 자기 말에 상처받았어.라는 말을 듣고나서이다. 난 내 감정대로 막 퍼부은 말들이 남편에게는 상처가 됐던 것이다. 오히려 말없는 남편은 내게 말로 상처준 적이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책 앞부분에 자가 진단 테스트가 있다. 나는 어떤 배우자인가를 아내입장, 남편입장에서 체크해보는 것이다. 100점 만점 중 나는 45점, 남편은 56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40~69점까지는 나름대로 괜찮은 수준이라고 한다. 역시 말없는 남편보다 말많은 내가 점수가 적었다.

나는 늘 말없는 남편을 왜 말을 안하냐고 구박했는데 잘못은 내가 더 많았다는 걸 알게 됐다. 중요한 것은 대화의 양이 아니라 질인 것을.

이 책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대화하는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 일상적인 부부 간의 대화이다. 먼저 무심코 말하기에는 서로의 차이를 몰라 생기는 잘못된 대화를 예로 보여준다. 부정적인 사례는 단계에 따라 본성대로 판단하기, 자기중심적으로 말하기, 공격적으로 말하기, 무관심하기 4단계로 나뉜다. 나 스스로도 늘상 저지르는 잘못이다.

그 다음에는 남편과 아내의 입장에서 배우자에게 상처준 말들을 달리 생각해보는 부분이 있다. 서로가 몰랐던 부분이 많다. , 뭐 그런걸로 상처받아. 하는 것들도 있다. 그러나 가장 사랑하는 배우자에게 상처를 준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  상처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마음을 표현할지를 생각할 기회를 준다.

배려하여 말하기는 긍정적 사례로 마음 다가가기, 마음 열기, 마음 읽기 의 순서로 해당하는 대화에서 그 의미를 설명해준다.

아내입장이든 남편입장이든 서로가 배려하고 마음을 읽어준다면 부부 사이가 더욱 좋아지리라 믿는다. 말하는 기술보다 더 중요한 건 듣는 기술이라고 한다. 내가 먼저 남편의 말 속에 담긴 마음까지 읽어낼 수 있는 아내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남편에게 말해줘야겠다. 여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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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비실록 - 숨겨진 절반의 역사
신명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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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학교에서 배워온 역사는 남성중심의 역사이다. 그래서 역사 속의 여성을 알기가 쉽지 않다. 조선시대의 역사 중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숨겨진 반쪽, 왕비의 삶은 어떠했을까? 궁금한 우리의 역사 속 이야기를 <조선왕비실록>을 통해 알 수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는 지루하지만 텔레비전 속 역사는 재미있다. 그것은 사극이역사 속 인물의 삶을 드라마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바로 이 책 역시 조선시대 대표적인 왕비 7명의 삶을 일대기식으로 구성하여 읽는 동안 재미있었다.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조선 왕실의 가계도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러다가 헷갈려서 적어볼까 했더니 마침 책 뒷면에 가계도가 부록으로 있어 정리하기가 쉬웠다. 일부러 역사 공부를 하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읽다 보니 공부가 되었다.

저자는 왕비에 대한 사료를 실록에서부터 묘지명에 이르기까지 역사 기록을 샅샅이 추적해 복원해냈다. 마치 탐정이나 수사관처럼 왕비의 성장배경과 외모, 성격까지 유추해내고 있다. 어차피 명확한 기록이 없으니 짐작할 따름이지만 우리 역사를 이해하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남자다. 그러나 그 남자를 움직이는 것은 여자라고 했던가.

그렇기에 최고 권력의 핵심에는 왕비가 있었다. 조선 건국의 태조 이성계에게는 신덕왕후 강씨가 있었다. 태조의 또 다른 부인, 신의왕후 한씨는 정종과 태종의 어머니다. 문제는 왕의 여자가 여럿이라는 점이다. 후손을 번창하고자 왕비 이외에 후궁을 여럿 두었으니 그 후손은 왕권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왕비는 아들을 낳아야 그 아들이 세자가 되고 왕이 되어 자신의 권력을 보존할 수 있으나 아들이 없거나 너무 어리면 자리를 보존하기 힘들고 목숨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 조선 건국이 쿠데타였으니 왕의 자리는 늘 위태로울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최고의 권력과 부귀영화를 누리니 행복할 것 같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니 전혀 부럽지가 않았다. 태종 이방원의 부인 원경왕후 민씨도 왕비가 되기 전 불안한 상황을 견디지 못해 세 아이를 유산했고 그 다음에 낳은 양녕대군과 효령대군은  걱정이 되어 외가에 보냈다고 한다. 그 다음 충녕대군(세종)은 이방원이 정치적 고립 상태일 때 낳았으나 오히려 그 덕분에 아이를 키우며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어찌보면 민씨는 왕비가 되기 전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을 것이다. 남편이 왕이 된 후의 삶은 남편의 냉혹한 무관심으로 불행했다고 한다. 이 내용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한 여자로서의 행복은 권력, 부귀영화가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사랑 받고 자란 아이가 크게 된다는 것이다. 충녕대군이 훌륭한 세종대왕이 될 수 있었던 것도 형들과 달리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았기 때문이리라. 반면 엄격하고 냉정한 훈육은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는데 바로 월산대군이 그 예다. 인수대비 한씨는 청상과부가 되어 큰 아들인 월산대군을 매정하게 훈육하였는데,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은 월산대군은 병약하고 소심했다고 한다. 동생 자을산군은 할아버지 세조의 다정한 성품 덕분에 형보다 강하고 자신감 있게 자라 결국 성종이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서 그런지 왕비의 삶 속에서 양육하는 부분에 관심이 간다.

그런데 가장 이해하기 힘든 왕과 왕비는 영조와 선희궁이다. 어떻게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굶어 죽일 수 있었을까. 왕의 자리가 뭐라고 아들에게조차 위협을 느껴 죽이기까지 했는지 끔찍할 따름이다. 뒤주 속에서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아들의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괴로워하기는커녕 죽어가는 상황을 확인했다고 하니 가히 공포 수준이다. 이런 부모 자식간의 애정 결핍은 불필요한 허례허식인 궁중 예법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리고 예쁜 자식을 무릎에도 앉히고 안아줄 수도 있는데 궁중 예법은 서로간의 거리를 유지했으니 말이다. 사도세자의 어머니인 선희궁 영빈 이씨는 어떠한 사람이었을까 궁금하다. 왜 아들을 사랑으로 감싸주지 못했는지 안타깝다. 사도세자는 기승 증세, 요즘 말로는 우울증이나 홧병인데 이로 인해 살인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심각한 상태였던 것 같다. 영조는 개미 한 마리도 안 죽일 만큼 여렸다고 하는데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인 것을 보면 영조 역시 정신질환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서로 사랑은 주지 않고 받으려고만 하니 사랑해야 될 관계가 증오의 관계가 된 것이다.

사랑도 배워야 할 감정이다. 자식을 올바르게 잘 키우려면 부모가 똑바로 서야 한다. 사랑을 보여줘야 한다. 조선왕비실록을 보면서 왕과 왕비가 정략결혼이 아닌 뜨거운 사랑으로 만나고 자식을 낳았더라면 더욱 사랑으로 키웠을 것이고,  조선시대가 태평성대가 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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