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라, 미드에서 과학을 보다 하리하라 사이언스 시리즈 3
이은희 지음 / 살림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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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에 한 번 빠지면 밤 새는 줄 모른다는 얘기가 있다. 남의 얘기가 아니라 바로 내 얘기다.

우연히 보게 된 <프리즌 브레이크>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감옥을 소재로 했다는 점도 특이한데다 주인공 스콜필드란 이제껏 본 적 없는 매력을 지녔다. 살인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형을 구하겠다고 동생까지 감옥에 간다는 것은 너무나 무모하고 황당한 일이다. 그러나 스콜필드의 치밀한 탈옥 계획을 보면 놀랍기만 하다. 온 몸에 탈옥을 위한 설계도를 문신한 것이다. 문신이란 것이 거의 영구적이라서 레이저로 제거한다고 해도 흉터가 남는다.  개인 취향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형을 구하고자 문신을 했다는 점,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보면 참지 못하는 선한 성격을 지녔다는 점이 주인공에게 빠져드는 요인이었던 것 같다.

이렇듯 미드를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특하고 참신한 소재와 주인공의 매력에 푹 빠진다. 이러한 미드를 재미있게 보면서도 각자 상황이나 직업에 따라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다. 이른바 직업병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 책의 저자는 흥미진진한 장면을 보면서 '저것이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인가?'라는 분석을 하게 된다고 한다. 만약 같이 보는 사람이 사사건건 이런 식의 반응을 보인다면 조금 괴로울 것 같다. 그냥 드라마 자체를 즐기면 되지 뭘 자꾸 분석하며 분위기를 깰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과학 수업시간에 미드를 소재로 이야기한다면 어떨까?

특히 미드 중 CSI 과학수사대를 보면 수많은 과학 지식을 응용하며 배우는 기회가 된다. 단순히 지문 감식 수준을 넘어서 작은 단서들이 연결 고리를 통해 범인 추적을 가능하게 한다. 지능적인 범죄자와 그를 쫓는 형사들 간의 두뇌 싸움을 보는 시청자들은 저절로 과학과 친밀해진다. 평소 미드를 보면서 과학적 호기심을 가진 저자 덕분에 즐거운 과학 수업을 받는 느낌이다.

<CSI 라스베이거스>, <NCIS>, <성범죄 수사대 : SVU>, <프리즌 브레이크>, <하우스>, <메디컬 인베스티게이션>, <그레이 아나토미>, <덱스터>, <나는 여검사다>, <본즈>, <닙턱>, <고스트 위스퍼러>, <크리미널 마인드>....미드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에피소드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그 속에 등장하는 과학, 의학 지식을 설명해준다.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안락사에 관한 내용이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사람들의 경우는 그들 자신의 의견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늘 윤리적 문제를 지닌다. 생명의 존엄성과 권리에 대한 부분은 감히 뭐라고 단정지을 수 없지만 한 번쯤은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워낙 즐겨 보는 미드를 과학이라는 새로운 잣대로 바라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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