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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특별보급판) - 사유와 열정의 오선지에 우주를 그리다 ㅣ 문화 평전 심포지엄 3
마르틴 게크 지음, 마성일 옮김 / 북캠퍼스 / 2025년 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자동차 후진음, 벨소리, 초인종 소리로 익숙한 멜로디가 있어요.
띠리리리 띠리 띠리리~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는 한때 일상생활에서 온갖 소음보다 더 자주 듣던 멜로디였고, <운명 교향곡>의 도입부, 빰빰빰빠~ 멜로디는 비극적인 상황을 희화화하는 BGM으로 자주 사용되곤 했었죠.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멜로디처럼 베토벤의 음악과 그의 생애는 알게 모르게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줬고, 여전히 베토벤이라는 현상 내지 우주로서 탐구하게 만든 것 같아요. 신기하게도 고독의 의미를 조금 깨닫는 시점에 베토벤 음악이 심장을 두드렸고, 베토벤을 알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거예요.
《베토벤》은 독일 음악학의 대가 마르틴 게크가 쓴 베토벤 평전이에요.
저자는 베토벤에 대한 전기를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고민했고, 베토벤에 대해서 권위를 내세우는 전문가로서의 위치가 아닌, 베토벤 음악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수많은 목소리로 이루어진 합창단의 한 일원으로서 소개하는 역할을 자처했네요.
"베토벤이라는 우주에는 아무리 확장되어도 변하지 않는 중심, 바로 베토벤의 작품들이 있다." (6p) 라고 했듯이 위대한 작곡가 베토벤을 이해하려면 그의 음악이 어떻게 탄생했고, 동시대뿐 아니라 후대에 등장하는 예술가와 사상가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알아야 해요. 그래서 이 책에서는 베토벤의 음악을 열두 개의 주제와 서른여섯 명의 역사적 인물과 함께 소개하고 있어요. 거인주의, 확고함, 자연, <에로이카>를 둘러싼 광기, 삶의 위기와 신앙심 그리고 예술이라는 종교, 환상성, 초월, 구조와 내용, 유토피아, 베토벤의 그림자, 베토벤의 명연주자들, 프랑스에서 베토벤이라는 각 주제마다 음악과 인물, 시대정신을 만날 수 있어요. 프리드리히 니체는 1874년 미완성 유고에 "셰익스피어와 베토벤은 공존한다. 가장 대담하고 미친 생각." (241p) 이라는 문장만 적어놨는데, 어떻게 두 인물을 언급했을까요. 베토벤은 제자 안톤 쉰들러가 피아노 소나타 op.31-2와 op.57을 이해하기 위한 열쇠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그냥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읽으세요."라고 답했다고 해요. 자세한 설명 대신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말한 이유는 베토벤 자신이 셰익스피어 전문가였고, 동시대인들에게 음악계의 셰익스피어로 통했기 때문인데, 음악을 프로스페로의 마법의 섬으로 비유한 거예요. "베토벤은 자신을 틀에 가두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의 음악을 규정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87p)라고 했던 글렌 굴드의 말이 가장 적절한 표현인 것 같아요. 위대한 작곡가 베토벤의 음악이 우리에게 준 선물은 예술이 전하는 자유와 진보가 아닌가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