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과학자의 인문학 필사 노트 - 인문학을 시작하는 모든 이를 위한 80 작품 속 최고의 문장들
이명현 지음 / 땡스B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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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요근래 필사할 수 있는 책들이 많이 나와서 좋아요.

사실 필사가 목적이라면 어떤 책이든 본인이 원하는 것을 골라 쓰면 될 일이지만 굳이 필사책을 찾는 건 그만큼 장점이 많기 때문일 거예요.

이 책은 인문학을 사랑하는 천문학자이자 과학책방 갈다 대표인 이명현님이 정성껏 고른 인용문으로 이루어진 필사노트예요. 단순히 좋은 문장만을 모아 엮은 것이 아니라 각각의 문장마다 책방 과학자의 생각을 덧붙였다는 점이 특별해요. 세상에 좋은 책은 수두룩한데 읽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어떤 책은 좋은지, 그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이 책에서는 책방 과학자가 선택한 인문서, 과학서, 문학서, 에세이가 골고루 포함되어 있어서 짧은 문장을 통해 아직 읽지 않은 세상을 만날 수 있어요. 그동안 인문과 문학 분야의 책으로 구성된 필사책은 접해봤지만 과학책이 포함된 것은 처음이라 색달랐어요. 다양한 과학 지식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교양 과학책을 찾아 읽긴 해도 주로 읽는 장르가 아니라서 한계가 있었는데, 흥미로운 과학서들을 문장으로 소개받는 느낌이라 유익하고 도움이 됐어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상황들이 지속되면 상식적인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게 되고, 갈등과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올바른 선택, 현명한 해결책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하던 중이라 이 책을 보면서도 현실 문제와 연결지어 생각했더니 미토콘드리아의 진화 방식이 힌트를 주네요. 유전적인 진화의 과정은 지속되고 있고, 우리의 일상도 그 안에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가벼워지네요. 나만의 철학을 갖기 위한 인문서, 알고보면 재미있는 과학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문학서,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에세이까지 마음의 양식을 골고루 다양하게 섭취할 수 있는 《책방 과학자의 인문학 필사 노트》는 맛있는 문장 맛집이네요. 짧은 문장이라도 읽고, 필사하다 보면 더 넓은 지식의 바다로 나아갈 수 있네요.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하는 미생물처럼 지극히 공격적인 박테리아가 자신의 숙주세포를 사멸시키면 결국 자신도 죽게 된다. 따라서 공격을 자제함으로써 (숙주세포에 치명적이 아니거나 만성적으로 죽음으로 유발하는 정도의 공격) 진화 역사에 더 자주 나타날 수 있었다. 침략 근성을 가진 미토콘드리아의 선조들은 그들의 숙주세포를 유린했지만 일부 숙주 박테리아는 살아남았다. 미토콘드리아의 선조들은 숙주 박테리아의 전체를 탐하지 않고 숙주에게서 취해도 좋은 부분(부산물)만을 얻도록 적응하면서 숙주세포를 죽이지 않고도 자신을 증식시킬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 둘 사이의 적대적 관계는 오랜 기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청산되었다. 증오는 연민이 되었다."

_ 「마이크로 코스모스」,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지음, 홍욱희 옮김, 김영사, 2011년, 175~176쪽

◎ 책방 과학자의 생각

미토콘드리아는 먹이가 포식자의 일부가 된 극단적인 공생 상황에 있다. 비록 이 정도는 아니라 해도, 공생관계에는 늘 어떤 형태로든 갈등과 긴장이 존재한다. 공생이라고 하면 모든 것을 함께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각자가 자신의 고유한 영역을 유지한 채 다른 것과 공감하는 것. 그것이 공생이 아닐까. 각자 공감의 반경을 넓혀가다 보면 다른 것과 만나게 되는 시공간이 있을 것이다. 그 공감의 교집합 영역이 넓어지면 공생관계가 생긴다. 고립과 격리에 따른 '증오'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반경이 넓어지면서 '연민'이 된다. 공생의 발명이다.

(158-1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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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어렵기만 한 당신이 읽어야 할 책 - 조급하지 않게, 나답게 재테크하는 법
안도 마유미 지음, 정문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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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뭔지 알 수 없을 때 불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어요.

요즘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심상치가 않네요. 불확실성이 개인뿐 아니라 기업, 금융 시장을 비롯한 거의 모든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있어요. 코로나 시기보다 더 나빠졌다는 것을 체감할 정도로 심각하네요. 안팎으로 불안한 상황이 단번에 해결되긴 어려워보이니 답답할 따름이네요. 나라 경제는 어찌할 수 없지만 가계 경제는 내 할 탓이니 할 수 있는 걸 해야겠지요.

《돈이 어렵기만 한 당신이 읽어야 할 책》은 22년 차 머니 컨설턴트가 수백 개의 기업을 분석하고, 강연과 경영 상담을 통해 깨달은 돈 관리의 핵심을 알려주는 책이에요. 저자는 돈을 다루는 방식이 곧 삶의 방식이라면서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어요. 원칙 하나, 내 인생의 주인공은 돈이 아니다, 원칙 둘, 돈을 알려면 세상을 알아야 한다, 원칙 셋, 저축, 일하기, 투자 중 내가 잘하는 것을 한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건 돈이 목표가 아니라 돈으로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의미일 텐데, 자칫 돈을 좇느라 인생을 희생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해요. 돈을 위해서 사는 인생이 아니라 내 인생을 위해서 돈이 존재한다는 걸 기억해야 자기다운 삶,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어요. 그래서 저자는 재테크는 '나'에서 시작한다고 이야기하네요. 돈에 휘둘리지 않고 잘 이용하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돈을 힘들게 벌고, 모으고, 투자해 불리기 전에 먼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돈을 정리하는 거예요. 현재 자금 상황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앞으로 발생할 수입과 지출을 파악할 수 있어야 미래계획을 수월하게 세울 수 있어요.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돈뿐만이 아니라 물건,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것, 앞서 왜 돈을 다루는 방식이 곧 삶의 방식이라고 했는지, 자기다운 삶의 방식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한 이유를 알겠어요. 나를 알고, 돈을 알면 세상을 보다 잘 살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돈 이야기를 어렵게 생각하고 귀찮게 여긴다면 내 인생을 통째로 남에게 맡기는 꼴인 거죠. 여기에서는 돈 관리의 기본인 '나'로 시작하여 구체적인 저축, 일하기, 투자에 관한 방법들을 자세히 알려주는데, 이 책을 읽고나면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IRP(개인형 퇴직연금)을 챙기게 될 거예요. 돈 공부는 하지 않으면서 어렵다고 외면할 게 아니라 돈을 모은다는 심정으로 차곡차곡 금융 지식을 쌓아 자기답게 돈을 관리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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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크라임 이판사판
덴도 아라타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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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젠더라는 주제를 모두가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언제부턴가 젠더를 젠더 갈등으로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이 생겨난 것 같아요. 무엇이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나 자신의 편견부터 벗겨내야 할 것 같아요. 나는 아닐 거라고, 솔직히 스스로 좋게 포장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깊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 있어요. 우선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만연하고 있는 성범죄, 젠더 폭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끄집어내게 만든 소설이 있네요.

《젠더 크라임》은 덴도 아라타 작가님의 소설이에요. 이 소설은 나체로 발견된 중년 남성 시신으로 시작되는데, 뜻밖의 증거물이 큰 충격을 주네요. 구라오카 형사와 시바 형사가 한 팀이 되어 의문의 살인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일본 소설을 읽다보면 우리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면면을 보게 되네요. 일상적인 대화에서 무심코 내뱉는 말들이 결국은 그 사람들의 생각을 담고 있다는 것. 심각한 중범죄, 살인과 성폭행을 다룬 이야기라서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인간의 추악함을 마주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네요. 사실 소설, 드라마, 영화보다 더 끔찍한 실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에 두 눈을 크게 뜨고 봐야만 해요. 범죄자들, 우리 주변에서 평범한 이웃의 얼굴을 하고 있는 그들이 함부로 행동하지 않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혼자서는 할 수 없어요. 다 함께 노력해야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어요.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고통은 우리의 책임이라는 자세, 그러니 서로가 서로를 믿고 지켜줄 수 있는 마음이 먼저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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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청춘의 초상 - 조국의 독립에 바친 뜨거운 젊음, 한 장의 사진이 증언하는 찬란한 그 순간
장호철 지음 / 북피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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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를 흔드는 사람들, 과거에는 모두가 한마음이었을 텐데 지금은 갈라진 것 같아요.

지금 시점에, 조국의 독립을 위해 찬란한 청춘의 삶을 불살랐던 독립운동가들의 책을 읽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아요.

《독립운동가, 청춘의 초상》은 젊은 독립운동가 열여섯 명을 만날 수 있는 책이에요.

이 책에는 빛바랜 사진과 함께 독립운동가들을 한 명씩 소개하고 있어요. 앳된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스물여덟 살의 김란사, 스물일곱 살의 안창호, 서른세 살의 김알렉산드라, 서른두 살의 장인환, 서른 살의 안중근, 스물두 살의 이재명, 스물여섯 살의 김익상, 열여덟 살의 유관순, 서른네 살의 김상옥, 서른네 살의 나석주, 서른다섯 살의 김마리아, 서른세 살의 박자혜, 서른두 살의 이봉창, 스물네 살의 윤봉길, 서른일곱 살의 백정기, 스물다섯 살의 윤동주... 여기에 다 적을 수 없는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떠올리면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어요. 나라를 잃은 슬픔, 좌절에 굴복하지 않고 그들은 목숨을 걸고 투쟁했어요. 역사적 기념일마다 일제에 맞서 싸운 수많은 사람들과 독립운동가들을 기리고 있지만 대개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렀던 것 같아요.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 이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얼마나 어렵게 쟁취한 것인지를 잊고 있었으니 말이에요. 요근래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거짓 주장을 하는 이들 때문에 괴로울 지경이에요. 나쁜 면만 보면 화가 나지만 반대로 젊은 청춘들이 잘못된 나라를 바로잡으려고 거리로, 광장으로 나와 외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 희망이 보이기도 해요.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뜨거운 청춘들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역사는 흘러흘러, 우리는 21세기 대한민국에 살고 있고, 이제껏 겪어본 적 없는 위기에 직면하여 답답하고 괴로운 심정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의 힘을 일깨우는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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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특별보급판) - 사유와 열정의 오선지에 우주를 그리다 문화 평전 심포지엄 3
마르틴 게크 지음, 마성일 옮김 / 북캠퍼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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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후진음, 벨소리, 초인종 소리로 익숙한 멜로디가 있어요.

띠리리리 띠리 띠리리~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는 한때 일상생활에서 온갖 소음보다 더 자주 듣던 멜로디였고, <운명 교향곡>의 도입부, 빰빰빰빠~ 멜로디는 비극적인 상황을 희화화하는 BGM으로 자주 사용되곤 했었죠.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멜로디처럼 베토벤의 음악과 그의 생애는 알게 모르게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줬고, 여전히 베토벤이라는 현상 내지 우주로서 탐구하게 만든 것 같아요. 신기하게도 고독의 의미를 조금 깨닫는 시점에 베토벤 음악이 심장을 두드렸고, 베토벤을 알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거예요.

《베토벤》은 독일 음악학의 대가 마르틴 게크가 쓴 베토벤 평전이에요.

저자는 베토벤에 대한 전기를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고민했고, 베토벤에 대해서 권위를 내세우는 전문가로서의 위치가 아닌, 베토벤 음악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수많은 목소리로 이루어진 합창단의 한 일원으로서 소개하는 역할을 자처했네요.

"베토벤이라는 우주에는 아무리 확장되어도 변하지 않는 중심, 바로 베토벤의 작품들이 있다." (6p) 라고 했듯이 위대한 작곡가 베토벤을 이해하려면 그의 음악이 어떻게 탄생했고, 동시대뿐 아니라 후대에 등장하는 예술가와 사상가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알아야 해요. 그래서 이 책에서는 베토벤의 음악을 열두 개의 주제와 서른여섯 명의 역사적 인물과 함께 소개하고 있어요. 거인주의, 확고함, 자연, <에로이카>를 둘러싼 광기, 삶의 위기와 신앙심 그리고 예술이라는 종교, 환상성, 초월, 구조와 내용, 유토피아, 베토벤의 그림자, 베토벤의 명연주자들, 프랑스에서 베토벤이라는 각 주제마다 음악과 인물, 시대정신을 만날 수 있어요. 프리드리히 니체는 1874년 미완성 유고에 "셰익스피어와 베토벤은 공존한다. 가장 대담하고 미친 생각." (241p) 이라는 문장만 적어놨는데, 어떻게 두 인물을 언급했을까요. 베토벤은 제자 안톤 쉰들러가 피아노 소나타 op.31-2와 op.57을 이해하기 위한 열쇠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그냥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읽으세요."라고 답했다고 해요. 자세한 설명 대신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말한 이유는 베토벤 자신이 셰익스피어 전문가였고, 동시대인들에게 음악계의 셰익스피어로 통했기 때문인데, 음악을 프로스페로의 마법의 섬으로 비유한 거예요. "베토벤은 자신을 틀에 가두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의 음악을 규정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87p)라고 했던 글렌 굴드의 말이 가장 적절한 표현인 것 같아요. 위대한 작곡가 베토벤의 음악이 우리에게 준 선물은 예술이 전하는 자유와 진보가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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