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어스 - ‘또 다른 지구’와 미지의 생명체를 찾아서
리사 칼테네거 지음, 김주희 옮김, 이정은 감수 / 쌤앤파커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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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우주의 신비를 양파껍질마냥 한겹씩 매우 신중하게 벗겨내고 있는 이들이 있어요.

바로 과학자들, 천문학자들이에요. 우주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지식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다듬어진, 아직도 진행형의 지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어릴 때는 UFO, 외계인 등등 온갖 미스터리, 공상과학에 빠져서 당연히 외계인의 존재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이제보니 근거 없는 믿음이었더라고요. 지금까지 외계인을 목격하거나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사례들은 그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았고, 천문학자들도 외계 문명의 전파 신호를 찾고 있으나 아직 발견하지 못했지만 이것만으로 우주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지을 수 없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우주 생명체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무모한 믿음이 아닌 위대한 도전 과제로 바라보게 되네요.

《에일리언 어스》는 세계적인 천문학자 리사 칼테네거의 책이에요.

저자는 행성 모형 제작과 빛 지문 연구의 선구자로 현재 코넬대학교 천문학과 교수이자 태양계 안팎에서 생명체가 거주 가능한 행성과 위성을 찾는 연구를 진행 중인 칼 세이건 연구소 소장이라고 하네요. 외계 행성에서 생명체를 발견하는 방법을 알아낸다는 목표로 우주 탐사에 특화된 도구를 개발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우주 생명체 탐사라는 놀라운 여정을 소개하고 있어요.

먼저 과학자들이 우주 탐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관심을 가질 순 있지만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건 지구가 보호막을 두른 격리된 행성이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가까운 우주를 탐사하면서 주위 환경에 내재한 위험을 알게 됐고, 인류 문명의 극적인 종말을 막기 위한 우주 프로그램이 필요해진 거예요.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소행성을 의도적으로 밀어내는 데 성공했고, 행성을 탐사할 때는 탐사 경로를 신중히 계획하고 목표 행성을 지나치지 않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요.

이 책은 천문학자가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우주 탐사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우주의 경이로움과 흥분을 느꼈던 저자의 어린 시절이 빛의 시간과 맞물려 '인터스텔라' 영화를 떠올리게 만드네요. 오늘 밤 망원경으로 이웃 항성 프록시마켄타우리를 관찰한다면, 우리가 보게 될 빛은 현재 네 살 아이가 태어났을 당시 방출된 빛이라는 것, 밤하늘을 수놓은 별의 빛은 우리 눈에는 '현재'인데 별의 입장에서는 '과거'인 거예요. 우주를 건너 온 빛은 우리 과거와의 연결고리라는 점이 신비롭고 아름답게 느껴져요. 재미있는 건 우주에서 생명체를 탐색하기 위한 열쇠가 지구인데, 정작 우리가 지구에 대해서도 알아내야 할 것들이 많다는 점이에요. 또한 생명체란 무엇인지, 모든 과학자가 동의하는 생명체의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는 게 너무 의외였어요. 훌륭한 과학자들 덕분에 수많은 퍼즐 조각들을 구했지만 거대한 퍼즐이 언제 완성될지는 알 수 없어요. 오스트리아 작은 마을 출신의 소녀가 현재 최고의 국제적인 연구팀에 소속되어 우주 생명체를 탐사하고 있듯이, 우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어요. 새로운 행성들은, 어쩌면 자신을 발견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요. 우주 생명체 탐사로 출발하여 지구, 인류, 그리고 나로 돌아오는 멋진 여정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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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주의보 - 제8회 윤석중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이금이 고학년동화
이금이 지음, 양양 그림 / 밤티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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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동화는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 근데 아이들의 마음이 궁금한 사람들이 읽어야 할 이야기인 것 같아요.

'난 아이도 없는데 굳이 아이의 마음까지 알아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아이'가 본인 마음 속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읽어보니 알겠더라고요, 가장 선명하게 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동화라는 걸 말이죠.

《건조주의보》는 이금이 작가님의 동화집이에요.

이 책에는 모두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각 이야기마다 다섯 아이의 마음이 잘 담겨 있어요.

<건조주의보>에서는 가족 모두가 건조증인데 혼자만 건조증에 걸리지 않아 속상한 '건우'의 마음이, <닮은꼴 모녀>에서는 엄마와 티격태격하면서도 엄마를 꼭 닮은 '민지'의 마음이, <요술 주머니>에서는 신기한 복주머니 때문에 천사인지 악마인지 알 수 없는 목소리를 듣게 된 지유의 마음이, <이상한 숙제>에서는 '아름다운 사람 찾아보기' 숙제를 하는 해빈의 마음이, <사료를 드립니다>에서는 캐나다 유학 때문에 반려견 장군이를 임시 보호로 맡긴 장우의 마음을 만날 수 있어요. 어떤 마음인지 너무 잘 알 것 같아서 속상했다가 슬며시 웃었다가 고개를 끄덕이게 됐네요.


억울하고 슬퍼도 눈물 안 나오게 안구 건조증은 내가 걸리고 싶다.

그런데 아빠와 엄마도 건조증에 걸렸다. 아빠는 온몸이 가려운 피부 건조증, 엄마는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는 구강 건조증.

"엄마, 나는 왜 아무 건조증에도 안 걸려?"

한 가족인데 나만 괜찮으니 이상했다.

"네가 뭐 하는 게 있다고 걸려?"

엄마가 어이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17p)


언제부턴가 눈도 건조하고, 피부도 건조해지면서 마음도 바짝 말라버린 것 같아요. 정말 세상이 점점 메말라가는 느낌이 들어요. 근데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제 마음이 촉촉해졌어요. 마지막에 실려 있는 작가의 말을 보니, 이 책은 2012년 출간된 『사료를 드립니다』의 개정판인데, 다섯 편의 이야기를 잘 아우르는 것이 "건조주의보"라서 제목을 바꾸었다고 하네요. 우리 일상에서 '건조주의보'는 건조한 날씨로 산불 등 화재 위험이 높아져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데, 마음 날씨도 건조해지면 건조주의보를 발령해서 신경써야 할 것 같아요. 서로 싸우거나 미워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나누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이금이 작가님의 동화 덕분에 반성하고 다짐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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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울의 내가
현호정 지음 / 사계절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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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한 방울의 내가》는 현호정 작가님의 소설집이에요.

책을 펼치기 전, 묘하게 번쩍이는 표지 위에 그림을 한참 바라보았네요. 붉은 동공, 속눈썹, 푸른 눈물 방울... 그리고 날아가는 새들.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했는데, 신기하게도 처음 책표지 그림을 봤을 때의 느낌이 겹쳐져서 더욱 선명해진 그림이 보였어요. 모두 일곱 편의 단편이 있는데, 저마다 독특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네요. 나뉘어져 있지만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진 듯, 감정의 거대한 강물이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인지를 설명하려면, 약간의 도움이 필요한데 각 이야기의 첫 문장을 소개하고 싶어요. "흰 새들이 언 땅에 내려앉는다." (9p) _ <라즈베르 부루 , Raspberry BorO>, "애초에 금조 청과에서 점원이 할 일은 없었다." (31p) _ <돔발의 매듭 , Dombal's oooooooooooooooooooOO>, "세상은 끝장날 힘마저 잃었음을 부정했어요." (53p)_ <~~ 물결치는 ~ 몸 ~ 떠다니는 ~ 혼 ~~, ~~ Oo ~~>, "꿈에 연필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83p)_ <연필 샌드위치 o=O Sandwich>, "이번 생의 나는 웅덩이인 모양이었다." (105p)_ <한 방울의 내가 , As O of you>, "...... 당신에게 가려구요." (136p)_ <청룡이 나르샤 , drag On blues >, "민나는 민나의 어머니보다 먼저 태어났다." (175p)_ <옥구슬 민나 , Minnah O lord> 까지 단편 제목도 한글과 영문을 같이 봐야 해요. 알파벳 소문자와 대문자의 위치,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o', 물결 (~) 표시와 수학 기호 중 등호(=)가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는지, 각자 자유롭게 짐작할 수 있어요. 소설이라서 가능한 상상들, 어쩌면 소설처럼 쓰여졌지만 실은 '아직 끝나지 않은 연작 시' 같다고 느꼈어요. 시를 읽는 것 같기도 하고, 난해한 그림을 보는 것 같기도 해서 머릿속에서 제멋대로 기억과 생각들이 쏟아졌네요. <~~ 물결치는 ~ 몸 ~ 떠다니는 ~ 혼 ~~, ~~ Oo ~~>에 나오는 부랑자와 K의 대화를 보다가 어린 시절에 혼자 상상했던 유체이탈의 느낌이 떠올랐고, <한 방울의 내가>를 읽을 때는 중학교 시절 국어시간에 친구가 나를 '물'에 빗대어 쓴 글이 생각났어요. 현호정 작가님의 소설은 감정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 것 같아요. 미간을 찌푸리며 잔뜩 집중해서 볼 때는 하나도 안 보이다가 눈동자의 초점을 풀고 흘깃 바라볼 때 보이는 찰나의 그것, 근데 그걸 뭐라고 설명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훅 빨려들어온 공기마냥 가슴 속 어딘가에 묘한 감정을 남겼네요. <모래 위의 H , H on the O> 라는 제목의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H를 통해 현호정이라는 사람은 어떤 내면 아이를 품고 있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네요. 어찌됐든 한 방울의 '나'를 자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네요. 작년 5월 연극으로 올린 <한 방울의 내가> 희곡이 마지막에 실려 있는데, 웅덩이 상태의 물인 '나'의 대사를 보니 소설보다 더 입체적으로 '나'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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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익스프레스 - 한 권으로 빠르게 끝내는
김영석(써에이스쇼) 지음, 김봉중 감수 / 빅피시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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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세계사 익스프레스》는 한 권으로 끝내는 세계사 책이에요.

인류의 역사를 이야기하자면 매우 길고 방대한 내용일 텐데 이 책은 한 권으로 압축하여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어요. 역사에 관심은 있지만 방대한 분량에 막막했던 사람들을 위한 친절한 세계사 안내서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제목처럼 칙칙폭폭 단숨에 역사적 사건, 결정적 장면들을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네요. 세계사를 공부해야지 맘 먹는 건 부담감이 있지만 '세계사 이야기를 읽어볼까?'라고 생각하면 편안하게 읽을 수 있거든요. 시대 순으로 고대, 중세, 근세와 근대, 현대까지 각 시대별 주요 사건들만 쏙쏙 골라 정리하고 있기 때문에 술술 읽어가면서 전체적인 세계사의 흐름과 맥락을 이해할 수 있어요. 각 시대마다 첫 부분에 연표와 지도가 있어서 자신이 읽는 부분이 세계사 속 어디쯤인가를 확인할 수 있고, 다 읽고 난 뒤에는 세계사 익스프레스의 노선도처럼 머릿속에 기억되는 효과가 있네요.

여기서 한 걸음 더, 결정적 지역으로 들어가는 심화 과정이 있어요. 세계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고대 로마 문명, 인류 역사상 최고의 전략 전쟁인 포에니 전쟁 중 칸나에 전투, 중동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과 전쟁,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가 된 러시아, 분열과 통합을 반복하며 대국을 이룬 나라인 중국,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가인 미국을 거쳐 초강대국의 미래를 예측하는 시나리오가 나오는데, 강대국의 역사를 깊이 들여다봄으로써 복잡한 국제 정세를 파악할 수 있어요. 고대 문명으로 출발해 현대에 이르기까지 힘의 우열에 따른 세계질서는 근대 이후 미국이 주도해왔으나 중국이라는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으로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3주년을 맞으며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이라는 엄청난 변수가 국제질서에는 불확실성을 가져왔고, 미국과 주변국의 관계는 기존 경로를 벗어나 복잡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어요. 인류 역사에서 지금처럼 세계가 하나로 긴밀하게 연결된 적은 없을 거예요. 지구촌 어디라도 쉽게 연결되는 시대인 만큼 공존과 협력을 위한 정책이 필요한데 트럼프가 다시 등장하여 세계 질서를 파괴하고 있으니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네요.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세상을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현재의 일과 과거의 일을 연결하여 미래를 여는 안목을 기를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세계사 익스프레스'는 세계의 역사를 이해하고 배우는 첫걸음이자 흥미로운 세계사 이야기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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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모를 버렸습니다
정희승 지음 / 작가의집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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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일본의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기타노 다케시는,

"가족이란 누가 보지 않는다면 갖다 버리고 싶은 존재"라고 말했대요.

아마 이 말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꽤 있지 않을까 싶네요. 화목하고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란 어찌나 드라마 같은지, 현실에서는 가끔 맑고 때때로 흐리거든요. 근데 누군가는 폭풍우 속에 홀로 견디기도 한다는 걸, 빛이 있는 곳에서 나고 자라지 않아도 스스로 빛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네요.

《나는 부모를 버렸습니다》는 치열한 생존과 놀라운 치유의 여정을 담은 책이에요.

첫 장은 추천사로 시작되는데, 이 모든 이야기가 허구가 아닌 실제 겪은 일이라는 점을 저자의 주치의가 알려주고 있어요.

"사실은 땅이었어야 하는, 집이어야 하는 부모로부터 받은 끔찍한 학대는 땅에 발을 디뎌도 육지 멀미를 하게 하는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깁니다. 편안한 삶으로 걸어갈 걸음조차 집어삼켜 버리기 일쑤입니다. 그녀는 심리적으로 땅 위를 편하게 걸어본 적도, 안정적인 집(가정)이라는 것이 어떻게 생긴 지도 모릅니다. 몰랐을 그녀가 바닷가에서 스스로 걷고 보이는 모든 재료를 모아 손이 헐도록 집을 멋지게 지어 올리며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울 여유도 없이 헤엄쳐야 했던 어린아이에서 멋진 어른으로 성장한 그녀가... 다시 씩씩하게 걷고 뛰었습니다." (8-9p)

자신의 불행한 가족사를 입밖으로 꺼내기도 힘든데 글로 써서 책으로 펴낸다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용기와 희망 그 자체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저자는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가족이라는 가면을 쓰고 가족의 영혼을 파괴하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저의 삶의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저처럼 말하지 못하고 숨기며 살아온 상처 받은 이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악마의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가족의 가면을 쓴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저의 이야기를 고백하는 이유입니다." (17p)라고 말했는데, 이것이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예요. 악마, 이것 말고는 달리 표현할 단어가 없네요. 그 악마는 저자의 친부였어요. 그녀는 악마에게서 벗어나 당당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고, 비로소 빛이 있는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어요. "나는 부모를 버렸습니다"라는 문장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외침이자 선언으로 들렸네요. 친족 성범죄 피해자, 정신과 의사는 이들을 트라우마 생존자라고 하는데, 그만큼 그들은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응원과 지지를 받아야 해요. 아무 잘못 없는 이들이 왜 고통 속에서 숨어지내야 하나요. 저자는 괴물을 피하기만 하고 싸우지 않으면 괴물과 함께 침몰한다고, 그러니 이제 괴물과 맞서 싸우라고, 침몰하는 어두운 세계와 작별하라고, 그래야 빛이 나는 세상과 만날 수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책을 덮으면서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가 떠올랐어요. "주님,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용서를, 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받기 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그 존재만으로도 사랑스럽고 소중하다는 걸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가족이란 혈연이 아닌 사랑하는 마음으로 연결된 관계라는 것, 함께 있어 행복한 이들이 나의 가족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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