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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만든 30개 수도 이야기 - 언어학자와 떠나는 매력적인 역사 기행
김동섭 지음 / 미래의창 / 2024년 12월
평점 :
"수도의 역사는 그 나라 역사의 축소판이다.
찬란한 영광의 주인공이었던 수도들도 있었고, 천 년 이상 수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수도들도 있다. 수도 역시 생로병사의 순환을 이어간다. 단지 그 과정이 수도마다 차이가 있을 뿐이다." (419p)
《세계사를 만든 30개 수도 이야기》는 김동섭 교수님의 책이에요.
우선 저자는 어원 전문 언어학자이자 프랑스어문학 전공 교수로서 프랑스 언어학, 문화인류학, 신화학, 라틴어 등을 가르치고 있고, 언어라는 렌즈로 세계사를 다각도로 조명하며 흥미롭게 풀어내는 역사 스토리텔러라고 하네요. 이번 책에서도 한 나라의 수도를 중심으로 지명의 어원에 담긴 흥미로운 지식과 함께 세계사를 이끈 수도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첫 장을 펼치면 세계지도 위에 서른 개의 수도 위치가 빨간 원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세계사 중심에 있었거나 지금도 그 자리에 있는 수도를 통해 세계사 여행을 떠날 수 있어요. 저자의 말처럼 수도는 이동하는 권력이라서 수도를 보면 역사가 보이네요. 제국의 수도인 로마, 콘스탄티노플, 카라코룸, 북경, 빈, 모스크바, 테헤란, 바그다드를 통해 왕조의 흥망성쇠를, 유럽의 수도인 파리, 런던, 베를린, 마드리드, 아테네, 스톡홀름, 베른, 바르샤바를 통해 세계사의 흐름을 주도했던 유럽의 역사를, 아시아와 중동의 수도인 도쿄, 방콕, 자카르타, 뉴델리, 예루살렘, 카이로, 리야드를 통해 유럽 이전의 세계사를, 신대륙의 수도인 워싱턴, 오타와, 멕시코시티, 브라질리아, 브에노스아이레스, 캔버라, 케이프타운을 통해 현대사를 살펴볼 수 있어요. 2024년 파리 올림픽의 하이라이트는 센강에서 펼쳐진 개회식이었는데, 각국 선수단이 배를 타고 입장한 이유는 파리시 문장과 관련이 있다고 하네요. 파리시 문장에서 붉은색은 파리의 수호성인 생드니의 피를 상징하고, 파란색은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며, 백색은 프랑스 왕실을 상징하여 삼색기가 되는 것이고, 문장의 중앙에 넘실거리는 강물 위에 흔들리는 배 한 척은 중세 유럽의 중요한 운송 수단을 표시한 거예요. 여러 도시들이 센강을 통해 파리와 연결되어 있었고, 파리시의 수상인 조합이 수상 무역의 독점권을 가지고 있어서 파리시의 세원을 책임졌다고 하네요. 이러한 역사를 보여주려는 의도였던 거죠. 파리시 문장에 적힌 라틴어 모토는 "흔들리지만 가라앉지 않는다 Fluctuat nec mergitur", 즉 시련이 있어도 실패는 없다라는 뜻인데 고난의 순간에 힘을 낼 수 있는 명언인 것 같아요. 수도 이야기 속에서 역사, 문화 그리고 인물들까지 다양한 세계사를 만날 수 있어서 흥미롭고 유익했네요.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 이야기는 짧지만 강렬한 여운이 있네요. 본래 서울은 신라의 수도인 서라벌에서 유래한 일반 명사였는데 지금은 고유 명사가 되었고,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도시가 되었지만 과거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해요. 조선의 국왕 선조와 인조는 무능한 데다 권력욕이 강하며, 수도를 버리고 도주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무능하고 파렴치한 군주 때문에 무너진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민초들, 역사는 반복되기에 우리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해요. 현재 수도는 서울특별시, 행정수도는 세종특별자치시인데, 앞으로 대통령실과 국회의사당까지 이전하게 될지는 지켜볼 일이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