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1 : 논어 - 불멸의 가르침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1
채지충 지음, 이신지 옮김 / 들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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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릴 때는 만화를 보는 것이 일탈로 느껴질 정도로 어른들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어요.

진짜 만화가 유해하고 나쁜 것이라면 지금처럼 인기를 누리고 사랑받는 일은 없었을 거예요. 요즘은 재미있고 유익한 만화들이 많아서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어요. 어려운 동양철학을 만화로 쉽게 풀어낸 시리즈가 나왔네요.

《논어 : 불멸의 가르침》은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시리즈 첫 번째 책이에요.

동양철학에서 <논어>는 빼놓을 수 없는 고전이라서, 논어 원문을 해석하거나 연령대별로 소개한 책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만화로 보는 논어는 처음이네요. 일단 만화라서 좋은 점은 그림이라서 보기 편하고, 내용도 술술 읽힌다는 점이에요. 원래 이 책은 '만화 중국 제자백가사상'으로 전 세계 21개 언어, 45개 판본으로 번역 출간된 스테디셀러 만화 시리즈라고 하네요. 어쩐지 그림체가 낯이 익더라니 중국 고전 시리즈 만화로 본 것 같아요. 이번에 새롭게 들녘 출판사에서 나온 시리즈는 전 8권으로 만화를 통해 동양철학의 핵심을 배울 수 있어요.

1권에서는 공자의 일생과 그의 가르침이 담긴 논어의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요.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역사가로 꼽는 사마천은 공자에 대해 이렇게 기록했다고 해요. "『시경』에 '숭고하고 험준한 높은 산은 우리가 우러러 보는 대상이고, 위대한 덕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공자는 평범한 베옷을 입은 사람으로서 수십 세대에 걸쳐 영향을 미쳤다. 지식인 중 공자를 스승으로 여기지 않은 사람이 없으니, 진정 최고로 존엄한 성인이라 할 수 있다!" (53p) 생전에 공자는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학생들을 모두 받았고, 재능에 따라 가르쳤다고 해요. 바로 그 제자들이 공자의 언행을 모아 엮은 책이 <논어>인 거예요. 유교는 공자가 체계화한 사상인 유학의 학문을 일컫는 말이며, 훌륭한 스승 아래 훌륭한 제자들이 일궈낸 결과물인 <논어>를 통해 유교 사상이 널리 전파된 거예요.

논어 제2편 위정 1장을 보면, <덕으로 정치해야 한다> 라는 제목 아래에 "나라를 다스릴 때는 덕(德)으로 백성을 감화해야 한다. 그리하면 백성이 모두 와서 한결같이 따를 것이다. 이는 마치 북극성이 제자리에 조용히 있고 많은 별이 그 북극성을 중심으로 도는 것과 같도다." (57p) 라고 적혀 있어요. 공자는 철저한 현실주의자로 그의 사상은 실천을 전제로 한 도덕이 핵심을 이루고 있어요. 그래서 <논어>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군자'는 덕이 있고 어진 사람으로 유교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인간형이에요. 공자는 제자들을 가르칠 때 자주 군자와 소인을 대비하여 어떤 인간이 바람직하며, 사회의 지도자가 되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어요. 논어 제16편 계시 10장을 보면, <군자의 아홉 가지 깊은 생각>이 나와 있어요. "군자가 깊이 생각해야 할 아홉 가지가 있으니, 볼 때는 명백히 보았는지 생각하고, 들을 때는 총명하게 들었는지 생각하고, 표정이 부드러운지 생각하며, 태도는 공손한지 생각하고, 말할 때는 충실한지 생각하고, 일할 때는 신중하고 성실한지를 생각하고, 의혹이 생기면 질문을 생각하고, 화가 날때는 후환을 생각하고, 이득을 보면 의로운가를 생각해야 한다." (119p) 이 내용을 뒤집어 보면 아홉 가지 깊은 생각을 통해 군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인 거죠.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말을 하며, 어떠한 태도로 행동하는지를 통해 군자가 될 수도, 소인이 될 수도 있는 거예요. 중국 역사상 가장 혼란했던 춘추전국시대의 위대한 사상가 공자의 가르침을 한 권의 책으로 배울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네요. 저자 채지충 만화가는 "얇은 만화책 한 권이 이토록 심오한 삶의 철학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독자들이 한 시간 안에 다 읽을 수 있는 만화 한 권을 그리고자 했을 뿐입니다. 바로 그 한 시간의 독서가 동양철학에 대한 개략적인 이해와 함께 흥미를 주고, 이후의 학습 탐구로의 마중물이 되어 줄 것입니다."라고 한 것은 겸손의 표현일 뿐이지, 핵심을 전하는 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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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말 - 법정에 쏟아진 말들, 그 속에 숨겨진 범죄의 흔적
송영훈.박희원 지음 / 북플랫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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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애초에 말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라는 부질없는 상상을 할 때가 있어요.

그만큼 말로 인해 벌어지는 갈등과 혼란이 너무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나쁜 짓을 서슴치 않는 자의 거짓말은 악행의 연장선이네요.

《죄와 말》은 법정에 쏟아진 말들을 다룬 책이에요. 이 책은 CBS 사회부 기자 두 사람이 수많은 사건을 취재하며 법정의 언어를 기록한 법정 이야기예요. 법정에서 재판이란 검사와 변호사의 치열한 법리 싸움이며, 말로 다투는 듯 보이지만 범죄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기 때문에 신빙성 없는 말보다는 명백한 증거가 우선한다고 볼 수 있어요. 저자들은 그 재판 과정을 '살인의 말', '단죄의 말', '국가의 말'로 나누어 그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잘못을 저지른 자가 처벌받는 것이 마땅한데, 재판에서는 "공소사실은 범죄가 되지 않음에 해당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184p)라고 판결한 내용을 보면서 분노를 느꼈네요. 부적절한 행위가 분명하고 처벌 필요성은 있지만 처벌할 수 없다는 법적 판단이 몹쓸 인간들에게는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구멍이 되고 있어요.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 11조에 적혀 있듯이, 사람들은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법이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법이라고 말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차별이 만연해 있네요. 법을 모르는 이들, 돈과 권력이 없는 보통 사람들에게 법의 문은 좁고 위험한 반면, 소위 법을 알고 돈과 권력을 쥔 자들에게 법의 문은 활짝 열려 있으니 말이에요. 그러나 국민 모두가 생중계로 지켜본 내란을 전면 부정하면서,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자와 이를 동조하는 자들의 헛소리, 거짓말은 도저히 감춰지질 않네요. 어디까지 헌법과 국민을 무시할 수 있는지 지켜볼 일이네요. 법을 전공하거나 재판 당사자가 아닌 이상 재판을 방청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잘 몰랐던 법정의 말들과 사회적 논란이 됐던 사건들을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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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세계사 - 세계를 뒤흔든 결정적 365장면 속으로!
썬킴 지음 / 블랙피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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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킴 쌤의 그날의 세계사, 365일 역사 속 오늘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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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세계사 - 세계를 뒤흔든 결정적 365장면 속으로!
썬킴 지음 / 블랙피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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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와 함께 첫 장을 여는 달력,

그 달력을 보면서 가장 먼저 챙기는 건 자신을 포함한 가족, 지인들의 생일과 각종 기념일, 공휴일이에요. 각자 중요하게 여기고, 의미를 둔 날들이 있을 텐데, 그 모든 날들을 모아 본다면 어느 하루도 소중하지 않은 날이 없을 거예요. 언젠가 문득 '역사 속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겨서 찾아본 적이 있어요. 오늘은, 누군가에겐 평범한 하루일 수 있지만 세계사 속 오늘은 역사를 뒤흔든 결정적 사건들이 일어났다는 것. 어렵고 고리타분한 역사의 단편적 지식 대신 하루 한 장씩,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소개하는 책이 나왔어요.

《그날의 세계사》는 일 년 365일, 역사 속 오늘을 되짚어보는 책이에요.

저자는 유명한 역사 스토리텔러인 썬킴 쌤이에요. "역사란 것은 단편적인 사건이 아니라 흐르는 시간 위에서 서로 연결되어 흐르는 거대한 물결입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모든 역사적 사건들은 서로 다 연결되어 있다'란 부분입니다. ... 누구에게나 공정한 일 년 365일이란 날들에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 중 가장 의미 있고 중요한 사건을 하나의 시간표로 정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란 생각을 했던 겁니다. ...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이 지구에 살았던 우리 동료들이 하루하루를 어찌 살았는지 여행을 떠나 볼까요?" (4-5p)

오늘의 역사를 하나하나 고이 엮어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도록 돕는, 세계사 가이드북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모든 역사를 다룰 순 없지만 '오늘'에 초점을 둔 그날의 사건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네요. 첫 장에는 세계 지도가 그려져 있고, 각 달마다 역사적 사건의 장소와 날짜가 표시되어 있어요.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썬킴 쌤이 뽑은 365일의 결정적 사건을 통해 그날의 세계사를 알 수 있어요.


01월 09일

1905년 1월 9일, '먹을 것을 주세요' 시위를 벌이던

비무장 농민 · 노동자 시위대에게 러시아군이 발포를 했다.

당시 러시아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무려 1,000명 이상 사망한 비극이 벌어진, '피의 일요일'로 불리는 날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유혈 진압으로 인해 제정(황제가 통치하는) 러시아는 결국 망한다. 기억하는가? 1905년이 어떤 해인지?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일본에 의해 거의 초토화되던 시점 아닌가? 당연히 러시아 민중들은 '먹을 것도 없는데 쓸데없는 전쟁까지 하면서 젊은이들은 죽어 나가고 있다'라며 황제에게 '제발 전쟁을 멈추어 주시고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소서'란 읍소의 시위를 벌인 것이다. 당시 러시아 민중들 사이에선 황제가 곧 신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신인 황제가 자신들의 호소를 자비롭게 받아 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돌아온 건 황제를 호위하던 군대의 총알이었다. 믿었던 신에게 배신당한 러시아 민중은 곧 혁명을 일으키고 러시아를 멸망시킨다. (20p)


러시아 혁명은 한두 명의 개혁가들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무능하고 잔혹한 황제를 향한 민중의 분노로 시작된 거예요. "백성의 신망을 잃으면 나라가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한비자의 말처럼 민심을 잃은 군주는 가장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보여주는 내용이네요. 우리 역사 속 오늘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1593년 1월 9일은 임진왜란 중 왜병에 함락된 평양성을 탈환한 날" 이라서 책 귀퉁이에 적어놓았어요.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 격인데, 내가 찾아낸 의미 있는 그날의 사건을 책속에 적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차곡차곡 쌓이면 '내가 뽑은 그날의 세계사'를 따로 정리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과거의 사건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전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요근래에는 온몸으로 체득하는 중이네요. 한강 작가님은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서 "과거가 현재를 구할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거꾸로 뒤집어야 한다고, 실제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있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어요. 지나간 과거의 역사를 배우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우리는 똑똑히 목격하고 있고, 그 현장에 서 있네요. 오늘의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한 사람이 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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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엔 나의 서점이 있다
마리야 이바시키나 지음, 벨랴코프 일리야 옮김 / 윌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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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정말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져요.

서점에 들러 새로 나온 책들을 살펴보고, 좋아하는 코너 귀퉁이에서 훑어보며 보내던 때가 있었죠. 동네 서점이 점점 사라지는 동안, 그 빈 자리를 아쉬워하다가 어느새 잊고 말았네요. 그러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는, 퍼득 떠올랐네요. '아, 내가 참 좋아하던 장소였구나.'라고요.

《어딘가엔 나의 서점이 있다》는 마리야 이바시키나 작가님의 그림책이에요.

'그림책은 아이들이 보는 게 아닌가?'라는 편견이 있었다면, 이 책을 통해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이 책에는 저자가 소개하는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스물다섯 곳의 매력적이고 특별한 서점이 나와 있어요. 따스한 그림체로 서점의 전경을 보여주고, 서점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왠지 설렜네요. 어릴 때부터 책이 많은 곳에 가면 이상하게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려서 이게 무슨 감정인가 싶었는데, 그냥 좋았던 것 같아요. 어쩐지 이 책을 보면서 다시 아이가 된 것처럼 즐거웠어요. 처음 알게 된 세계의 서점들이 신기하고 새로웠네요. 유서 깊은 서점들도 멋지지만 그리스의 아틀란티스 북스는 산토리니의 아름다움에 반한 친구들이 모여 2004년 문을 연 서점이라는 사실이 끌렸네요. 한때 선장의 집으로 쓰였던 장소를 책방으로 변신시킨 친구들이 누구인지 궁금했고, 아름다운 산토리니에 자리한 그곳의 실제 모습이 알고 싶어서 찾아봤는데, 진짜 동화 속에 나오는 신비로운 책방 느낌이었네요. 그림책 속 그림처럼 실제로 존재하는 책방이라니, 가보고 싶어요. 역시나 알면 알수록 해보고 싶은 것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서점은 제주도에 있는 '책방 소리소문'과 '평산책방'이 나와 있어서 무척 반가웠어요. 책 제목처럼 세상은 넓고 그 어딘가엔 내가 꿈꾸던 서점이 있다는 것, 그게 가장 설레는 부분이었네요.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세계여행인데 책을 주제로 서점과 도서관을 찾아 떠나는 여행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근데 진짜 나의 서점은, 멀리 어딘가에 있는 그곳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세계의 여러 서점을 둘러보고 나니, 나의 서점을 꿈꾸게 되는 멋진 그림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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