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날의 세계사 - 세계를 뒤흔든 결정적 365장면 속으로!
썬킴 지음 / 블랙피쉬 / 2024년 12월
평점 :
새해와 함께 첫 장을 여는 달력,
그 달력을 보면서 가장 먼저 챙기는 건 자신을 포함한 가족, 지인들의 생일과 각종 기념일, 공휴일이에요. 각자 중요하게 여기고, 의미를 둔 날들이 있을 텐데, 그 모든 날들을 모아 본다면 어느 하루도 소중하지 않은 날이 없을 거예요. 언젠가 문득 '역사 속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겨서 찾아본 적이 있어요. 오늘은, 누군가에겐 평범한 하루일 수 있지만 세계사 속 오늘은 역사를 뒤흔든 결정적 사건들이 일어났다는 것. 어렵고 고리타분한 역사의 단편적 지식 대신 하루 한 장씩,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소개하는 책이 나왔어요.
《그날의 세계사》는 일 년 365일, 역사 속 오늘을 되짚어보는 책이에요.
저자는 유명한 역사 스토리텔러인 썬킴 쌤이에요. "역사란 것은 단편적인 사건이 아니라 흐르는 시간 위에서 서로 연결되어 흐르는 거대한 물결입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모든 역사적 사건들은 서로 다 연결되어 있다'란 부분입니다. ... 누구에게나 공정한 일 년 365일이란 날들에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 중 가장 의미 있고 중요한 사건을 하나의 시간표로 정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란 생각을 했던 겁니다. ...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이 지구에 살았던 우리 동료들이 하루하루를 어찌 살았는지 여행을 떠나 볼까요?" (4-5p)
오늘의 역사를 하나하나 고이 엮어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도록 돕는, 세계사 가이드북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모든 역사를 다룰 순 없지만 '오늘'에 초점을 둔 그날의 사건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네요. 첫 장에는 세계 지도가 그려져 있고, 각 달마다 역사적 사건의 장소와 날짜가 표시되어 있어요.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썬킴 쌤이 뽑은 365일의 결정적 사건을 통해 그날의 세계사를 알 수 있어요.
01월 09일
1905년 1월 9일, '먹을 것을 주세요' 시위를 벌이던
비무장 농민 · 노동자 시위대에게 러시아군이 발포를 했다.
당시 러시아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무려 1,000명 이상 사망한 비극이 벌어진, '피의 일요일'로 불리는 날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유혈 진압으로 인해 제정(황제가 통치하는) 러시아는 결국 망한다. 기억하는가? 1905년이 어떤 해인지?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일본에 의해 거의 초토화되던 시점 아닌가? 당연히 러시아 민중들은 '먹을 것도 없는데 쓸데없는 전쟁까지 하면서 젊은이들은 죽어 나가고 있다'라며 황제에게 '제발 전쟁을 멈추어 주시고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소서'란 읍소의 시위를 벌인 것이다. 당시 러시아 민중들 사이에선 황제가 곧 신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신인 황제가 자신들의 호소를 자비롭게 받아 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돌아온 건 황제를 호위하던 군대의 총알이었다. 믿었던 신에게 배신당한 러시아 민중은 곧 혁명을 일으키고 러시아를 멸망시킨다. (20p)
러시아 혁명은 한두 명의 개혁가들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무능하고 잔혹한 황제를 향한 민중의 분노로 시작된 거예요. "백성의 신망을 잃으면 나라가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한비자의 말처럼 민심을 잃은 군주는 가장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보여주는 내용이네요. 우리 역사 속 오늘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1593년 1월 9일은 임진왜란 중 왜병에 함락된 평양성을 탈환한 날" 이라서 책 귀퉁이에 적어놓았어요.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 격인데, 내가 찾아낸 의미 있는 그날의 사건을 책속에 적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차곡차곡 쌓이면 '내가 뽑은 그날의 세계사'를 따로 정리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과거의 사건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전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요근래에는 온몸으로 체득하는 중이네요. 한강 작가님은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서 "과거가 현재를 구할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거꾸로 뒤집어야 한다고, 실제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있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어요. 지나간 과거의 역사를 배우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우리는 똑똑히 목격하고 있고, 그 현장에 서 있네요. 오늘의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한 사람이 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