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황제의 수의 - 1453년 비잔티움 제국 마지막 황제를 만난 소년의 이야기
질 패튼 월시 지음, 김연수 옮김 / 히스토리퀸 / 2025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황제의 수의》는 질 패튼 월시의 역사 소설이에요.
저자는 영국 소설가이자 아동 작가로, 본명은 '길리언 아너린 메리 블리스'이고, 역사 고증을 지키면서 역사 교훈을 살린 중세 역사 동화를 주로 집필해왔으며, 1974년 집필한 이 작품으로 휫브레드상(현재 코스타상) 수상을 했고, 1993년 집필한 중세 철학 소설 《천사의 지식》은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2020년 케임브리지셔 헌딩턴에서 사망했다고 하네요. 왜 중세였을까요, 중세 역사가 어떤 매력이 있길래 중세 이야기만 썼는지 궁금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조금 알 것 같아요. 이 소설은 1453년 비잔티움 제국의 최후, 콘스탄티노폴리스 공방전을 그려내고 있어요. 비운의 마지막 황제 콘스탄티노스 11세는 몰락한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폴리스를 끝까지 지켜내고자 용감하게 싸웠어요. 바로 그 순간을 생생하게 그려내고자 황제 곁에 운명적으로 나타난 잉글랜드 소년 피어스 바버가 등장해요. 꿈의 예언과 해몽에 따르면, 황제 곁에 한 사람이라도 존재하는 한 도시가 소멸하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마침 난파선에서 뚝 떨어진 소년이 나타난 거예요. 황제는 행운을 발견했다는 의미로 소년에게 브레티키라는 이름을 지어줬고, 그때부터 소년은 황제의 모든 순간들을 함께 하며 지켜보게 되는데... 과연 꿈의 예언대로 제국을 지킬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미 제국의 역사를 알고 있지만 그 운명을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야 해요. 위기가 오기 전, 황제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사람들에게 이렇게 연설했어요.
"··· 늘 그래왔듯이, 변함없고 아량있게 용기를 가지고, 우리의 신앙으로 적에게 맞서주시요. 내가 그대들에게 권하노니, 그대들이 이 가장 유명하고 걸출한 성채와 우리의 조국인 도시들의 여왕*(콘스탄티노폴리스의 이명)을 지켜주시오. 그대들, 내 형제들도 알다시피, 우리가 죽음을 감수하고 지켜야 할 명분에는 네 가지가 있소. 우리의 신앙, 우리의 조국, 하느님의 기름부음을 받은 종복인 우리 황제, 우리의 가족과 친구들이요. 우리가 살면서 이 중 하나라도 지킬 의무가 있다면, 네 가지 모두가, 그 이상의 위기에 처해 있으니, 우리는 불굴의 정신을 가지고 죽음을 맞닥뜨려야 하오!" (267p)
브레티키는 황제의 명령으로 제노바 문을 잠그기 위해 달려가면서 , 자신은 황제의 곁에 머물러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렸어요. 그러나 황제는 애원하며 문을 잠그라고 했어요. 다시 황제 곁으로 돌아온 브레티키는 자신이 해야 할 마지막 임무를 완수했어요. 그 장면이 소름돋았어요.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으나 우리가 그 순간을 볼 수 있다면 분명 그랬을 거라고... 꿈은 미래의 예언이 아니라 현재의 선택을 통해 실현되는 게 아닐까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