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바로 써먹는 쓸모 있는 한국사
미리내공방 엮음 / 정민미디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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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를 바로 알자는 마음이 부쩍 커졌어요.

학교에서 배우던 한국사 지식들은 머릿속에 단편적으로 남아 있어서, 제대로 차근차근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읽게 됐어요/

《읽고 바로 써먹는 쓸모 있는 한국사》는 한 권으로 정리된 한국통사 책이에요.

한반도 반만년 역사를 돌이켜보면 수많은 시련기가 있었으나 우리 민족은 끈질기게 항거하면서 나라를 지켜냈고 오늘날의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어요. 이 책에서는 찬란한 역사와 빛나는 전통을 바탕으로 올바른 역사관을 가질 수 있도록 선조들이 어떤 역사를 만들고 발전시켜 왔는지, 그 과정을 설명해주고 있어요. 원시시대인 구석기와 신석기, 청동기와 철기시대를 거쳐 최초의 고대국가인 고조선을 시작으로 삼국시대, 통일신라와 발해, 고려와 조선, 그리고 근대를 거쳐 현재 대한민국까지 핵심적인 내용들이 굉장히 잘 정리되어 있어요. 어릴 때는 우리 역사에서 시련기를 배우는 것이 너무 싫었는데 이제 보니 우리 민족은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더욱 단단해졌고, 이러한 민족정신이 얼마나 훌륭한가를 깨닫게 됐네요. 고려 시대를 보면 유달리 외적의 침입이 많았던 시기인데 고려인들은 줄기찬 항쟁으로 이를 극복해왔고, 지리적으로 중국 중심에서 벗어나 동양 중세의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인도와 중앙아시아까지 넓는 지역과 교역하며 코리아의 명성을 떨쳤어요. 활발한 무역을 통해 고려를 영어식 발음의 코리아로 불렀는데, 그 명칭이 오늘날까지 코리아, K 컬처에 이르렀다는 것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 싶어요. 각 시대별로 주요 사건과 인물, 유적들이 일목요연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알찬 한국사 수업을 받는 느낌이었네요. 거대한 하나의 흐름으로 쭉 읽어가며 우리 역사의 명암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네요. 요근래 국정감사장에서 웃지 못할 코미디가 펼쳐지고 있는데, 장관 후보자가 일제강점기에 조선인 국적은 일본이었다는 주장을 당당하게 떠드는 것을 보면서 헛웃음이 나왔네요. 초등학생들도 알 만한 역사 지식인데 나라일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일본 제국주의가 심어놓은 식민사관을 떠들고 있으니 한심했네요. 제대로 역사를 공부하고,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반면교사로 배웠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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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보는 헌법 - 100문장으로 이해하는 헌법
심독토 북클럽 지음 / 백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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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일상을 보낼 때는 굳이 법을 몰라도 괜찮아요.

하지만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게 되면 법의 중요성을 알게 되듯이, 헌법도 그랬어요. 대한민국 헌법의 존재만 알았지, 그 내용을 들여다보질 않았는데 탄핵을 외치면서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것을 되새기게 되었네요. 우리는 왜 헌법을 알아야 할까요. 그건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

《슬쩍 보는 헌법》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법연수생 세 명의 모임인 심독토 북클럽이 만든 책이에요.

저자들은 법조인으로서 헌법의 지혜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이 책에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에 꼭 필요한 헌법의 문장 중 100문장을 엄선하여 소개하고 있어요. 그 중 인상적인 문장은 "인간은 누구나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가진다." (28p) 라는 거예요. 어쩐지 철학자 니체의 초인사상을 떠올리게 만드는 문장인데, 헌법 속에 '운명'이라는 단어를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헌법의 문장들을 차근차근 세세하게 들여다보니 저자들이 왜 헌법의 지혜를 강조했는지 알겠네요. 인문학의 좋은 지혜가 법에도 모두 들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놀라웠어요. 헌법의 문장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동시에 헌법 판결문까지 살펴볼 수 있어서 색다른 인문학 공부가 되는 것 같아요.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와 관련된 헌법 판결문으로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 합헌 사건이 나와 있는데, "미국기지 평택 이전은 평택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으나 개인의 인격이나 운명에 관한 사항은 아니며 또한 각자의 개성에 따른 개인적 선택에 직접적인 제한을 가하는 것도 아니므로 합헌." (28p) 이라는 거예요.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그가 지닌 권리와 의무를 통해서 드러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법이라고 하면 어렵고 복잡하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헌법 전문 대신에 우리 인생에 유익한 문장들로 만나니 쉽고 재미있네요. 옳고 그름, 해야 할 선택과 피해야 할 결정을 가려낼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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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박람회장 1 : GA 가을 위의 산책 - 유준상의 첫 판타지 동화
유준상 지음, 이엄지 그림 / ㈜소미미디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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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박람회장 1》는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 동화예요.

저자가 배우 유준상님이라 살짝 놀랐어요. 워낙 다재다능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동화를 쓰셨다니 좀 의외였어요. 보통 에세이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동화 장르를 선택했다는 점이 신기했어요. 연기자로서 봐 왔던 유준상님은 늘 열정과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분인데, 역시나 동화 속에도 그 좋은 에너지가 느낄 수 있었네요.

이 책에는 꽤 많은 친구들이 등장하는데, 주인공 쥬네스는 호기심이 많고 순수한 40대의 무명 배우라고 하네요. 테니스를 아주 좋아해서 동네 테니스장을 갔다가 테니스 할아버지를 우연히 만나면서 박람회장으로 모험을 떠나게 돼요. 방금 테니스를 같이 치고도 돌아서면 처음 본 사람처럼 수줍어하며, "저기, 나랑 테니스 좀 쳐줄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테니스 할아버지 덕분에 두어 시간을 땀 흘리며 치게 된 주네스는 할아버지가 건네 쪽지를 보고 계속 부탁하는 이유를 알게 돼요. 테니스 할아버지는 쥬네스에게, "내가 박람회장으로 안내하고 싶은··· 한번 가볼래요?"라고 말했고, 거기가 어떤 곳이냐는 질문에, "모든 것이 다 있는 곳이죠. 그런데 한번 들어가면 언제 나올 수 있을지는 몰라요." (26p)라는 거예요.

자, 박람회장으로 가볼까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뱅글뱅글 돌아가는 솜사탕 속으로 빨려들어간 쥬네스는 텅 빈 어두운 터널을 날다가 갑자기 기억을 잃고 박람회장에 밀림 같은 숲에서 깨어났네요. 어리둥절한 쥬네스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죠. 비술 아저씨, 별 양치기, 구름맨, 닥터 스카이, 스노우 브라더, 산 할아버지, 나무그루, 초록 풀 초니, 바람 아주머니, 스완 레이크, 런던 포그, 몬트리올 까치, 분당 까치, 로드 아저씨, 가로등 아저씨······ 다양한 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친절하게 조직표가 나와 있어서 서로 간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어요. 신기한 박람회장을 둘러보다가 문득 주네스의 꿈속 세계가 이런 모습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네요. 낯선 듯 익숙한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른들이 꾸는 꿈, 저도 드물지만 영화처럼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펼쳐지는 꿈을 꿀 때가 있거든요. 현실과 꿈 사이, 그 어딘가를 방황하는 주네스를 통해 삶의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었네요. 물론 박람회장 안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느냐는 전적으로 본인의 몫이니, 다른 사람들에겐 제가 몰랐거나 알아채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이 책은 《당신이 몰랐던 박람회장》 1권이며, 'GA 가을 위의 산책'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데, 40대인 주네스가 느끼는 인생의 가을을 살짝 엿본 기분이에요. 마지막 장에는 2권 'NA 나란히 걷기'에서 펼쳐질 이야기, 사막과 바다, 우주로 떠나는 쥬네스의 모험을 예고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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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게 제일 어려워
한송이 외 지음 / 한송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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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게 제일 어려워》는 여섯 명의 여섯 가지 삶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제목을 읽으면서 "그래, 맞아!"라고 공감했는데, 역시나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였네요. 우리는 '보통'과 '평범'이라는 단어를 여기저기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근데 그 기준이 뭘까요. 다들 느낌적으로는 알지만 정확한 기준을 정하기는 어렵다고 느낄 거예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실제로 정해진 기준이 없고, 가장 무난하고 보편적인 이미지가 전부니까요. 다른 건 몰라도, 우리 삶에 관해서는 '보통'과 '평범' 은 없는 게 아닐까 싶어요. 고난과 시련 없는 삶은 없으니까요.

이 책에는 이혼, 가난, 정신질환, 사기, 암투병 등 저마다의 고난을 견뎌내고 극복해낸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한송이 이야기에서는 "모든 답은 나 자신에게 있었다." (13p) 라는 깨달음이, 왕학철 이야기에서는 "세상에 몸을 던지십시오. 투자 - 던질 투, 재물 자. 제일 귀한 재물인 당신을 세상에 던지십시오.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깨달음을 보상받을 것입니다. 가장 좋은 투자는 바로 당신을 스스로 아는 것입니다." (78p) 라는 인생 조언이, 벨라 Lee 이야기에서는 유쾌하고 따스한 일상의 장면들이, 드미트리 이야기에서는 억압에서 해방되어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이, 조유나 이야기에서는 긍정마인드로 감사한 하루를 보내고 외로움을 잘 견뎌내는 모습이, 안나 Lee 이야기에서는 힘들 때에 자신을 살린 요가와 명상을 만날 수 있어요. 요가할 때 사용하는 인사인 나마스떼의 뜻은 '당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 '당신의 존재에 대해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나와 당신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192p) 라고 하네요. 단순한 인사말인 줄 알았는데 그 안에 심오한 의미를 품고 있었네요. 여기에 실린 글들은 여섯 명 각자의 삶인 동시에 모두에게 전하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앞서 '보통'과 '평범'의 기준이 없다는 얘길 했는데, 이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각자 원하는 행복을 '평범'이라는 단어에 넣어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우리는 결코 평범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러니 평범한 게 제일 어려운 게 아니라 평범할 필요가 없는 거라고 말이죠. 표현은 다르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건강하게 행복한 삶을 만들어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오직 나 자신만이 내 삶의 주인이며, 원하는 대로 삶을 살아갈 자유를 마음껏 누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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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집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책세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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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 대부분은 주관적인 경험에 국한될 때가 많아요.

아직까지 별일 없이 잘 지내왔다면 그건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삶은 단단한 돌이 아니라 언제든지 부서질 수 있는 유리 같다고,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세계가 있어요. 소설은 허구라는 이름표를 달고 적나라하게 그 세계를 보여주고 있어요.

《노란집》은 가와카미 미에코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제목만으로도 여러 가지 상상을 하게 되는데, 화사하고 밝은 노란색의 집은 긍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네요. 하지만 누군가에겐 노란색이 꺼려지는 색상일 수 있고, 집이라는 장소 역시 고통스러운 기억일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소설 속 주인공 '이토 하나'에게 노란집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마흔 살의 이토 하나는 우연히 몇 줄짜리 인터넷 기사를 읽다가 까마득히 잊고 있는 그녀의 이름을 발견하게 돼요. 예순 살이 된 요시카와 기미코 씨는 20대 여성을 1년 3개월에 걸쳐 감금, 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는 내용이에요. "내가 몇 살이 되고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건, 그녀를 잊을 일은 없을 줄 알았다." (9p) 라고 할 정도로 20년 전 이토 하나에게 기미코 씨는 특별한 존재였어요. 근데 어떻게 가위로 잘라낸 듯 말끔히 잊고 지냈느냐고 묻는다면... 소설은 우리를 20년 전 노란집으로 데려가 그곳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기미코 씨의 감금 사건을 읽고서 이 사건과 자신은 무관하다고, 괜찮다고 되뇌이며 불안해 하는 이유를 아주 천천히 조금씩 알게 될 거예요. 만약 당신이라면 그때 이토 하나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궁금해요. 전적으로 공감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는, 애매하고도 이상한 기분이 들었네요. 그래도 이해할 수 있는 건 이토 하나가 노란색 소품을 눈에 띄는 대로 사 모으고, 집을 노란색 페인트로 칠했던 마음이네요. "개나리색, 병아리색, 바나나색, 레몬색. 노랑에도 여러 노랑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들 모두의 공통점은 아무튼 다 노란색이란 것, 그리고 노란색은 노란색인 것 자체로 우리에게 용기와 안도감을 주는 특별한 색이라는 것이었다." (125p) 아직 어리고 불안했던 아이에게 노란색은 삶의 희망을 줬던 것 같아요. 하지만 노란집과 기미코 씨에 관한 기억들이 얼룩덜룩 덧칠해진 페인트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네요.

"누구는 돈이 필요 없나? 그러니까 다들 땀 흘려 일하는 거잖아? 그러나 나는 가볍게 웃으며 말해주고 싶었다. 나도 땀 흘린다고.

누구 땀은 좋은 땀이고 누구 땀은 나쁜 땀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당신은 대체 어디서 그 땀을 흘리고 계신지?

아마 대단히 근사한 장소일 테죠, 괜찮으시면 다음에 가는 법을 좀 알려주시죠." (498p)

열 몇 줄로 적힌 사건의 기사 뒤에 진짜 이야기는 따로 있었네요. 영원히 기억할 줄 알았던 그녀의 존재를 잊었던 건, 어쩌면 살기 위한 기억 상실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지키고 싶은 것, 지켜야 할 것들이 있기에 버텨내고, 살아낼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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