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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매매소
우츠로 시카타로 지음, sakiyama 일러스트, 안소현 옮김 / 소담주니어 / 2024년 8월
평점 :
귀신, 유령, 요괴, 괴물... 이러한 존재들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이제껏 살면서 이야기가 아닌 현실에서 마주한 적은 한 번도 없기 때문에 제대로 안다고 말하긴 어려워요. 다만 괴이한 이야기들 속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에요.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소름이 다다닥 돋는 느낌.
《괴담 매매소》는 괴담 매매소 주인 우츠이 쇼타로가 들려주는 열세 가지 실화 괴담을 담은 책이에요.
"세상에는 상식적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기묘한 체험을 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조용히 우리 괴담 매매소에 들러서 그 체험담을 이야기해주면 100엔을 드립니다.
100엔은 한국 돈으로 1,000원 정도의 값입니다.
반대로 100엔을 내면 이제까지 제가 모아놓은 괴이한 체험담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 하나당 100엔에 괴담을 주고받는 장소가 바로 괴담 매매소입니다.
손님층은 다양합니다. 괴담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자신이 한 괴이한 체험을 누군가에게 몹시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어느 해 여름, 괴담 매매소에서 주고받았던 괴담의 기록입니다."
(6-7p)
꿈을 돈 주고 사는 경우는 봤어도 괴담을 사고 판다는 얘긴 처음 들어봤어요. 돈의 액수는 크지 않지만 이야기에 돈을 지불한다는 행위 자체가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이상하고 섬뜩한 체험,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아무도 믿지 못할 테니 쉽게 털어놓을 수 없을 거예요. 바로 그러한 체험만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이야기의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 괴담 매매소의 존재 이유라는 것. 올해는 여름이 너무 길게 느껴질 정도로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괴담 덕분에 순간적으로 공기가 꽝꽝 얼어붙는 듯, 한기를 느꼈네요. 특이한 점은 사람들이 찾아와 괴담을 들려준 다음에 괴담 매매소 주인 우츠이 쇼타로가 해설을 해준다는 거예요. 괴담에서 전혀 생각도 못한 부분들을 설명해줘서 뒤늦게 소름이 돋았네요. 일본은 요괴 문화가 발달해서인지 괴담 이야기가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그에 비하면 우리는 요괴보다는 귀신의 활약이 더 두드러진 느낌이고요. 우리가 일상에서 결코 만날 리 없는 존재를 마주하는 경험은 흔치 않기 때문에 스스로도 의심하게 될 것 같아요. 악몽을 꾼 것처럼 꿈일 거라고, 혼자만의 착각이나 망상일 거라고 말이죠. 하지만 몸에 남은 흔적들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고 알려주니 너무나 괴로운 거예요.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는 마음을 무겁게 하니까요. 그래서 괴담 매매소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아요. 기이한 체험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답답한 심정을 풀어주고, 우리에겐 무더위도 날려버릴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어쩐지 내년 여름에도 괴담 매매소를 찾게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