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고비의 시간 - 생명 사랑으로 이어진 17년의 기록
김성호 지음 / 지성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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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고비의 시간》은 '생명 사랑으로 이어진 17년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어요.

이 책을 보고 나면 정말이지 '사랑이구나!'라고 느낄 거예요. 저자가 동고비를 만난 지, 만나 사랑한 지 17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시간들의 기록을 모아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네요. 생물학과 교수가 된 뒤 본격적으로 지리산과 섬진강이 품은 생명에 남다른 시선을 두기 시작했고, 세부 전공은 식물학이지만 유난히 새를 좋아하여 '새 아빠'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하네요. 각별한 사랑으로 새를 관찰하여 관련한 책들을 여러 권 출간했는데, 이번 책이 특별한 이유는 동고비와 함께한 17년의 시간이 담겨 있기 때문이에요. 작은 관심에서 출발한 관찰 기록이 어느덧 사랑의 기록이 된 거죠.

이 책에서는 처음 동고비를 만나게 된 인연으로 시작해 동고비 둥지와 주변의 동물들까지 신비롭고 소중한 생명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저자는 큰오색딱다구리 한 쌍이 새끼를 키워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참 많이 부끄러웠고, 사랑이 어떤 모습인지를 분명히 알게 되는 계기였다고 해요. 큰오색딱다구리 한 쌍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어린 새들에게 다 주고, 새끼를 구하기 위해 생명의 위협 앞에도 전혀 머뭇거리지 않는 모습에 감동했고, 어린 큰오색딱다구리가 둥지를 떠날 때엔느 눈물을 흘렸다고 해요. 그 후로 딱다구리 둥지마 찾아다녔는데, 그 과정에서 번식을 끝내고 비어 있는 딱다구리의 둥지가 스스로 둥지를 만들지 못하는 다른 생명체에게 귀한 선물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대요. 딱다구리 둥지를 이용하는 새들 중 눈에 띈 친구가 바로 동고비였던 거예요. 새에 관한 지식이 없다보니 동고비 사진을 보지 않았다면 참새로 오인했을 것 같아요. 제대로 알고 보면 절대로 헷갈릴 수 없는 생김새인데 아무것도 모를 때는 차이점이 전혀 안보이네요. 사진을 보면서 놀라웠던 점은 작고 민첩한 동고비를 너무도 선명하게 잘 담아냈다는 점이에요. 오랜 시간 묵묵히 지켜봐야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기에 그 노력과 정성을 느낄 수 있었네요. 어린 새가 둥지를 떠나는 것을 이소라고 하는데, 둥지를 떠난 동고비는 다시 둥지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요. 동고비 어린 새는 둥지를 떠날 때 실패가 없다고 하네요. 그건 동고비 둥지의 특별함이 큰 몫을 하는 것으로 보이며, 둥지 입구가 엄청 좁아서 몸을 비비며 안간힘을 써야 간신히 드나들 수 있대요. 이소를 앞둔 어린 새가 둥지를 벗어나려면 좁은 입구를 지나 스스로 몸을 비비며 밖으로 나오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몸짓이 있어야 하는데, 의지와 관계없이 떠밀려 둥지를 벗어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대요. 동고비 부모 새는 이소 유도 해위를 거의 하지 않고, 전적으로 어린 새에게 맡기기 때문에 스스로 준비가 되어야 떠나는 방식인 거예요. 한날한시에 태어나 똑같이 먹이를 먹은 아기 새들이지만 성장 차이가 거의 없이 골고루 클 수 있는 건 부모 새들이 균등하게 먹이를 주기 때문이래요. 누가 부모 교육을 시켜준 것도 아닌데 훌륭하게 잘 키워내고 독립시키다니, 정말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아요. 동고비뿐만이 아니라 딱다구리, 다람쥐, 숲 속 작은 새들의 둥지 다툼, 둥지 전쟁도 흥미진진하네요. 저자도 새에 관해 모를 때는 새는 머리가 나쁘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동고비를 관찰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대요. 비어 있는 둥지가 아니라 현재 사용 중인 둥지를 좁혀 자신의 둥지로 삼으려는 무모한 동고비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 무모해 보이는 행동에서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간절함을 봤고 동고비 정신이라고 이름 붙였대요. 수많은 실패와 좌절에 굴하지 않고, 작은 가능성이라도 놓치지 않고 뛰어드는 용기를 배워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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