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음 앞에 매번 우는 의사입니다 - 작고 여린 생의 반짝임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스텔라 황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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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많은 것을 말해줄 때가 있어요.

의사도 우는구나... 전혀 상상도 못했던 모습이었어요. 이제껏 환자 혹은 보호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의사들은 대개 냉정한 태도를 유지했으니까요. 슬프고 아프니까 눈물이 흐르는 건 당연한 일인데, 의사도 사람이라는 걸 잊고 있었나봐요. 무엇보다도 아픈 환자들을 치료해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의사분들과 모든 의료진들에게 감사함을 느꼈어요.

《나는 죽음 앞에 매번 우는 의사입니다》는 캘리포니아주립대 소아과 교수 스텔라 황의 신생아중환자실 이야기예요.

저자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의사로서 일상의 삶과 병실의 죽음을 오가며 치열하게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보통 의사들은 환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신생아중환자실에서는 자주 들을 수 없는 말이라고 해요. 아기 한 명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병원에서의 엄마와 아빠가 되어 아기를 돌보기 때문에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은 모두 "내 아기."라고 말한대요. 작고 여린 생명이 너무나 소중해 내 아기인 듯 정성을 다해 보살피는 곳이 신생아중환자실이며, 미국 병원에서는 35주 미만의 아기는 신생아중환자실로 향하게 돼요. 초미숙아를 제외한 28주 이상의 아기들은 어느 정도 치료를 받고 나면 대부분 퇴원이 가능하고, 90퍼센트 넘는 아기들이 살아서 집으로 갈 수 있다고 하네요. 그러나 죽음은 피할 수 없기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아기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료진들이 아기의 죽음으로 얼마나 큰 슬픔과 고통을 겪는지는 미처 알지 못했네요. 저자는 모든 죽음이 매범 힘겨웠고 어떤 죽음은 도전히 견디기 어려워 무녀졌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되어 돌아갈 수 있었던 건 가까운 이들의 지지 덕분이었다고 해요. 구석에 숨어 울고 있는 자신을 동료가 찾아와 안아주고, 의학적 처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시술과 처치는 문제가 없었다면서 진심으로 위로해줬기에 회복할 수 있었대요. 동료들의 높은 지지가 정서적 고갈을 막고 번아웃을 방지했다고,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고 의미 있는 연결 고리를 강화하는 것이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방법이었던 거죠. 함께 울어주고, 같이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서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레지던트 때부터 시작해 교수가 된 이후에도 죽음은 항상 나를 따라다녔다. 태어나자마자 울어보지도 못하고 죽는 아기들, 잘 크다가도 암이나 유전병으로 갑자기 죽는 아이들, 분명히 아침에 웃으면서 학교에 갔는데 뇌사 상태로 병원에 누워 있는 아이들. 책이나 영화, 뉴스에서만 보던 슬픈 일들은 내 눈앞에서 너무 자주 그리고 더 끔찍하게 벌어졌다. 실제로 크게 아프거나 죽는 아이가 많지 않다는 걸 머리로는 안다. 하지만 내가 직접 본 경우는 너무 많았다. 그래서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원하는 것은 딱 두 가지, 건강 그리고 친절이다. (물론 살아만 있어도 좋겠다고 말하고 싶지만, 어느 정도 '사람'다운 삶이어야 하니까요.) 아무리 자식에게 큰 기대와 바람이 있더라도, 내일 당장 아이가 죽는다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보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누구나 죽는다는 것."

(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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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슭에 선 사람은
데라치 하루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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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건 이름뿐인 누군가를 만나기 전이라면,

아마 수많은 상상을 해볼 수 있을 거예요. 마치 하얀 도화지에 자신이 원하는 걸 그려보듯이 뭘 해도 상관 없는, 잠깐의 자유랄까.

책을 읽을 때도 첫 장을 넘기기 전, 제목을 바라보면서 그런 상상을 하곤 해요. 특히 이 책은...

《강기슭에 선 사람은》은 데라치 하루나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최근 《물을 수놓다》 라는 작품을 읽고 난 뒤라 데라치 하루나 작가님에 대한 약간의 친밀감이 생긴 것 같아요. 처음 만난 사람도 대화를 나눠보면 상대방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잖아요. 연달아 두 작품을 읽고나니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평범 혹은 보통이라는 기준이 얼마나 허깨비 같은 것인지를 깨닫게 됐어요. 이번 작품에서는 연인 관계인 하라다 기요세와 마쓰키 게이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당신은 나란 사람을 얼마나 알고 있어?" (6p)

우리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를 잘 안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어요. 부모와 자녀, 연인, 부부, 친구, 지인 등등 여러 형태의 관계 속에서 어울려 지내지만 아무리 친해도 각자에겐 남모를 사정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어디까지 솔직해져야 하는 걸까요. 연인 혹은 부부 사이라면 다른 어떤 관계보다도 친밀하다고 볼 수 있지만 서로를 가장 잘 안다고 보긴 어려워요. 깊은 속까지 샅샅이 다 알게 되었을 때, 과연 그 사람을 이전과 똑같이 사랑할 수 있을까요. 이 소설에서는 연인이던 두 사람이 다투고 난 뒤 몇 개월 연락을 끊고 지내다가 한 사람이 크게 다쳐 의식불명이 됐다는 연락을 받으면서, 다시 그 사람에 대해 몰랐던 것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현실이라면 오로지 '나'의 관점에서 일방적인 생각에 빠져들었을 텐데, 대부분 그런 오해와 착각으로 다투게 되고 사이가 멀어지는 원인이 되는 것 같아요. 소설이라서 양쪽의 입장과 생각을 들여다보니, '아하, 이럴 수 있겠구나.'라며 이해하게 되네요. 무심코 내뱉은 말과 행동이 상대에겐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 근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진심을 전하는 일인 것 같아요.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고 싶다면 다른 건 몰라도, 자신의 진심은 꼭 표현해야 돼요. 그래야 엉뚱한 오해를 하지 않는다고요. 뭔가 자꾸 숨기려고 하고, 말하지 않는다면 의심할 수밖에 없잖아요. 사랑하는 사이라면 서로의 진심을 제대로 보여줘야 굳건한 믿음이 생긴다고요. 강기슭에 선 사람은, 그 다음에는 어떤 문장이 올 것 같나요. 이 소설을 읽기 전과 후, 비교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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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미꽃체 필사 노트 - NEW 미꽃체손글씨로 따라 쓰는 감성 필사
최현미 지음 / 시원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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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꽃체를 알게 된 뒤로 손글씨의 매력에 빠져들었네요.

《NEW 미꽃체 필사 노트》 는 미꽃 최현미 작가님의 새로운 미꽃체로 따라 쓰는 필사북이에요.

이 책은 손글씨 연습을 위해 펼침성과 접착성이 매우 좋은 특수 제본과 만년필로 써도 비치거나 번지지 않는 우수한 종이로 만들어졌어요.

요즘 필사의 맛이 뭔지 좀 알게 되면서 만년필을 종종 사용하고 있는데, 이번 미꽃체 필사 노트는 만년필로 쓸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기존 필사 노트보다 글씨체가 훨씬 커져서 굵은 펜으로 연습하기에 적합하고, 더 정성껏 한 자 한 자를 쓰게 되네요. 우선 이 책 속에 수록된 글들이 아름다워서 좋았고, 그 좋은 그들을 예쁘고 단정한 NEW 미꽃체로 쓸 수 있어서 기뻤어요. 특별히 미꽃 작가님이 그린 일러스트가 수록되어 있어서 멋진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어요.

"푹푹 쪄내려 가는 여름,

그리고 바다의 예쁜 파도 소리

네 잇자국의 푸른 향기를 작은 유리병에 담았다."

_ 어항별 : 어항에 갇혀 맴도는 향기 / 차정은 (85p)

아직 미꽃체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선물하면 좋을 책이네요. 왜냐하면 미꽃체 손글씨를 따라 쓰다보면 저절로 미꽃 감성에 물들어 작은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점점 손글씨를 쓸 일이 줄어들다 보니, 자신의 글씨체를 잊어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근데 미꽃체 필사 노트 덕분에 예쁜 손글씨를 연습하면서 본래의 글씨체가 서서히 모양을 갖춰가는 것 같아요. 꽃처럼 예쁜 미꽃체 손글씨가 유명한 건 다들 경험해봤고 좋았기 때문에 입소문으로 널리 알려졌다고 볼 수 있어요. <미꽃체 필사 노트> 에 이어 이번 필사북 역시 최고인 것 같아요. 누구든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손글씨 필사북인 것이 가장 큰 장점이네요. 각자 좋아하는 펜으로 아름다운 글을 필사하고, 여백에 그림을 그려도 돼요. 종이의 질이 우수해서 쓰는 맛, 그리는 맛이 있어요. 쓱쓱 종이에 마찰되는 펜의 움직임, 그 소리가 새롭게 들리네요. 단순히 따라쓰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여길 수도 있지만 직접 해보면 그 느낌이 왜 특별한지를 알 수 있어요. 모두를 위한 필사북, 새로운 미꽃체로 시작해보세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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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청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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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우리에게 오늘은 청춘의 한 페이지...

투명한 케이스 안에 파스텔 빛으로 쓰여진 靑春, 반짝이는 두 글자와 함께 자리한 '다자이 오사무'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읽어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산뜻한 분위기를 단번에 뒤집어버릴, 암울하고 치열한 청춘의 이야기를 들려줄 주인공이니까요. 불안하고 지친 청춘들에게 나약하게 굴지 말라고, 힘을 내라고 응원하는 건 폭력인 것 같아요.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으로 '어디론가 숨고 싶다,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약한 게 아니라 당연한 거예요.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청춘도 아픈 거예요. 너무나 아프고 괴로운 순간들, 그 이야기가 여기에 담겨 있어요.

"나는 그가 미워서라기보다는 나 자신의 나약한 마음이 창피해서 우울해져 버렸다."

_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톱니바퀴>, 249쪽

"당신도 알지? 내가 나약한 게 아니라, 괴로움이 너무 무거운 거야.

이건 투정이야. 원망이지. 하지만 그걸 입 밖으로, 분명하게 말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아니, 당신조차 내 철면피의 힘을 과신하고, 그 남자는 괴롭다, 괴롭다 해도 척이다,

시늉이다, 하고 가벼이 여기잖아."

_ 다자이 오사무 <우바스테>, 184쪽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다자이 오사무 × 청춘》 세트는 두 소설가의 단편집 두 권과 청춘노트 한 권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일본의 대표적인 두 소설가의 단편집에서 '청춘'을 주제로 한 단편들, 각각 열두 편의 작품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어요. 둘 다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기에 모든 작품이 청춘의 이야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어떤 인물인지 몰랐어요. 그는 대학 재학 중이던 1914년 기쿠치 간, 구메 마사오 등과 함께 동인지 <신사조>를 발간하고 <라쇼몬>, <코> 등을 발표했는데, <코>가 나쓰메 소세키로부터 극찬을 받으면서 문단에서 크게 주목받기 시작해 합리주의와 예술지상주의의 작풍으로 시대를 풍미했으나 말년에는 자신의 삶을 조롱하는 자조적인 작품들을 많이 썼고, 서른다섯 살 되던 해인 1927년 장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해요. 그의 죽음은 일본 근대사에서 관동대지진과 견줄 만큼의 사회적 충격이었다고 하네요. 그로부터 8년 뒤인 1935년 일본 출판사 문예춘추의 사주이자 아쿠타가와의 친구였던 기쿠치 간이 아쿠타가와 상을 제정하여 현재까지도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다자이 오사무는 1935년 소설 <역행>이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 실패해 크게 낙심했고, 이후 소설집 <만년>, <사양>, <인간실격>, <앵두>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문단과 대중에 논란과 지지를 받으며 20세기 일본 데카당스, 무뢰파 문학의 대표 작가가 되었으며 네 차례나 자살 기도를 했던 그는 1948년 연인과 함께 투신해 서른아홉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어요.

<아쿠타가와 × 청춘>의 첫 장에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기쿠치 간, 초조 무토, 도쿠타로 나가미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이 실려 있어요. 아쿠타가와는 죽기 직전에 가까운 지인과 친구들을 방문했지만 아무도 못 만난 채 생을 마감했는데, 7월 초에는 기쿠치 간을 만나려고 두 차례 문예춘추사를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했고, 자살하기 바로 전날에는 한동네에 살았던 시인 무로오 사이세이를 찾아갔으나 잡지 취재로 나가 있어서 만나지 못했대요. 이 때문에 사이세이는 두고두고 후회했다고 해요. 죽기 전 친구인 구메 마사오에게 <어떤 바보의 일생>이란 작품을 건넸다는데, 이 청춘 세트에 수록되어 있어요. 그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일컬어지는 <톱니바퀴>의 마지막 부분이 아쿠타가와의 유언처럼 느껴졌어요.

"그건 내 일평생 가장 무서운 경험이었다. 내게는 이제 다음 이야기를 써 내려갈 힘이 없다. 이런 기분 속에서 살아가는 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다. 누구 내가 잠든 사이에 가만히 목을 졸라 죽여 줄 사람 없나?" (277p)

다자이 오사무는 '생각하는 갈대'라는 제목으로 일본낭만파의 기관지에 약 일 년 정도 글을 연재했는데 <다자이 오사무 전집 10> (1989년, 지쿠마쇼보)에 1, 2, 3 으로 나뉘어 수록된 글을 <다자이 오사무 × 청춘>에서는 한 편으로 묶어 <생각하는 갈대>로 실려 있어요. 여기에 염려라는 것에 대해 쓴 글이 인상적이었어요. "염려에는 흑과 백, 두 종류가 있다는 걸 알았다. 나니와부시의 어구인 '내일이 기다려지는 보물선', 그리고 푸시킨의 시구인 '나는 내일 살해될 것이다'는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점에서는 똑같아 보이지만, 반나절 곰곰이 생각해 보았더니, 흑백처럼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었다." (410p) 그리고 편집부의 편지 때문에 스무 장 남짓의 글을 쓴 뒤 모든 원고료를 거절했다면서 이런 말을 남겼어요. "사람은 각자 제 일에만 힘쓰는 것이 제 일이지만, 가끔은 이웃의 슬퍼지도록 강한 자존심을 모른 척하고 따뜻하게 대해 주도록 하자." (412p) 라고, 아마도 다자이 오사무 자신이 바라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부디 나 자신에게 다정하고 따뜻하게 대해주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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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탐정단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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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뱀파이어는 뭔가 다르네요.

판타지 장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 뱀파이어가 대한민국에서 완전 색다른 매력으로 재탄생했네요.

《뱀파이어 탐정단》은 김재희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전작인 <유미 분식>에서는 따뜻한 감동을 줬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강력한 뱀파이어로 흥미진진하게 풀어가고 있어요. 이 소설의 주인공은 세 명의 여성으로 모두 스물여섯 살이고 암 말기 진단을 받았어요. 강력계 형사인 주다인, 의사 출신 헬스 트레이너인 이세경, 고등학교 과학 교사인 오주미는 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고 최후의 방법으로 신약 실험을 받기로 하는데, 세 사람은 계룡산 부근에 미국 유명한 존 듀이 암 케어 병원 분원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에서 처음 만나게 돼요. 버스 안에는 갈색 머리, 큰 눈에 하얀 피부를 가진 젊고 잘생긴 남자가 맨 앞에 앉아 있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병원장인 존 듀이 주니어예요. 차갑게 생긴 냉미남의 정체는 짐작했던 그대로예요. 주다인, 이세경, 오주미는 캔서 제로 기계와 신약 치료를 받은 뒤 암으로 인한 죽음에서 벗어나 뱀파이어로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예요. 근데 읽는 내내 좀 묘했어요. 아무래도 암 말기 환자였던 주인공들의 상황에 너무 몰입했던 건지, 뱀파이어로의 변신을 마냥 즐기기 어려운 뭔가가 있어요. 시한부 암 환자에게 남은 건 죽음 뿐인데 만약 영원불멸의 뱀파이어가 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다면 이를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싶어요. 특히 이 작품은 작가님이 유방암 수술과 항암치료로 힘든 시기를 보낼 때 쓰기 시작해 우여곡절을 거쳐 완성했다는 속사정을 알고나니 뭉클함이 있네요. 듀이가 다인에게 했던, "지금과 다른 생을 얻는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죠?" (65p) 라는 질문을 곱씹게 됐어요. 인간이든 뱀파이어든, 뱀파이어 하이브리드족이든, 결국 우리에게 중요한 건 진심으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마음이 아닌가 싶어요. 물론 뱀파이어 탐정단처럼 초인적인 능력이 생긴다면 제대로 그 능력을 발휘하며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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