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슭에 선 사람은
데라치 하루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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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건 이름뿐인 누군가를 만나기 전이라면,

아마 수많은 상상을 해볼 수 있을 거예요. 마치 하얀 도화지에 자신이 원하는 걸 그려보듯이 뭘 해도 상관 없는, 잠깐의 자유랄까.

책을 읽을 때도 첫 장을 넘기기 전, 제목을 바라보면서 그런 상상을 하곤 해요. 특히 이 책은...

《강기슭에 선 사람은》은 데라치 하루나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최근 《물을 수놓다》 라는 작품을 읽고 난 뒤라 데라치 하루나 작가님에 대한 약간의 친밀감이 생긴 것 같아요. 처음 만난 사람도 대화를 나눠보면 상대방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잖아요. 연달아 두 작품을 읽고나니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평범 혹은 보통이라는 기준이 얼마나 허깨비 같은 것인지를 깨닫게 됐어요. 이번 작품에서는 연인 관계인 하라다 기요세와 마쓰키 게이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당신은 나란 사람을 얼마나 알고 있어?" (6p)

우리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를 잘 안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어요. 부모와 자녀, 연인, 부부, 친구, 지인 등등 여러 형태의 관계 속에서 어울려 지내지만 아무리 친해도 각자에겐 남모를 사정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어디까지 솔직해져야 하는 걸까요. 연인 혹은 부부 사이라면 다른 어떤 관계보다도 친밀하다고 볼 수 있지만 서로를 가장 잘 안다고 보긴 어려워요. 깊은 속까지 샅샅이 다 알게 되었을 때, 과연 그 사람을 이전과 똑같이 사랑할 수 있을까요. 이 소설에서는 연인이던 두 사람이 다투고 난 뒤 몇 개월 연락을 끊고 지내다가 한 사람이 크게 다쳐 의식불명이 됐다는 연락을 받으면서, 다시 그 사람에 대해 몰랐던 것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현실이라면 오로지 '나'의 관점에서 일방적인 생각에 빠져들었을 텐데, 대부분 그런 오해와 착각으로 다투게 되고 사이가 멀어지는 원인이 되는 것 같아요. 소설이라서 양쪽의 입장과 생각을 들여다보니, '아하, 이럴 수 있겠구나.'라며 이해하게 되네요. 무심코 내뱉은 말과 행동이 상대에겐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 근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진심을 전하는 일인 것 같아요.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고 싶다면 다른 건 몰라도, 자신의 진심은 꼭 표현해야 돼요. 그래야 엉뚱한 오해를 하지 않는다고요. 뭔가 자꾸 숨기려고 하고, 말하지 않는다면 의심할 수밖에 없잖아요. 사랑하는 사이라면 서로의 진심을 제대로 보여줘야 굳건한 믿음이 생긴다고요. 강기슭에 선 사람은, 그 다음에는 어떤 문장이 올 것 같나요. 이 소설을 읽기 전과 후, 비교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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