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안중근
박삼중.고수산나 지음, 이남구 그림 / 소담주니어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아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을 만났어요.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는 앞서 지켜낸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임을 기억해야 하니까요.

《영웅 안중근》은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낸 어린이책이에요. 원래는 《영웅 안중근의 마지막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책인데, 안중근 의사 하얼빈 의거 115주년 기념으로 2024년 12월 개정판이 나온 거예요. 왜 지금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 그 이유는 제6공화국 여덟번째 정부가 무엇을 해왔는지를 보면 확인할 수 있어요. 건국절,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뉴라이트 집필의 검정 한국사 교과서 논란 등등 역사 왜곡이 도를 지나치고 있어요.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정부에서 이달의 독립운동 12건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매우 심각하네요. 그동안 매달 독립운동가 한 명씩을 선정해왔는데 올해는 사람 대신 사건을 선정하면서,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의사의 의거나 청산리대첩과 같은 대표적인 독립운동은 제외하고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들의 활동을 선정한 거예요. 일본 편을 드는 대통령이 임명한 독립기념관장이 취임사로 친일파 명예회복을 외치더니 뻔뻔하게 친일파들을 유공자로 둔갑시키는 공작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네요. 잘못된 건 하루 빨리 바로 잡아야 해요.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된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가 있었어요. 조국의 독립과 동양평화를 지키기 위해 투쟁했던 군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안중근이라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 그 중에서도 생애 마지막 이야기를 통해 올곧은 심성과 인품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어요. 사형수의 대부로 알려진 삼중 스님이 우연히 일본 다이린지(대림사)라는 절에서 발견한 안중근 의사의 유묵비가 많은 것들을 함축하고 있네요. 안중근 의사의 유묵들 중 무명지를 단지한 왼손이 낙관으로 찍혀 있는 인내(忍耐)와 독립(獨立)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가슴이 뭉클하고 뜨거워졌네요. 안타깝게도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아직 찾지 못했으나 고국으로 모시는 그날까지 발굴 작업은 계속되어야 해요. 박삼중 스님과 고수산나 동화작가님이 쓰고 이남구 작가님이 그린 이 책을 읽은 우리들에게 주어진 과제가 아닌가 싶네요.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며 우리 역사를 자랑스럽게 써나가야 하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생각이 잠든 사이에 - 마음의 발견
박세은 지음 / 사유와공감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글부글, 이 단어가 맛있는 된장찌개 소리였다면 좋았겠지만

마음에서 들려오고 있으니... 괴로울 따름이네요. 사실 누군가로부터 "부글부글 어쩌구 저쩌구···"라는 얘길 듣는 순간 황당했고, 심장이 벌렁대더니 화가 치밀었네요. 아무리 상식 밖의 일들이 벌어지는 요즘이지만 일상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어요. 들끓던 감정이 차분히 가라앉고 난 뒤에야 드러나지 않던 마음의 민낯을 보게 됐어요. 나를 괴롭히는 건 그들인가, 아니면 그들에게 반응한 내 마음인가.

《당신의 생각이 잠든 사이에》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이 책은 카카오 브런치에서 '지각쟁이'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인 박세은 작가님의 심리치유 에세이예요. 저자는 "우리는 '나'라는 사람이 하는 '생각'을 통해 '자신'을 알아간다. 그러나 떠오르는 모든 감정과 생각이 전부 내가 아니다. (···) 생각이 잠든 사이에 우리는 비로소 볼 수 있다. 그동안 나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 난 건 바로 나였음을. 타인은 지옥이라고 외치는 세상 속에서 정작 우리는 작은 지옥을 품은 채로 살아간다. (···) 조그만 불씨라도 있으면 곧 점화할 것 같은 감정은 잘만 다루면 삶의 전쟁터에서 나를 지킬 수 있는 무기고가 될 수 있다. 그런 감정을 있는 그대로 안아주고 사랑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5p) 라면서 우리에게 부정적인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지,나를 안아주고 사랑하는 마음은 어떻게 키워갈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어요.

아예 몰랐던 건 아니지만 여기에 소개된 다양한 사람들의 사례들을 보면서 뭔가 들켜버린 듯, 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보는 계기가 되었네요.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볼 줄 알면 올바른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어요. 근데 감정이 앞서버리면 모든 게 엉망이 되어버리니까, 그 감정을 움직이는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한 거예요. 어른이 된 뒤로 쭉 관심을 갖고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잡히질 않는 것이 마음 공부네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영역을 어떻게든 알아가기 위해 감정을 포착하고 이름 붙여주며, 있는 그대로 마주하려고 애쓰는 중인데 만만치가 않네요. 저자의 조언 중에서 가장 와닿는 건 '초전도체의 마음_ 감정과 거리 두기'예요. "초전도체는 출발한 전기가 아무 손실 없이 빠르게 이동하도록 저항이 '0'인 물질을 개발한 것이다. 저항에 전력손실이 없는 초전도체처럼 우리의 마음도 감정에 저항하느라 손실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 초전도체의 또 다른 특징은 전자기기와 발열이 없어 냉각장치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골치 아픈 상황을 떠올릴 때 머리에 피가 쏠리고 열이 나는 건 사람도 비슷하다. 차가워지기 위해선 감정을 초월해야 한다. 머리에 지끈지끈 열이 난다면 운동화 뒤축에 발가락을 슬며시 넣고 달려도 좋다. 두 다리가 땅을 딛는 피장을 따라 머리카락이 춤을 추고 바람이 뒷바퀴를 맴돌아나가는 소리에 집중해 보자." (79-82p) 발열 없는 초전도체의 마음을 익힐 수 있다면 단단한 마음으로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 것 같아요.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나', 불완전한 자신을 온전히 포용하고 사랑할 줄 알아야 그 누구도 아닌 나답게,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강인하게 살아갈 수 있어요. 일그러진 마음을 쫘악 펼 수 있는 건 따스한 관심과 사랑이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2주 여행, 숨쉬고 물드는 제주도 532 - 165개의 스팟·매주 1개의 당일 코스·월별 2박 3일 코스 52주 여행 시리즈
현치훈.강효진 지음 / 책밥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한 번 가봤다고 해서 만족할 수 없는 곳이 제주도예요.

지도로 보면 그리 넓지 않은 면적이라 제주 곳곳을 다 구경할 것 같은데 막상 가보면 시간이 부족해서 늘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제대로 제주도 여행을 떠나보자고 마음 먹게 되었고, 제가 좋아하는 52주 여행 시리즈 책으로 나와서 반가웠어요.

《52주 여행, 숨쉬고 물드는 제주도 532》는 일 년 365일, 52주로 나누어 제주를 소개하는 여행 가이드북이에요. 일단 제주 여행을 계획한 사람이라면 시기별로 추천 코스가 다르다는 걸 알고 있을 거예요. 이미 널리 알려진 명소 외에도 현 시점의 핫스팟을 아는 것이 중요한데 이 책은 최신 개정판이라서 따끈따끈한 정보들을 담고 있네요. 앞서 52주 여행 시리즈를 좋아한다고 말한 것은 빈말이 아니라 실제로 52주 여행책으로 알찬 국내여행을 즐겼기 때문이에요. 해봤더니 좋더라, 그 경험 덕분에 이 책의 장점을 알게 됐고 인생에 남을 제주도 여행을 위한 필수 아이템으로 이 책을 읽게 됐네요.

첫 장을 펼치면 각자의 감성과 취향에 맞는 여행지 선택을 할 수 있어요.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을 때, 초록으로의 피크닉, 쉬어 가는 카페, 여행의 완성은 먹방!, 조용히 숨어 있기 좋은 곳, 전망 좋은 카페, 느리게 걸어야 보이는 곳들, 퇴근 후 동네 책방, 아날로그 감성이 몽글몽글, 여행도 예술처럼, 익숙한 그곳에서 발견한 이색적인 풍경들, 낭만적인 빛의 향연, 착한 소비 플리마켓."으로 마음 끌리는 여행지를 고를 수 있어서, 바로 일정을 짤 수 있어서 편리해요. 특히 저자가 강력 추천하는 계절별 BEST 3 여행지는 안 가면 손해라고요. 보통 여름 휴가철에 떠날 때가 많은데, 제주도는 짧은 일정으로도 오갈 수 있는 곳이라서 사계절 모두 가보고 싶어요. 매월 해당 주의 여행 테마가 나와 있고, 추천 코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그동안 몰랐던 제주의 매력을 발견했네요. 다양한 즐길 거리와 먹거리,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제주도, 올해는 52주 여행지 안내서로 165개 스팟과 367개 여행지들을 즐겨봐야겠어요. 아참, 책 맨뒤에 스팟 위치를 표시한 여행지도를 부록으로 제공해서 아날로그 감성을 저격하네요. 여유로움은 만끽하려면 여행지도로 나만의 여행 수첩에 기록하는 것도 멋진 추억이 될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마와 함께 춤을 - 시기, 질투, 분노는 어떻게 삶의 거름이 되는가
크리스타 K. 토마슨 지음, 한재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순진무구한 시절이 있었던가 싶어요.

가장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아이라고 해서 마냥 선한 존재로 느껴지진 않았거든요. 그건 아무래도 근원을 알 수 없는 죄의식이 늘 깔려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자각한 뒤로는 마음을 들여다보며 벗어나려고 애썼고, 지금도 진행 중이에요.

《악마와 함께 춤을》은 크리스타 K. 토마슨의 책이에요. 철학과 교수인 저자는 우리에게 나쁜 감정이 결코 도려내야 할 악, 제거해야 할 독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 책은 나쁜 감정,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항변을 철학적 관점에서 풀어내는 동시에 좋은 삶과 나쁜 감정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요. 우선 나쁜 감정을 이해하려면 저자가 비유했던, "나쁜 감정은 잡초가 아니라 지렁이" (14p)라는 표현을 곱씹어 봐야 해요.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기 위해 잡초를 제거하듯이, 우리는 나쁜 감정을 잡초 취급해왔어요. 안타깝게도 철학자들 역시 부정적인 감정은 좋은 사람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여기면서 나쁜 감정을 좋은 쪽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니, 아주 오랫동안 오해와 편견이 자리잡게 된 거예요. 하지만 저자는 지렁이가 정원의 일부인 것처럼 나쁜 감정도 좋은 삶의 일부로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감정의 본질이며, 어떻게 감정을 깨닫고 잘 살아가느냐의 문제인 거예요. 나쁜 감정이 곤란한 문제를 일으키는 건 우리가 감정을 억압하거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때예요. 나쁜 감정은 자기애의 표현이자 자신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드러나는 감정인데 이를 없애려 하거나 밀어내는 건 엄청난 실수예요. 자아 정체성에 대한 인식은 항상 유동적이며 온갖 감정들의 영향을 받고 있어요. 자아를 솔직하게 사랑한다는 건 자아가 연약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걸 의미하는 것이고, 자아가 연약함을 느낄 때 나쁜 감정이 찾아오는 거예요. 완벽한 자아, 강한 자아만을 원하는 건 불가능을 꿈꾸는 것이고, 현실에서는 연약한 자아를 끌어안아야 잘 살아낼 수 있어요. 그러니 삶이 의미 있는 건 삶 속에 나쁜 감정이 함께해서고, 그 취약성을 조금씩 극복해가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인 거예요. 여기서 다루는 분노, 시기와 질투, 앙심과 쌤통, 경멸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 우리 모두가 지닌 나쁜 감정이에요. 내 안의 악마보다 더 강한 자아가 되기 위해 기꺼이 춤을 추려고 해요. 케케묵은 지난 감정들을 끄집어내어 마주하는 시간이었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른 방식으로 먹기 - 익숙한 음식의 낯선 세계를 탐험하는 시간
메리 I. 화이트.벤저민 A. 워개프트 지음, 천상명 옮김 / 현암사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일 먹는 음식에 관해 맛이나 레시피 외에 생각한 적이 있던가?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것들은 몸에 익다 보면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경우가 드문 것 같아요. 여기에 아주 작은 변화를 주는 것이 '책'인 것 같아요. 익숙한 음식의 세계 이면에 자리한 인류 식문화를 탐구한 책이 나왔네요. 저자 메리 I. 화이트는 식탁 위에 놓인 음식 한 접시에는 자연사와 인류 역사가 만난다고 표현했는데 일본의 음식, 여행, 식문화 연구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문화인류학자인 어머니 메리 I. 화이트의 영향으로 식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역사학자이자 음식 저널리스트인 벤저민 A. 워개프트가 공동집필했으니 맞는 말이었네요. 가족끼리 나누는 음식의 개념에서 문화인류학과 역사라는 학문적인 관점으로 확장하여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여정이 펼쳐지네요.

《다른 방식으로 먹기》는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역사와 인류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풀어낸 책이에요. 현재 우리가 먹는 음식은 언제부터 어떻게 먹게 되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들려주고자 농업의 기원, 고대 세계의 주요 제국들과 중세, 근대, 현대에 이르는 음식의 역사와 문화, 식습관의 변화들을 설명해주네요. 중간에 저자들의 에피소드가 흥미로움을 더해주네요. 중요한 건 저자들이 건네는 질문들을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속한 공동체 구조에 관해 우리가 먹는 음식은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가, 음식과 관련된 거대한 체계는 작물이 자라는 순간부터 식탁 위의 식사 매너까지 모든 것을 포함한다는 것을 알아야 과거에서 예측 가능한 미래로 이어지는 흐름을 이해할 수 있어요. 현대화된 산업, 식량 시스템의 취약성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현재 먹는 방식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네요. 거대한 산업 시스템을 한 번에 바꿀 수는 없지만 우리 각자는 바꿀 수 있다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이 아닐까 싶네요. 음식에 대한 관심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갇혀서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것들을 새롭게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네요. 연구자들이 질문을 다듬고 증거에 따라 답을 찾아가듯이, 우리들 역시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