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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함께 춤을 - 시기, 질투, 분노는 어떻게 삶의 거름이 되는가
크리스타 K. 토마슨 지음, 한재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평점 :
순진무구한 시절이 있었던가 싶어요.
가장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아이라고 해서 마냥 선한 존재로 느껴지진 않았거든요. 그건 아무래도 근원을 알 수 없는 죄의식이 늘 깔려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자각한 뒤로는 마음을 들여다보며 벗어나려고 애썼고, 지금도 진행 중이에요.
《악마와 함께 춤을》은 크리스타 K. 토마슨의 책이에요. 철학과 교수인 저자는 우리에게 나쁜 감정이 결코 도려내야 할 악, 제거해야 할 독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 책은 나쁜 감정,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항변을 철학적 관점에서 풀어내는 동시에 좋은 삶과 나쁜 감정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요. 우선 나쁜 감정을 이해하려면 저자가 비유했던, "나쁜 감정은 잡초가 아니라 지렁이" (14p)라는 표현을 곱씹어 봐야 해요.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기 위해 잡초를 제거하듯이, 우리는 나쁜 감정을 잡초 취급해왔어요. 안타깝게도 철학자들 역시 부정적인 감정은 좋은 사람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여기면서 나쁜 감정을 좋은 쪽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니, 아주 오랫동안 오해와 편견이 자리잡게 된 거예요. 하지만 저자는 지렁이가 정원의 일부인 것처럼 나쁜 감정도 좋은 삶의 일부로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감정의 본질이며, 어떻게 감정을 깨닫고 잘 살아가느냐의 문제인 거예요. 나쁜 감정이 곤란한 문제를 일으키는 건 우리가 감정을 억압하거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때예요. 나쁜 감정은 자기애의 표현이자 자신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드러나는 감정인데 이를 없애려 하거나 밀어내는 건 엄청난 실수예요. 자아 정체성에 대한 인식은 항상 유동적이며 온갖 감정들의 영향을 받고 있어요. 자아를 솔직하게 사랑한다는 건 자아가 연약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걸 의미하는 것이고, 자아가 연약함을 느낄 때 나쁜 감정이 찾아오는 거예요. 완벽한 자아, 강한 자아만을 원하는 건 불가능을 꿈꾸는 것이고, 현실에서는 연약한 자아를 끌어안아야 잘 살아낼 수 있어요. 그러니 삶이 의미 있는 건 삶 속에 나쁜 감정이 함께해서고, 그 취약성을 조금씩 극복해가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인 거예요. 여기서 다루는 분노, 시기와 질투, 앙심과 쌤통, 경멸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 우리 모두가 지닌 나쁜 감정이에요. 내 안의 악마보다 더 강한 자아가 되기 위해 기꺼이 춤을 추려고 해요. 케케묵은 지난 감정들을 끄집어내어 마주하는 시간이었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