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에 관한 오해
이소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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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지나는 길이라서 더 반가웠네요.

아직까지 그 자리에 있을 줄 몰랐거든요. 어릴 적 살던 동네의 풍경은 도로 외에는 주변 건물들이 대부분 바뀐 상태라서 이전 모습은 찾아보기 힘드네요. 근데 골목길 안쪽에 그 나무가 아직도 있더라고요. 초등학교 시절에 친구 집이 그 근처라서 놀러갈 때면 늘 그 나무를 지나쳤던 기억이 나네요. 터줏대감마냥 여전히 그 골목을 지키고 있는 나무를 보고 있노라니 뭔가 든든하고 강인한 존재감을 느꼈네요.

《식물에 관한 오해》는 식물세밀화가이자 원예학 연구자인 이소영 님의 책이네요.

저자는 식물을 향한 기존의 편견과 오해들을 바로잡고, 인간 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 식물과 같은 높이에서 대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네요. 이 책에는 마흔아홉 가지 식물의 이야기가 담겨 있네요.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이름 때문에 생긴 오해의 주인공은 '보리수'네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보리수나무와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나무는 공교롭게 이름이 같아서 헷갈리는데, 한 종의 식물에게는 단 하나의 학명만 있어서 학명만 알면 두 종의 보리수가 전혀 다른 식물이라는 것이 설명 가능하네요. 학계에서는 두 종을 구분하기 위해 부처의 보리수를 '인도보리수'라는 국명으로 부르고 있고, 인도보리수는 뽕나무과의 늘푸른나무로 잎이 하트 모양이며 끝이 뾰족한 것이 특징이네요. 우리 산에 자생하는 토종 보리수는 5월에 꽃을 피우고 9월에 열매를 맺는데, 만약 봄에 보리수나무 열매를 봤다면 그건 일본 원산 식물인 뜰보리수이며, 보리수나무 열매보다 크기가 훨씬 크고 과육이 많고, 관상수와 과실수로 재배된다고 하네요. 정확한 정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식물명'을 정확히 아는 것이 우선이며, 차근차근 알아갈수록 식물이 얼마나 놀라운 생존력을 지닌 존재인가를 확인할 수 있네요.


"식물을 기록해온 지난 16년간 저는 식물에 관한 크고 작은 오해와 편견을 맞닥뜨려왔습니다.

식물이 약하고 존재감 없는 존재라는 오해로부터 식물을 틀린 이름으로 부르거나, 

식물의 형태를 오인하고,

또 가끔은 콘크리트 틈새의 제비꽃을 함부로 불쌍히 여기는 장면을 마주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식물 가까이에서 살며 제가 직접 경험해온, 식물에 관한 오해와 편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오해받는 대상은 식물이지만 오해하는 당사자는 우리 인간이기에,

이것은 식물의 이야기이자 바로 우리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0p)



#식물에관한오해#이소영#위즈덤하우스#우리보고먹고즐기는식물의진짜모습#식물을마주하는올바른시선#식물의세계#교양식물#교양과학#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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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책 - 나무에 관한 최고의 식물백과사전, 2025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도서
윤주복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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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꽃 이름은 뭘까, 나무 이름은?

단순한 호기심이 시작이었네요. 처음엔 《꽃 책》, 그 다음엔 《나무 책》으로 이어졌네요.

이 책은 식물생태연구가 유주복 님이 직접 찍은 사진과 설명으로 구성된 '나무 대백과사전'이네요.

여기에 수록된 사진들은 저자가 40년 가까이 전국을 누비며 꽃과 나무의 생생한 모습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특별하네요.

크게 나무의 구분, 뿌리, 줄기와 가지, 잎, 꽃, 열매와 씨앗, 나무와 생활 순으로 소개하고 있네요.

한자로 된 어려운 식물 용어 대신에 알기 쉬운 한글 용어를 주로 사용하고 풍부한 시각 자료로 설명해주니 이해가 쏙쏙 되네요.

오랫동안 한자어로 된 식물 용어를 써왔기 때문에 용어 자체는 익숙하지만 그 의미는 바로 와닿지 않는데, 한글 용어를 사용하니까 식물의 특징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서 좋네요. 활엽수는 '넓을 활, 잎 옆, 나무 수'로 된 한자어인데 이 책에서는 "손바닥처럼 넓적하고 평평한 잎을 가진 나무를 '넓은잎나무'라고 하는데, 넓은잎은 흔히 꽃을 피우는 속씨식물이 가지고 있는 잎을 뜻한다." (14p)라고 설명해주네요. 활엽수와 반대로 잎이 바늘처럼 뾰족한 나무를 '침엽수'라는 한자어 대신에 '바늘잎나무'라고 표기했네요. 상록수는 '늘푸른나무', 낙엽수는 '갈잎나무'라고 부르니까 훨씬 더 예쁘고 친근하게 느껴지네요.

기존 식물도감이나 식물백과사전과의 차별점은 나무의 생김새와 살아가는 방식을 중심으로 나무의 모든 기관과 변화를 세밀하게 관찰하여 흥미롭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이네요. 단순히 분류하고 설명하는 지루한 방식이 아니라 나무의 생태적 비밀을 풀어가는 내용이라 저절로 몰입이 되네요. 나무에 관한 지식을 새롭게 알아가면서 나무를 비롯한 식물의 매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 나무는 얼마나 높이 자랄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는 경기도 양평 용문산에서 자라는 용문사 은행나무로 높이가 40여m에 달하고, 나이는 천 년이 넘는 노거수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이 자라는 나무는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국립공원에서 자라는 레드우드로 높이가 115m에 달한다.

레드우드는 뿌리에서 흡수한 물을 어떻게 115m 높이까지 전달하는 것일까?

사람과 동물은 심장에서 펌프질을 하여 피를 머리 꼭대기까지 전달한다. 동물 중에서 가장 키가 큰 기린도 사람의 2배에 가까운 혈압으로 3m 정도 높이까지 피를 끌어 올릴 수 있을 뿐이다. 식물이 물을 높이 끌어 올리는 비밀은 '김내기(증산)'에 있다. 식물의 잎 뒷면에는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뱉는 숨구멍(기공)이 있는데, 이 숨구멍으로 식물 몸속에 있던 물이 수증기가 되어 밖으로 내보내지는 김내기 작용을 한다. 김내기 작용을 통해 물이 공기 중으로 사라지면 빨대로 빨아올리는 것처럼 뿌리에서부터 이어져 있던 물을 그만큼 끌어 올릴 수 있다. 레드우드는 이 김내기 장굥으로 115m 높이까지 물을 끌어 올리며, 태평양 연안의 아침 안개도 나무 꼭대기의 잎에 물을 공급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30p)

#나무책#윤주복#진선북스#나무생태의모든것을담은나무대백과사전#나무에관한최고의식물도감#나무대백과사전#식물도감#도감#과학#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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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 왜 당신 마음에 들어야 합니까 - 남들 마음속에 살다 내 인생을 놓친 사람들에게
김경일 지음 / 퍼스트펭귄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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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이 주는 짜릿함이 있네요.

보자마자 드라마 속 주인공의 대사 같아서, 멋진 장면이 떠올랐네요.

《내 인생이 왜 당신 마음에 들어야 합니까》는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의 책이네요.

저자는 이 질문이 타인에게 던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나 자신에게 건네는 말이라고 이야기하네요.

이 책은 타인의 시선, 타인의 기준에 휘둘리며 힘들고 괴로웠던 사람들, 즉 나 자신의 인생을 놓친 사람들을 위한 마음 수업이네요.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중에는 유난히 착한 사람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이 손해 보고 양보하며 참다가 호구가 되는 거예요. 저자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면 정작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 바로 나 자신에게는 나쁜 사람이 되는 거라고, 그러니 우리의 목표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중요한 사람들과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어야 해요. 우리가 배워야 할 관계의 균형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되 그 마음대로 살지는 않는 것,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되 나의 판단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면서도 자기 자신에게 불친절하지 않는 것이네요.

이 책에서는 우리 각자가 자신의 마음에 집중할 수 있는 질문과 이야기를 만날 수 있네요. 최근 재미나게 보고 있는 드라마가 있는데, 주인공이 로또 1등에 당첨 되고도 사직서를 던지는 대신 이전과는 전혀 다른 당당함과 여유를 장착한 채 직장 생활을 하는데요. 그동안 상사의 부당한 질책이나 가스라이팅, 거래처의 갑질을 참아냈던 주인공이 완전 달라진 태도로 주도권을 가져오는 장면이 은근 통쾌하더라고요. 드라마 속 주인공에게 로또 당첨금이 언제든 판을 엎을 수 있는 무기가 된 것처럼 이 책에서는 우리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준 심리적 자본을 구축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네요. 당장 환경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상황을 바라보는 나의 인지적 프레임을 바꾸면 삶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네요. 우리가 항상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내 인생의 결정권은 나에게 있다'라는 거예요. 드라마 주인공의 통장에 찍힌 로또 당첨금 13억처럼 내 마음의 통장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건 바로··· 그 답을 찾았다면 나만의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네요.


"퇴사하는 직원에게 회사를 왜 그만두는지 물어보면 십중팔구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사랑했던 연인과 이별하는 사람에게 물어도 비슷한 대답을 하지요. 이처럼 우리는 행복했던 기억이 사람을 붙잡고, 행복하지 않았던 기억이 사람을 떠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어떤 경험을 행복한 기억으로 남길까요?

···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교 심리학자 테레사 마르틴이 이끄는 연구진은 이 질문을 오랫동안 추적했습니다. ··· 결과는 예상과 조금 달랐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긴 것은 처음부터 즐거웠던 순간이 아니었습니다. 질병이나 가족의 죽음, 실직, 조직 내 갈등처럼 힘든 일을 겪었지만 결국 그것을 이겨냈던 경험이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더 흥미로운 사실도 있습니다. 이렇게 어려움을 극복한 기억이 많은 사람일수록 이후의 삶에서도 더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갈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죠. 특히 나이가 들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는데요. 연구진은 이를 '승리와 극복의 기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행복한 삶에는 실패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앞서 살펴본 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제 우리의 기억은 다르게 작동합니다. 실패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실패를 이겨낸 사람이 더 행복한 기억을 남긴다는 것이지요."

(75-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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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 - MBC 라디오 <여성시대>>가 전하는 인생의 한마디
여성시대 지음 / 김영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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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날로그 세대의 추억은 라디오 프로그램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엽서와 편지를 주고받던 시절, 그때는 자신이 보낸 사연이 라디오를 통해 나오는 것이 굉장한 이벤트였네요. 요즘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사연과 신청곡을 쉽게 보낼 수 있으니 훨씬 편해졌지만 뭔가 감동이나 낭만은 살짝 줄어든 느낌이네요. 중요한 건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라디오를 사랑하는 청취자들이 있다는 게 아닐까 싶네요. 저 역시 라디오는 어쩐지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기다려주는 친구 같아서 든든한 구석이 있어요.

MBC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가 꽤 오래된 장수 프로그램이라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정확히는 1975년 '여성살롱'이라는 이름으로 첫 방송을 시작해 1988년 현재의 명칭인 <여성시대>로 바뀌면서 자그만치 51년 동안 우리 곁을 지키고 있었네요.

《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는 MBC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가 전하는 인생의 한마디 책이네요.

이 책의 저자들은 <여성시대>의 청취자들이자 우리 이웃들이네요. 1979년부터 이어져온 글 잔치 '신춘편지쇼' 당선작 가운데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고 다시 살아갈 힘이 되었던,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말들을 골라 담아낸 책이네요. 시작하게 하는 말, 무너진 마음을 붙드는 말, 나를 사랑하게 하는 말, 함께 살아가는 말, 오늘을 살게 하는 말로 나누어 60개의 편지들을 소개하고 있네요. 익명으로 보내온 편지는 <여성시대> 청취자를 일컫는 '당당이'라는 이름으로 표기했는데, 그 '당당이'의 편지를 읽으면 마음이 뭉클했네요. 깊은 상처와 아픔을 엄마 덕분에 치유할 수 있었던 소녀가 용기를 내어 자신의 아픈 기억을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는 것이 감동이었네요. 우리를 괴롭히고 아프게 하는 것도 사람이지만 다시 살아가게 만드는 것도 역시 사람이네요. 사랑하는 사람들 덕분에 오늘을 행복하게 웃으며 살고 있네요. 책 속의 편지들은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을 일깨워주는, 참으로 감사한 말들이었네요. 우리가 서로에게 좋은 말을 해줄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정말 많이 달라질 거예요. 오염된 말들이 넘쳐나는 요즘,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진솔하고 따뜻한 말들로 마음의 힘을 얻었으면 좋겠네요.


"저는 그냥 엄마한테 전화를 했는데, 엄마가 받아서, 그래서 엄마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하며 그만 울어버렸습니다. 엄마는 괜찮다며, 다 괜찮다며 그 어느 것도 네 잘못이 아니니, 그 어떤 것도 절대 후회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엄마는 저를 지킬 수 있어서 행복했고, 제가 더는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웃으며 잘 사는 것이 엄마의 꿈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86p)


"할머니는 나에게 김치를 전해주기 위해서 오신 것이었다.

안양의 삼촌 댁에서 성북동의 시댁까지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시며···.

그리고 김치통 위에 놓여 있던 쪽지 하나.

천금가튼 내 세끼 바라.

봄똥짐치 담끼는 봄똥배차를 깨끄시 씨서

무를 빼고 멜치전 궁무를···.

뜨거운 내 눈물이 그 쪽지 위에 쉴 새 없이 떨어졌다.

며칠 전에 나는 시골에 사시는 친정어머니 대신에

외숙모에게 전화를 해서 봄김치 담그는 법을 물으면서

음식 솜씨가 없어서 시부모님 사랑받기는 다 틀렸다고

하소연을 했던 것이다.

알고 보니 그 얘기를 들은 할머니는 행여라도

내가 시댁에게 밉보일까 며칠을 걱정하시다가

그래도 며느리에게 시집간 외손녀 김치까지

담가 달라고 할 수가 없어서 외숙모가 안 계신 틈에

얼른 배추를 사다가 김치를 담가 나를 찾아오신 것이었다."

(2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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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고 있지 않았던 장면들 ㅣ 트리플 37
임솔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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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한테 이런 표정이 있었나?

가끔 나도 모르는 순간이 사진에 찍힐 때가 있어요.

보통은 "자, 찍는다!"라는 말이나 카메라를 들이대는 행동으로 사진 찍힐 준비를 하니까,

거울에서 늘 보던 그 얼굴의 나를 사진으로 만나게 되네요. 익숙한 나.

근데 무방비 상태에서 찍힌 나는 뭔가 낯설면서 '나도 모르는 나'를 담고 있네요.

임솔아 작가의 《우리가 보고 있지 않았던 장면들》은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서른일곱 번째 책이네요.

이 책에는 세 편의 소설과 한 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네요.

<금빛 베드 러너>의 지윤은 엄마와 여행을 하고 있고, <도희의 한 시간>에서 도희는 기차를 타고 가는 중이며,

<쉴 곳>은 민영이 정화와 민기의 집에서 머물고 있는 '순간'을 보여주고 있네요.

그들은 알고 있을까요, 우리가 그들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본 적 없던 장면들이 활자가 되어 단어와 문장으로 선명한 장면들을 그려내고 있어요.

우리는 그들의 표정을 볼 수 없지만 어떤 상황인지 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으니, '본다'는 건 늘 불완전한 해석 같아요.

똑같은 장면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니까, 전혀 몰랐던 부분까지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둔감한 사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소설은 우리가 놓쳤던 장면들을 차분하고 담담하게 보여주면서, 우리가 종종 놓칠 수밖에 없는 장면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네요.

바로 나 자신, 우리는 늘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 나를 확인하고, 카메라와 거울에 비친 나를 진짜 나라고 여기며 살고 있네요. 물론 그 모습도 진짜가 맞지만 나를 구성하는 극히 일부분이라는 것, 결국 우리는 곁에 있는 사람들을 통해 나란 존재를 알아가는 수밖에 없어요. 평생···

마지막 장에 수록된 에세이의 제목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네요.

저자는 세 편의 단편을 떠올리게 하는, 여덟 개의 장면들을 이야기하는데 꿈과 생각, 사실들이 뒤섞여 있네요. 인상적인 내용은 여기에 실린 소설에서 삭제된 문장들이 있다는 사실을 밝힌 부분이네요. 완전히 삭제되었고, 우리는 알 길 없는 그 문장들이, 저자가 삭제했다고 언급하는 순간 잠시 살아난 느낌이랄까요. 마치 꿈을 꾸고 난 뒤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그저 꿈을 꿨다는 사실만 남는 것처럼.


"나는 생각한다. 내게 헤어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 것에 대하여.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하여. 그것이 무엇보다 안심이 된다는 것에 대하여.

지나치게 행복한 꿈은 깨어났을 때 느끼는 낙차 때문에 오히려 더 악몽 같다.

그것을 악몽으로 받아들일 때 나는 이상하게도 내 안에 있는 미약한 힘을 느낀다.

사랑하려는 힘. 악몽 덕분에 내가 살아갈 힘을 얻고 있다면 그것을 여전히 악몽이라 불러도 될까?

나를 깨우는 것이 언제나 나의 악몽이었다면?

잘 가.

잘 지내.

또 보자.

이런 말은 인사라기보다 간청 같다.

간청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114-1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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