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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 - MBC 라디오 <여성시대>>가 전하는 인생의 한마디
여성시대 지음 / 김영사 / 2026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날로그 세대의 추억은 라디오 프로그램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엽서와 편지를 주고받던 시절, 그때는 자신이 보낸 사연이 라디오를 통해 나오는 것이 굉장한 이벤트였네요. 요즘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사연과 신청곡을 쉽게 보낼 수 있으니 훨씬 편해졌지만 뭔가 감동이나 낭만은 살짝 줄어든 느낌이네요. 중요한 건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라디오를 사랑하는 청취자들이 있다는 게 아닐까 싶네요. 저 역시 라디오는 어쩐지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기다려주는 친구 같아서 든든한 구석이 있어요.
MBC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가 꽤 오래된 장수 프로그램이라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정확히는 1975년 '여성살롱'이라는 이름으로 첫 방송을 시작해 1988년 현재의 명칭인 <여성시대>로 바뀌면서 자그만치 51년 동안 우리 곁을 지키고 있었네요.
《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는 MBC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가 전하는 인생의 한마디 책이네요.
이 책의 저자들은 <여성시대>의 청취자들이자 우리 이웃들이네요. 1979년부터 이어져온 글 잔치 '신춘편지쇼' 당선작 가운데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고 다시 살아갈 힘이 되었던,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말들을 골라 담아낸 책이네요. 시작하게 하는 말, 무너진 마음을 붙드는 말, 나를 사랑하게 하는 말, 함께 살아가는 말, 오늘을 살게 하는 말로 나누어 60개의 편지들을 소개하고 있네요. 익명으로 보내온 편지는 <여성시대> 청취자를 일컫는 '당당이'라는 이름으로 표기했는데, 그 '당당이'의 편지를 읽으면 마음이 뭉클했네요. 깊은 상처와 아픔을 엄마 덕분에 치유할 수 있었던 소녀가 용기를 내어 자신의 아픈 기억을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는 것이 감동이었네요. 우리를 괴롭히고 아프게 하는 것도 사람이지만 다시 살아가게 만드는 것도 역시 사람이네요. 사랑하는 사람들 덕분에 오늘을 행복하게 웃으며 살고 있네요. 책 속의 편지들은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을 일깨워주는, 참으로 감사한 말들이었네요. 우리가 서로에게 좋은 말을 해줄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정말 많이 달라질 거예요. 오염된 말들이 넘쳐나는 요즘,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진솔하고 따뜻한 말들로 마음의 힘을 얻었으면 좋겠네요.
"저는 그냥 엄마한테 전화를 했는데, 엄마가 받아서, 그래서 엄마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하며 그만 울어버렸습니다. 엄마는 괜찮다며, 다 괜찮다며 그 어느 것도 네 잘못이 아니니, 그 어떤 것도 절대 후회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엄마는 저를 지킬 수 있어서 행복했고, 제가 더는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웃으며 잘 사는 것이 엄마의 꿈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86p)
"할머니는 나에게 김치를 전해주기 위해서 오신 것이었다.
안양의 삼촌 댁에서 성북동의 시댁까지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시며···.
그리고 김치통 위에 놓여 있던 쪽지 하나.
천금가튼 내 세끼 바라.
봄똥짐치 담끼는 봄똥배차를 깨끄시 씨서
무를 빼고 멜치전 궁무를···.
뜨거운 내 눈물이 그 쪽지 위에 쉴 새 없이 떨어졌다.
며칠 전에 나는 시골에 사시는 친정어머니 대신에
외숙모에게 전화를 해서 봄김치 담그는 법을 물으면서
음식 솜씨가 없어서 시부모님 사랑받기는 다 틀렸다고
하소연을 했던 것이다.
알고 보니 그 얘기를 들은 할머니는 행여라도
내가 시댁에게 밉보일까 며칠을 걱정하시다가
그래도 며느리에게 시집간 외손녀 김치까지
담가 달라고 할 수가 없어서 외숙모가 안 계신 틈에
얼른 배추를 사다가 김치를 담가 나를 찾아오신 것이었다."
(2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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