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고 있지 않았던 장면들 ㅣ 트리플 37
임솔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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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한테 이런 표정이 있었나?

가끔 나도 모르는 순간이 사진에 찍힐 때가 있어요.

보통은 "자, 찍는다!"라는 말이나 카메라를 들이대는 행동으로 사진 찍힐 준비를 하니까,

거울에서 늘 보던 그 얼굴의 나를 사진으로 만나게 되네요. 익숙한 나.

근데 무방비 상태에서 찍힌 나는 뭔가 낯설면서 '나도 모르는 나'를 담고 있네요.

임솔아 작가의 《우리가 보고 있지 않았던 장면들》은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서른일곱 번째 책이네요.

이 책에는 세 편의 소설과 한 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네요.

<금빛 베드 러너>의 지윤은 엄마와 여행을 하고 있고, <도희의 한 시간>에서 도희는 기차를 타고 가는 중이며,

<쉴 곳>은 민영이 정화와 민기의 집에서 머물고 있는 '순간'을 보여주고 있네요.

그들은 알고 있을까요, 우리가 그들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본 적 없던 장면들이 활자가 되어 단어와 문장으로 선명한 장면들을 그려내고 있어요.

우리는 그들의 표정을 볼 수 없지만 어떤 상황인지 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으니, '본다'는 건 늘 불완전한 해석 같아요.

똑같은 장면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니까, 전혀 몰랐던 부분까지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둔감한 사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소설은 우리가 놓쳤던 장면들을 차분하고 담담하게 보여주면서, 우리가 종종 놓칠 수밖에 없는 장면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네요.

바로 나 자신, 우리는 늘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 나를 확인하고, 카메라와 거울에 비친 나를 진짜 나라고 여기며 살고 있네요. 물론 그 모습도 진짜가 맞지만 나를 구성하는 극히 일부분이라는 것, 결국 우리는 곁에 있는 사람들을 통해 나란 존재를 알아가는 수밖에 없어요. 평생···

마지막 장에 수록된 에세이의 제목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네요.

저자는 세 편의 단편을 떠올리게 하는, 여덟 개의 장면들을 이야기하는데 꿈과 생각, 사실들이 뒤섞여 있네요. 인상적인 내용은 여기에 실린 소설에서 삭제된 문장들이 있다는 사실을 밝힌 부분이네요. 완전히 삭제되었고, 우리는 알 길 없는 그 문장들이, 저자가 삭제했다고 언급하는 순간 잠시 살아난 느낌이랄까요. 마치 꿈을 꾸고 난 뒤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그저 꿈을 꿨다는 사실만 남는 것처럼.


"나는 생각한다. 내게 헤어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 것에 대하여.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하여. 그것이 무엇보다 안심이 된다는 것에 대하여.

지나치게 행복한 꿈은 깨어났을 때 느끼는 낙차 때문에 오히려 더 악몽 같다.

그것을 악몽으로 받아들일 때 나는 이상하게도 내 안에 있는 미약한 힘을 느낀다.

사랑하려는 힘. 악몽 덕분에 내가 살아갈 힘을 얻고 있다면 그것을 여전히 악몽이라 불러도 될까?

나를 깨우는 것이 언제나 나의 악몽이었다면?

잘 가.

잘 지내.

또 보자.

이런 말은 인사라기보다 간청 같다.

간청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114-1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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