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ㅣ 워싱턴 포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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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터 포 시리즈,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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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ㅣ 워싱턴 포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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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 번이라도 M.W. 크레이븐 작가의 책을 읽었다면 결코 잊지 못할 거예요.

제가 딱 그러네요. 직관과 경험을 중시하는 베테랑 형사 워싱턴 포의 활약을 따라가다 보면 휘리릭, 시간가는 줄 모른다니까요.

《큐레이터》는 잔혹한 연쇄 살인마 '큐레이터'를 쫓는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네요.

이번에는 워싱턴 포 형사와 천재 데이터 분석가 틸리 브래드쇼의 환상적인 콤비를 만날 수 있네요.

사건은 매우 충격적이네요. 크리스마스를 앞둔 영국, 마치 전시하듯이 무자비하게 잘려 나간 신체 일부가 곳곳에서 발견되네요. 도대체 범인은 무엇을 보여주려는 걸까요. 일명 '큐레이터'가 던져 놓은 흔적들, 기이하고도 치밀한 연쇄 살인 사건의 목적은 무엇인 걸까요. 여기서 용의자들은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범행을 부인하며, 그저 자신들은 어떤 게임에 참여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데, 틸리 브래드쇼는 이들이 의학적으로 심각한 수준의 세뇌 상태에 빠져 있음을 밝혀내면서 보이지 않는 설계자 큐레이터의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네요. 우리가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는 행동들이 과연 온전히 나의 자유의지인가를 의심하게 만드네요.

"졸의 역할을 이해하는 플레이어, 그걸 진정으로 이해하는 플레이어는 체스 마스터가 될 수 있지.

졸은 체스판에서 가장 약한 말일지는 모르지만 상대방이 공격할 수 있는 때와 위치를 좌우하거든.

이른바 큰 말이라는 것들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전투가 벌어질 칸을 결정하지."

(9p)

영리하고 사악한 적에 맞서는 워싱턴 포 형사와 틸리 브래드쇼는 서로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연대의 서사를 보여주네요.냉혹한 범죄 현장 속에서도 인간적인 매력을 뿜어내는 두 사람의 콤비가 사건과 대비되면서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기네요. 체스 게임처럼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던 피해자들의 기묘한 연결고리가 드러나면서 플레이어와 체스 마스터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네요. 연쇄살인마 큐레이터의 기괴한 범죄 행각이 충격적인 만큼 사건의 진실도 예사롭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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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각씩 걷는 파리 - 나만의 속도로 맞춰가는 열 조각의 파리 도보 여행
손지연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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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음 가는 데 몸이 간다는 말이 있잖아요.

뭔가를 선택할 때 마음이 하자는 대로 하면 몸은 힘들어도 후회는 없는 것 같아요.

유럽과 사랑에 빠져 오직 유럽에서 살아보겠다는 일념으로 현지 투어 회사에 지원해 여행 가이드가 되었으나 일에 치여 잠시 실망했다가 두 발로 걸어다면서 비로소 파리의 진짜 모습을 발견했다고, 바로 그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네요.

《한 조각씩 걷는 파리》는 현재는 여행가이자 여행크리에이터인 손지연 님이 안내하는 열 조각의 파리도보여행 이야기 책이네요.

뻔한 패키지 여행 말고 뭔가 나만의 파리를 경험하고 싶은 여행자들을 위한 가이드 겸 파리의 매력을 알려주는 에세이네요.

저자는 파리를 걸어서 즐길 수 있는 도보 코스를 열 개의 조각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네요. 매일 파리의 주요 관광지를 차로 이동할 때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는데 우연히 지하철 공사 때문에 버스를 타고 걸어보니 이전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만났다는데, 그건 파리뿐 아니라 어디를 여행하든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저마다 각자의 속도대로 걸어가야 주변을 둘러볼 수도 있고, 제대로 체험할 수 있으니까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정해진 기간이 있어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너무 많은 것을 보려고 하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더라고요. 그러니 한 곳을 보더라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만약 파리에서 딱 한 시간만 머물 수 있다면, 일말의 고민 없이 빵집으로 가서 쇼숑 오 뽐므(사과빵)를 산 후 에펠탑 벤치에 앉아 먹을 것이다. 빵과 에펠탑, 파리를 온전히 느끼기에 충분하다. 반나절 이상의 시간이 있다면 일단 생 도미니크 거리로 간다. 이 거리는 파리 특유의 회색 지붕 위로 빼꼼히 솟은 에펠탑을 마주할 수 있는 거리이다.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에펠탑을 한 눈에 내려다보는 것도 좋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풍경과 생활 소음 속에서 무심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에펠탑을 마주하는 것이 훨씬 매력적이다. 그 거리를 걸으면 에펠탑이 당연하게 있는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기분이 든다. 날이 좋으면 에펠탑이 보이는 곳에서 피크닉을 즐겨야 한다. 즐기면 좋은 것이 아니라, 즐겨야 한다. 이것이 파리 그리고 에펠탑에 대한 예의다."

(12-14p)

첫 번째 조각인 에펠탑으로 시작해, 두 번째 조각은 루브르 박물관, 세 번째 조각은 오르세 미술관, 네 번째 조각은 조르주 퐁피두 센터, 다섯 번째 조각은 노트르담 성당, 여섯 번째 조각은 몽마르트, 일곱 번째 조각은 오페라 가르니에, 여덟 번째 조각은 개선문, 아홉 번째 조각은 마레지구, 열 번째 조각은 베르사유 궁전까지 저자의 솔직한 감상과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네요. 지도와 함께 조각에서 조각으로 이동할 수 있는 대중교통 정보가 있어서 각자의 취향과 속도에 맞춰 얼마든지 조각을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네요. 파리에 간다면 열 조각 중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을 것 같아요. 에펠탑에서 버스를 타고 센강을 따라 오르세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위를 노을지는 저녁 시간에 꼭 가보고 싶네요. 풍경 자체가 그림 같은 순간을 경험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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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왕 ㅣ 폭스코너 청소년소설 8
너새니얼 레소어 지음, 신선해 옮김 / 폭스코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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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친구 있는 척하지 마라."

(24p)

할머니의 농담이지만 속사정을 알고 나니 꽤 의미심장한 말이었네요.

너새니얼 레소어 작가의 《아무것도 아닌 왕》은 청소년 소설이에요.

주인공 앤톤은 학교에서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는, 이른바 일진 패거리에 속해 있어요. 솔직히 앤톤이 우두머리인 '학교의 왕'이란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더라고요. 엄마의 기세에 밀리고, 숨 쉬듯 선을 넘는 케힌데에게 그만 하란 소리도 못하면서, 자기보다 약한 아이들이나 선생님 앞에서 삐딱하게 굴면서 센 척하고 있다는 게 다 보였거든요. 작은 개가 더 크게 짖듯이, 앤톤이 말썽부리는 이유는 '나를 건드리지 마시오'라는 경고가 아닌가 싶네요. 친구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 때문에 마음속 불안을 거친 말과 행동으로 감추고 있네요.

딱 십대 남자애들의 허세가 이런 거구나, 그런 걸 보여주면서 '진짜 친구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네요. 학교에서 사고를 친 앤톤에게 엄마는 한달 간 인터넷 금지라는 강수를 뒀고, 인터넷을 다시 하고 싶은 앤톤은 엄마의 미끼를 물고 마는데...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괜찮을 거야. 엄만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올게. 중간에 째기만 해 봐. 이따 보자."

(68p)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역시 엄마는 앤톤보다 한 수 위였네요. 엄마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참여하게 된 해피 캠퍼스, 지역 봉사 동아리 사람들이 함께 하는 세인트 루크스 청소년 프로젝트에서 놀라운 반전이 일어나네요. 일진 패거리들과 어울리는 학교 안에서 앤톤은 그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해피 캠퍼스에서 깨닫게 되는 과정이 정말 흥미진진하네요. 결정적인 사건은 학교의 공식 찐따인 매튜가 우연히 앤톤의 목숨을 구하게 된 일이고, 티격태격하던 둘 사이가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할 때부터 뭔가 감동이 밀려오더라고요. 십대 아이들에게 친구의 존재만큼 중요한 건 없을 거예요. 다만 그 친구가 진짜 친구인지, 아니며 그냥 찌질한 양아치인지 구분할 줄 알아야 해요. 앤톤은 할머니 덕분에 자신의 선택들을 돌아보게 되었고, 지난 몇 주 동안 자신을 가장 행복하게 한 선택이 무엇인지를 떠올렸네요. 무척 속을 썩이긴 했지만 어찌됐든 정신을 차린 앤톤이 참으로 기특한 순간이었네요. 엄마는 앤톤에게 이렇게 말해줬네요.

"인생은 짧아, 앤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야. 매 순간의 선택을 합친 게 인생이거든.

운 좋게 찰나의 기쁨을 경험한다면, 하물며 네 할머니 같은 평생의 운을 누린다면,

그런 순간들을 꼭 붙잡아야 해."

(307-308p)

현명한 할머니의 딸인 엄마와 그 엄마의 아들인 앤톤이기에 멋진 선택을 할 줄 알았네요. 아무것도 아닌 왕에서 세상 가장 특별한 '나'로 거듭나는 성장 스토리, 그리고 진짜 친구의 우정까지 완벽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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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머무는 마음 - 시가 피어나고 그림이 머무는 자리
나태주 지음, 나난 그림 / OTD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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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꽃을 만나면 발길이 멈추고, 한참 바라보게 되네요.

좋아하는 마음이야 이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는데 이제는 꽃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네요. 눈에 담고, 마음에도 담고, 사진으로도 남겨뒀다가 나중에 슬그머니 꺼내 보며 미소 짓게 되네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처럼 꽃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아요. 모든 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꽃은 서두르는 법 없이 늘 자신의 속도에 맞춰 피어나기에 당당하고 아름다운 것 같아요.

꽃을 바라보듯이, 나태주 시인의 시와 나난 작가의 그림이 어우러진 시화집 《오래 머무는 마음》을 보았네요.

풀꽃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나태주 시인의 시들은 순수한 아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이 있어요. 풀이든 꽃이든 바람이든 일상에서 만나는 작고 흔한 것들을 소중하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마음이 느껴져요.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짧고 담백한 말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뭔가 깊이 해석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아요.

이번 시집은 나난 작가의 감성적인 그림이 더해져서 예쁜 꽃밭이 되었네요. 오래전부터 꽃을 그려 왔다는 나난 작가는 나태주 시인의 시가 독자의 마음속에 조금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조용히 곁을 지키는 존재로서의 그림이 되기를 바라며 작업을 했다고 하네요. 나난 작가의 작업 노트를 보면, "··· 꽃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남겨진 흔적들을 그려 왔습니다. 사랑과 기억, 위로와 감사, 말없이 전해지는 온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제 작업의 중심에 있습니다. 제게 꽃은 하나의 대상이 아니라 마음을 건네는 방식이며, 말로 다 담지 못한 감정을 대신 전하는 또 하나의 언어입니다. 또한 곁에 오래 머물고 싶다는 마음의 형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래도록 시들지 않는 꽃을 그려 왔습니다. ··· 제가 붙잡고 싶었던 것은 꽃의 형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이 다른 모습으로 이어지는 한, 삶은 다시 꽃을 피워 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140-141p)라고 이야기하네요. 다정하고 따뜻한 시를 읽으면서 아름다운 꽃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잔뜩 흐렸던 마음이 환하게 개이는 느낌이 들었네요. 유난히 마음이 작아질 때, 그럴 때는 <괜찮아>라는 시를 읽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모두 꽃인데 너만 그걸 몰랐던 거라고, 그러니 너도 꽃을 피우라고 말해주고 있네요. 서툴러도 조금 틀려도 괜찮으니, 오늘 하루 이 순간을 진심으로 살아가라고요. 좋은 시와 그림이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였네요.


"괜찮아 서툴러도 괜찮아

서툰 것이 인생이란다

조금쯤 틀려도 괜찮아

조금씩 틀리는 것이 인생이란다

어찌 우리가 모든 걸

미리 알고 세상에 왔겠니!

··· 담담하게

하루하루 순간순간을 살자.

틀려도 괜찮아

조금쯤 서툴러도 괜찮아."

(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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