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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으로 가는 길
정형남 지음 / 애플북스 / 2026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굽이굽이 좁고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만 갈 수 있는 암자를 본 적이 있어요.
직접 가본 것은 아니고 방송을 통해 본 것이 전부지만 왜 그곳에 머무는지 조금은 알 것 같더라고요.
외롭지만 평온한 느낌이랄까요. 오르는 길은 험난해도 암자가 자리한 곳은 높은 산꼭대기라서 굽어보는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네요.
시끄러운 세상과는 결이 다른 풍경이라 그 자체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네요. 하지만 현실은, 그곳에 오를 일이 있을까요.
정형남 작가의 장편소설 《새벽으로 가는 길》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겨울 산 암자에 홀로 살고 있는 청년 우인과 길을 잃고 찾아든 신해의 이야기로 시작되네요. 적막강산, 눈보라 속에서 오도가도 못한 채 젊은 남녀가 암자에서 일주일을 함께 보내면 뭔가 묘한 분위기가 생길 것 같지만 둘은 예의 바르게 거리를 두고 있네요.
"눈이 쉬이 그칠 것 같지 않네요."
"불편해하지 마시오."
"여러모로 난감해서요."
차라면 산국화 향기가 더 나을 거요."
"보아하니 고시 공부를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 나의 실체요."
"하지만 그냥 하릴없이 시간을 죽이지는 않을 것이고,
눈보라 속에서 길을 잃은 산새마냥 깃들지는 않았겠지요."
"주위의 경관에 홀려 스스로 걸어 들어왔어요."
"······ 그만한 사연이 있겠죠."
(15-16p)
우인이라는 청년이 낯선 섬, 산 속 암자에 머물게 되었는지 그 사연이 서서히 드러나네요.
"바깥세상과는 소통이 불가능하겠소."
"무언의 압력으로 눈뜬장님 행세를 하도록 하지 않았습니까?"
"그 점은 나도 가슴 아프게 생각해요. 우리 세대의 비극 아니겠소.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67p)
이 소설은 우인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저마다의 사연을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네요. 눈 내리는 날, 눈이 오듯 찾아온 신해처럼 인생에서 마주하는 인연과 자연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해주네요. 절망과 희의를 안고 떠돌던 우인이 혼자라고 여길 때 늙은 어부 도옹이 다가와 다정한 손길을 건넸고, 신해가 다가와 얼어붙은 동토를 녹였으며, 유종이라는 또래 청년이 일상을 공유하며 따뜻한 온기를 나눠 주었으니 말이에요. 사계절의 변화를 순순히 받아들이며 드넓은 자연을 삶의 공간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안분지족, 안빈낙도를 보았네요. 석양낙조와 같이 아름답게 나이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네요. 새벽으로 가는 길, 그 여운이 깊이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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