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빠다 : 마음을 쉬는 영어 법구경
비구 수자토 영어 옮김, 홍은혜 우리말 옮김 / 바다와조약돌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힘들 때 읽었던 책에서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라 적어두고 종종 소리내어 읽어보곤 하네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답답하고 괴로운 마음이 들 때 부처님의 말씀을 통해 해소되는 느낌을 받은 뒤로는 찾아 읽게 되더라고요.

제목은 낯선데 그림이 평화롭고 따뜻해 보여서 끌린 책이네요. 

마음을 쉬는 영어 법구경 ㅡ 지혜와 사랑의 길.

《담마빠다》는 영어 법구경 책이네요.

우선 제목부터 하나씩 짚고 넘어가야 왜 이 책이 특별한지를 알 수 있네요.

초기 불교의 언어인 빠알리어로 '담마빠다'가 '법구경'이라고 하는데, 원래 '경'이란 말은 없지만 경전으로 다루어져 중국에서 번역할 때 '경'자를 붙여 '법구경'이라고 부르게 되었대요. 담마(Dhamma)는 붓다의 가르침, 규범, 진리, 선함, 정의, 미덕, 모든 현상 등 문장에서 어떻게 쓰였느냐에 따라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고, 빠다(pada)는 길 또는 발, 발자국, 자취, 단계, 단어, 구절, 말씀, 게송의 뜻이 있어서 두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합치는 것만으로는 그 참뜻을 온전히 살려 내기 어렵다고 하네요. 그러니 '법구경'보다는 '담마빠다'로 표현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부처님이 가르침을 펼칠 때 사용했던 언어가 바로 고대 인도어인 빠알리어인데, 산스크리트어가 고대 인도의 표준어라면 빠알리어는 민중의 언어, 방언, 사투리였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네요.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빠알리어로 이루어진 경전 '담마빠다'를 현대인들에게 널리 전하기 위해서 비구 수자토 스님이 3년간 홀로 매진한 끝에 영어 번역본을 완성했고, 온라인플랫폼 수타센트럴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열어두었다고 하네요.

이 책은 비구 수자토 스님의 영어 법구경을 홍은혜 번역가가 우리말로 옮긴 것으로, 총 423개의 모든 게송을 영어와 우리말로 나란히 실었네요.

처음 기획은 마음이 지친 청소년들이 대상이었다고 해요. 쉬는 시간에도 공부 걱정을 내려놓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고려하여 영어 법구경을 읽으면서 부처님의 가르침도 얻고 영어 공부도 할 수 있도록 만든 거죠. 근데 '담마빠다'가 무엇이고, 어떤 내용인지를 알고 나니 청소년들뿐 아니라 마음의 휴식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인 것 같아요. 가장 오래된 경전 중 하나인 담마빠다는 한 편의 시처럼 짧고 명료한 문장들 속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그대로 녹아 있어서, 알기 쉬우면서도 한 구절을 깊이 파고들면 그 자체로 명상이 되는 효과가 있네요.

주제에 따라 26개로 나뉘어져 있는데, 하나씩 살펴보면 '짝을 이루는 가르침', '철저하게 깨어있음','마음', 꽃', '어리석은 이', '슬기로운 이', '번뇌를 소멸한 이', '천 가지', '악', '폭력', '늙음', '자신', '세상','붓다', '행복', '사랑하는 것', '성냄', '허물','올바른 길을 가는 이', '길', '여러 가지', '지옥','코끼리', '갈망', '수행자', '고귀한 이'로 바른 삶을 강조하고 있네요. 종교적 교리를 넘어 인간으로서 어떻게 바르고 평온하게 살 것인가에 대한 길을 제시해주고 있네요. 부처님의 말씀이 담긴 빠알리어를 영어로 옮기고, 그 영어를 다시 우리말로 번역하느라 애쓰신 분들에게 감사하면서 이제는 제가 노력해야 할 차례인 것 같네요. 그 말씀들이 씨앗처럼 마음에 뿌리내려 온전한 삶으로 이어지기를.


33 마음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흔들리니

지키기도 단속하기도 어려우나

현상을 분별하는 지혜로운 이는 마음을 바로잡는다

마치 화살 장인이 화살을 곧게 펴듯이

34 바다에 잡혀

모래밭에 던져진 물고기처럼

마음은 마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쉬지 않고 펄떡이며 몸부림친다*


* 물고기의 고향인 '바다'는 감각적 욕망과 불선법(악의, 해코지하려는 마음 등)이

지배하는 영역을 상징한다. 우리 마음은 오랫동안 바다라는 욕망의 집에서 먹고 놀며

그것을 익숙하고 편안한 고향처럼 여겨 왔다. 그러나 붓다의 올바른 가르침에 따라

수행을 시작하면, 마음은 익숙했던 바다를 떠나 거친 '모래밭'에 던져진 상태가 된다.

이때 마음은 낯설고 답답하며 숨이 막히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다시 편안했던 바다로

돌아가고자 격렬하게 저항하며 펄떡인다. 이는 수행을 통해 마음이 오래된 관성의 집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겪는 필연적인 진통과 같다. 수행이 깊어질수록 이 고통은 자연스럽게

해결되지만, 알아차림의 초기 단계에는 이처럼 강한 신체적·정신적 저항이 따르는 현상을

물고기의 몸부림에 빗대어 보여 주는 게송이다.

(49p)



#담마빠다#담마빠다_마음을쉬는영어법구경#비구수자토#바다와조약돌#바다와조약돌출판사#마음을쉬는영어법구경#담마빠다#빠알리어#불교경전#붓다의가르침#수자토스님의영문경전#제인마시그림#법구경#불교#철학#인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알갱이들 - 제6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황보나 지음 / 사계절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켁켁, 목에 걸린 알갱이처럼 뱉을 수도 삼킬 수도 없는, 그 마음에 관한 이야기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알갱이들 - 제6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황보나 지음 / 사계절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말인데, 이 소설을 읽고 나니 흠칫 놀라게 되네요.

죽고 싶다는 말, 힘들 때마다 한숨처럼 터져나오는 그 말을 이젠 그냥 넘길 수 없을 것 같아요.

작은 알갱이 하나라도 목에 걸리면 켁켁, 사레가 들리면 빼내기 전까지는 계속 고통스럽고 힘들잖아요. 근데 마음 속에 박힌 알갱이들은 남들 모르게 꽁꽁 숨겨버리니까, 본인은 숨이 막힐 지경인데 아무도 그걸 알 길이 없는 거예요.

그 알갱이들이 너를 괴롭히고 있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니 뭐라도 꼭 할 테니까, 내 앞에서는 숨기지 말라고.

황보나 작가의 장편소설 《알갱이들》은 제6회 박지리문학상 수장작이라고 하네요.

사실 '박지리문학상'의 존재를 이번에 알게 됐는데, 공모전은 제6회(2025년)를 끝으로 종료되었다고 하네요. 박지리문학상은 한국 문단의 천재 작가로 평가받는 고(故) 박지리 작가(1985~2016)의 참신한 소재와 독특한 글쓰기로 인간 본질과 우리 사회를 깊이 천착해 한국 문단에 독보적 발자취를 남긴 작가의 뜻을 잇기 위해 사계절출판사가 2020년에 제정한 문학상이라고 하네요. 스물다섯 살에 첫 작품 <합체>를 세상에 내놓고 서른한 살에 마지막 작품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출간한 지 불과 8일 뒤에 세상을 떠난 박지리 작가, 그의 존재와 작품을 그의 이름이 붙은 문학상 수상작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니, 뭔가 싱숭생숭 묘한 기분이 들었네요. 박지리 작가는 데뷔작 <합체>로 2010년 제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는데, 이때 심사를 맡은 작가들이 "이미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로 심사평을 대신했다고 하네요. 2014년 박지리 작가의 인터뷰에서, 스마트폰은 가져본 적이 없고 2G폰을 쓰지만 전화를 잘 받지 않을뿐더러 컴퓨터도 일하는 기간 빼면 이메일도 잘 쓰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작가라기보다는 백수로 생각한다면서도 누구보다 치열하게 작품을 쓰고 있다는 내용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더라고요. 마치 지금도 어디선가 글을 쓰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네요.

《알갱이들》이라는 소설 속 주인공 현비는 단짝 친구였던 정미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지만 수시로 찾아오는 정미의 친언니 유미, 전학 간 학교에서 새로 사귄 하나뿐인 친구 소윤, 그리고 소윤을 끊임없이 때리고 괴롭히는 김라희, 심하게 간섭하는 할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편하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네요. 정미는 죽기 세 시간 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현비와 편의점에 갔고, 삼각김밥을 먹었어요. 굳이 다른점을 찾자면 둘 다 좋아하는 참치마요 삼각김밥이 딱 하나 남아 있었는데, 정미가 먼저 양보했다는 거예요. 현비 입장에선 특별날 게 없는 것이 그전에는 자기가 훨씬 더 많이 양보했으니까, 먼저 말하지 않았다면 그날도 정미에게 줬을 거예요. 어찌됐든 정미는 떠났고, 남겨진 사람들은 정미가 왜 떠났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네요. 남겨진 이들이 감당해야 할 감정들이 여기저기 알갱이들처럼 흩어져 콕콕 찔러대고 있네요. 겉으로 표현하진 못해도, 슬프고 아프고 그리워한다는 걸, 그 마음을 안아주고 싶네요.


"··· 내가 침대에서 먹는 게 싫은 게 아니라

뭐라도 흘리는 게 싫은 것이므로 나는 흘리지 않으려고

심혈을 기울였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작은 알갱이,

그러니까 밥에 붙은 깨 같은 것이 떨어질 수도 있기야 하겠지만

나도 모르는 새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을까.

내가 이렇게 말하면 ○○○는 얼굴을 구기며 소리치겠지.

그러니까 애초에 먹지를 말라고! 

그래도 먹고 싶은 걸 어떻게 해."

(16p)


"안쪽 벽을 이루고 있던 오돌토돌한 알갱이들이 부서지듯 흘러내렸다.

내가 흔들릴 때마다, 나아가는 내 걸음걸음마다 알갱이들이 푸수수

나풀거리듯 떨어지고 그 안에서 나부꼈다.

치를 떠는 것처럼."

(24p)


"나도 알맹이는 아닌 것 같아. 그냥 알갱이."

(150p)


#알갱이들#황보나#사계절#사계절출판사#제6회박지리문학상수상작#황보나장편소설#한국소설#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가나다라 세상 모든 소리를 적는 문자 - 한글 580년, 팍스 코리아나로 가는 길
이현준 지음 / 해향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곧 한글날이 다가오네요.

올해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580돌이 되는 해이자,

조선어학회가 '가갸날'을 처음 정한 지 100년이 되는 매우 뜻깊은 해이기 때문이네요.

《가나다라 세상 모든 소리를 적는 문자》는 이카이스 대표 이현준 님의 책이네요.

우선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이 특별하네요. 원래 기획된 책이 아니라 저자의 유튜브 강의 영상이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출간되었다는 점이네요. 어학 서비스 기업 이카이스의 이현준 대표가 진행한 강의 제목은 '우리가 몰랐던 훈민정음의 비밀'이네요. 훈민정음은 세계 모든 소리를 표기할 수 있도록 설계된 완벽한 발음기호이자 우주의 원리와 발음기관을 반영한 과학적 문자 체계임을 강조하는데, 특히 세종이 처음 만든 훈민정음 28자 중 사라진 네 글자의 음가를 복원함으로써 현대 한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외국어 발음까지 완벽하게 표기할 수 있다는 거예요. 저자의 제안은 국어 표기는 현재 24자를 유지하되, 외국어 학습용 표기에 한해 사라진 글자와 표기법을 되살려 쓰자는 거예요. 실제로 조선의 역관들은 중국어와 일본어, 여진어의 발음을 받아 적었고, 사역원에서 쓰던 외국어 학습서들이 그 증거라고 하네요. 100년도 더 전에 우리 선조들은 이미 이 도구로 영어의 겹자음과 발음을 지금의 외래어 표기법보다 훨씬 더 정밀하게 옮겨 적었는데 우리는 원래 있던 훌륭한 도구를 스스로 내팽개친 셈이니, 지금이라도 이 위대한 글자들을 되살리자는 취지네요. 한글은 한국어만을 위한 문자를 넘어 전 세계의 소리를 담아내는 보편적 음성 표기 도구로서의 본래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 책에서는 1,200년 전 이미 시작된 한류 열풍에 관한 역사 이야기로 시작하여 인류 문명과 함께 탄생한 문자 이야기를 거쳐 본격적인 훈민정음의 비밀을 풀어내고, 최종적으로는 팍스 코리아나로 가는 길을 제시하고 있네요. 인류 역사적으로 특정 강대국이 질서를 잡아 평화를 유지했던 시대에 'Pax', 라틴어로 '평화'를 뜻하는 단어를 붙였는데, 저자는 우리 모두에게 대한민국이 진짜 평화를 주도하는 새로운 차원의 팍스 시대를 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네요. 훈민정음, 한글, 한국어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애정이 모여서 빛나는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나다라세상모든소리를적는문자#이현준#해향#해향출판사#한글580년팍스코리아나로가는길#세종이만든훈민정음28자#우리가사용하는한글24자#훈민정음#한글#한국어#인문교양#인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공생의 언어 - 소리, 몸짓, 냄새로 소통하며 진화해 온 생물들
롭 던 지음, 송근아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장 친근하고 자연스러워야 할 주제가 낯설게 느껴진다는 것 자체가 위기인 것 같아요.

현대 사회는 점점 생명의 세계와 단절된 환경으로 변해가고 있고, 사람들은 생명의 세계가 보이지 않는 삶을 당연한 일상으로 여기며, 다른 종의 필요성을 종종 잊은 채 살아가고 있네요. 노스캐롤라이나 전역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아이들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동물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거의 모든 아이들이 거주지와 관계없이 주변에 없는 동물들만 언급했다고 하네요. 이러한 결과는 현대 아이들이 주변 지역 생태계와의 깊은 단절을 시사하고 있는데, 이는 어른들도 크게 다르지 않네요. 머리 위, 저 머나먼 우주 너머의 생명체는 상상하면서도 정작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 이외의 생명체에 대해서는 너무 무관심했던 것 같아요. 다른 종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인간 중심적 사고로 자연 생태계를 파괴시켰던 거죠.

《공생의 언어》는 세계적인 진화생태학자 롭 던의 대중 과학서네요.

저자는 인간이 자연보다 어떤 식으로든 더 위대하다는 착각은 방 안에 앉아 있을 때나 할 수 있는 오만이며, 사람들이 인간과 동물을 별개로 구분하는 방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네요. 이 책은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과의 관계에 기대어 살고 있다'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모르거나 잊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졌네요. 저자는 인류가 생태계의 다양한 생물종과 신호를 주고받는 '상리공생(相利共生, Mutualism'을 통해 진화하고 생존해왔음을 증명하고, 기후위기 시대에 끊어진 자연과의 관계와 소통을 회복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네요.

생태학자들은 연구를 위해 집중하는 생물 종의 관점에서 사고하는, 이른바 '생물처럼 생각하기' 훈련을 통해 인간의 제한된 감각이 만들어낸 장벽을 허물고, 그 생물을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데, 이런 노력이 종종 과학적 돌파구로 이어진다고 하네요. 옥수수 염색체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바버라 맥클린톡은 '생물에 대한 감응', 즉 그 생물의 존재 방식을 친밀하게 여기는 능력 덕분에 자신의 발견이 가능했다고 언급했고, 저자 주변에도 자신이 연구하는 생물처럼 사고할 줄 아는 이들이 가득하다는데, 안타깝게도 그와 반대되는 대중들의 숫자와 비교하자면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라서 이 책의 역할이 더 중요한 게 아닌가 싶네요. 저자가 가설로 세운 내용은, 우리가 다른 종들과 협력하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이 현실이 되려면 우리 모두가 자연의 신호에 다시 귀를 기울이며, 우리에게 이익을 주는 생명 종들이 더욱 번성하는 세상을 상상하고 만들어가야 해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단일한 집단이 아니라는 점, 지구 전체를 놓고 보면 각기 다른 관점을 가진 수많은 우리들이니까, 그로 인해 생겨날 영향도 각기 다르게 적용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는 거예요. 뭔가 영화 <군체>의 결말이 주는 교훈과 똑같네요. 인간을 포함한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복잡하게 얽힌 소통의 그물망 속에 존재하며, 지금 필요한 것은 신호가 끊긴 생태계와의 대화뿐 아니라 우리들도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사이에 공생의 언어가 필요하네요.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효모는 1억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필요한 당분을 얻어내기 위해 당분을 좋아하는 곤충들, 특히 벌이나 더 흔하게는 사회성 말벌의 몸속에 붙어살아왔다. ··· 편승 phoresy 이란 한 생물이 다른 생물의 몸 위에 올라타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내가 대학원 시절 지도를 받은 롭 콘웰 교수는 벌새의 콧구멍 속에 숨어 꽃의 꿀로 이동하는 진드기를 연구했다. 어떤 진드기는 송장벌레에 편승해 썩은 고기로 향하고, 어떤 새의 이는 파리에 편승해 새에게로 옮겨간다. 효모 역시 곤충에 편승해 당분으로 향한다. 효모와 곤충 사이의 이러한 편승 관계는 편리공생의 형태를 띤다. 편리공생이란 한 종은 이득을 얻지만, 다른 종은 이득도 손해도 보지 않는 관계다. 그러나 효모와 곤충 사이의 관계가 항상 편리공생인 것은 아니다. 만약 어떤 곤충이 효모가 내뿜는 냄새를 자신이 원하는 당분이 있다는 신뢰할 만한 신호로 인식한다면, 곤충과 효모는 둘 다 이익을 얻는다. 이것이 바로 상리공생이다. 쌍살벌은 포도나 다른 과일 속에 있는 효모가 만들어내는 한두 가지의 특정 화학물질을 단서로 삼아 당분의 원천을 찾아낸다. 효모는 말벌에게 과일의 위치를 알려줌으로써 이득을 주는데, 이는 꿀잡이새가 인간을 꿀벌에게로 이끄는 방식과 유사하다."

(151-152p)



#공생의언어#롭던#흐름출판#소리몸짓냄새로소통하며진화해온생물들#인간과자연이맺어온가장적극적인협력관계#상리공생#자연의신호#과학이야기#교양과학#과학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