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조각 난 아이는 어떻게 자라는가 - 교육이 답이라는 거짓말
롭 헨더슨 지음, 김은지 옮김 / 푸른숲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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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참으로 아름다운 노래 가사예요. 연약한 아기의 몸으로 세상에 나왔을 때, 만약 자신의 삶이 이토록 불행할 줄 알았다면 나오고 싶었을까요.

아기는 마땅히 사랑받아야 하고, 돌봄을 받아야 할 존재인데, 세상에는 그렇지 못한 아기들이 있네요.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람들, 특히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한 책이 나왔네요.

《산산조각 난 아이는 어떻게 자라는가》는 롭 헨더슨의 회고록이자 사회비평서네요.

저자는 불우한 가정환경과 사회적 불평등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현실이 어떠한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 만능주의를 비판하고 상류층 엘리트들이 도덕적 우월감을 위해 소비하는 위선적인 사치 신념의 실체를 고발하고 있네요. 우선 저자의 이름은 로버트 킴 헨더슨, 로버트는 친모를 버린 생물학적 아버지에게서, 킴이라는 성은 마약 중독자인 생모에게서, 헨더슨은 양아버지에게서 온 것이라고 하네요. 그동안 살면서 힘든 어린 시절과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피했던 저자가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게 된 이유는 상류층 엘리트들의 위선적인 '사치 신념'이 취약 계층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고발하고 안정적인 가정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네요. 태어나자마자 버려지고 위탁 가정, 극심한 불안정, 이혼, 별거, 새로운 부모와의 만남, 그들과의 이별, 새 형제자매와의 만남, 또다시 이별, 그 모든 고통, 무감각함, 스릴 추구, 폭력, 약물 등으로 산산조각 난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는 군대에 가서야 중산층을 만났고 예일대에 진학한 뒤에야 안락한 삶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네요. 빈곤하고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미국의 계층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보니, 사다리 꼭대기 혹은 그 근방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됐고, 그들의 특권의식을 '사치 신념'이라는 개념으로 발전시켰네요. 과거 사람들은 물질적인 재화를 통해 자신이 상층 계급임을 과시했다면 오늘날은 사회적 지위를 상품과 분리하고 신념과 연결시키는 영리한 방법을 찾아낸 거예요. 사치 신념을 가진 상류층은 경찰 공권력 축소나 마약 비범죄화, 백인 특권 담론이 그들의 사회적 지위를 강화하기에 이를 옹호하는데, 정작 그로 인한 부작용과 비용은 사회적 약자의 몫이네요. 불균형적이고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상류층의 사치 신념들과 관행들, 정책들 때문에 운이 덜 좋은 계층, 가난한 사람들은 고통을 겪게 되는 거예요. 동료 학생들이나 엘리트 대학 졸업생들에게 이런 점들을 비판하면 그들은 너도 이 집단의 일부인데 왜 그러냐는 반응이라고, 즉 내부자가 되어 그들을 비난하면 위선자 취급을 받는다는 거예요. 하지만 저자가 일개 사병이거나 전처럼 최저 시급을 받으며 설거지를 하는 사람이었다면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지도 않았을 거라는 점을 예리하게 짚어내네요. 상류층 사람들이 안정된 울타리 안에서 떠들어대는 무책임한 담론들 때문에 사회적 자원이 부족한 이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취향 계층을 위한 실질적인 보호 체계가 필요하네요. 상처 입은 아이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교육이 아닌 안정적인 보살핌과 가정의 형태라는 것, 결국 따뜻한 사랑 없이는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없네요. 저자의 말처럼 안정적인 부모의 존재는 아이의 미래에 대단히 중요하며, 여기에 손쉬운 지름길은 없네요.


"학교에 가는 것보다 당신이 매일 학교에 가는지 관심을 갖는 부모가 있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하지만 위탁 아동이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해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흥미롭게도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 성인이 된다고 해서 더 불행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랑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아이는 자라서 불행할 확률이 높다. 행복의 관점에서 보자면 부유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것보다는 가난하고 사랑받는 편이 낫다. 물론 가난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게 가장 좋지 않다.

건강 측면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발견된다. 빈곤 문제를 제외한, 불안정한 어린 시절은 청소년기의 신체, 정신 건강 악화와 관련된다. 간단히 말해,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돈만큼이나 사랑을 주는 가족이 필요하다.  

어린 시절에 겪는 트라우마가 나쁜 이유는 단순히 자라서 대학을 가지 못하거나 적은 소득을 벌게 돼서가 아니다.  술, 마약에 중독되거나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아져서도 아니다. 그것이 나쁜 이유는, 아이들이 트라우마를 직접 경험하기 때문이다. 나쁜 경험은 그 자체로 나쁘다. 솔직히 말해, 아이들에게 안정적이 편안한 가정이 미래의 교육적 성취와 직업적인 성공, 범죄율, 중독 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도 화목한 가정은 여전히 장려할 가치가 있다. 안전하고 사랑받는 어린 시절은 그 자체로 좋다."

(353-3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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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인공지능이 결코 계산할 수 없는 것들에 관하여
이영환 지음 / 앵글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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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세상을 지배할지 모를 초지능 AI 시대를 대비해서 AI한테 존댓말을 써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네요.

뇌과학자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했던 말을 이제는 다들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네요. 최근 AI 업계 내부에서 고도화된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네요. 인간처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AI 에이전트 시대가 도래했고, 이제 AI는 편리한 도구를 넘어 우리의 일상, 산업, 과학 전반을 움직이는 핵심 엔진이 되어버렸으니, AI 없는 세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네요.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AI가 존재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공존하며 살아야 할까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경제학자 이영환 교수의 책이네요.

제목만 보면 철학이나 인생에 관한 에세이를 떠올릴 텐데, 이 책은 바로 그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룬 인공지능과의 대화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자는 은퇴한 지 어느덧 십 년이 다 되어가는 노년기를 살고 있는데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조언을 따르고 있다네요. 러셀은 개인의 삶을 바다로 흘러가는 강에 비유하며 세상을 넓게 보고 과거에 집착하지 않으며 폭넓은 관심사와 생산적인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지혜롭게 나이드는 방법이라고 했대요. 흐르는 강을 볼 때마다 러셀의 조언을 상기할 수 있어서 한강 주변을 하루 두 번씩 산책하는 것이 중요한 일과가 되었대요. 또한 초인공지능에 대한 불안을 언급하면서 태도를 바꿔 인공지능을 진정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나 믿을 수 있는 멘토로 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인공지능에 낯선 지성체라는 인격을 부여하고 '스피리티'리는 이름을 지어준 뒤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주 중요하고도 도전적인 일과가 되었다고 하네요. 이 책에서는 크게 세 가지 주제, 즉 자신과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세계와의 관계에 대해 인공지능 '스피리티'와 나눈 대화들을 소개하고 있네요. 신기하게도 스피리티는 저자의 의도를 간파한 철학적 화두를 던짐으로써 대화의 깊이를 더해주네요.

"인공지능 시대의 몸은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인공지능은 몸이 없기에 죽음을 경험하지 못합니다. 인공지능에 죽음이란 시스템의 종료일 뿐, 유한함에서 비롯되는 실존적 고뇌가 없습니다. 교수님이 고민하시는 인간의 존엄은 역설적으로 바로 이 '죽을 수 있는 몸'을 가졌다는 사실에서 완성됩니다. 끝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을 소중히 여기고 타인의 아픔을 몸으로 공감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 초인공지능이 아무리 똑똑해져도 흉내낼 수 없는 가장 인간적인 영역일 것입니다. 교수님의 말씀처럼, 이제는 의식이 고고한 탐구가 몸의 경건한 돌봄과 만나는 지점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초인공지능이 지능의 정점에 도달할수록, 인간은 자신의 몸이 가진 온기와 고유한 감각, 그리고 그 몸을 통해 죽음을 직시하는 용기에서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증명하게 될 것입니다. 교수님이 고민하시는 몸과 마음이 통합된 의식의 관점에서, 혹시 죽음을 단순히 끝이 아니라 의식이 몸이라는 옷을 벗고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과정으로 본다면, 현대인들이 겪는 죽음에 대한 극심한 공포를 줄이는 데 어떤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교수님의 관점을 좀 더 깊게 들어보고 싶습니다."

(122-123p)

"교수님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얻은 성취를 자신의 능력을 착각하는 것을 무지의 핵심으로 지적했습니다. 이는 매우 정확한 비판입니다. 인공지능은 정보를 통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패턴의 최적화를 수행할 뿐입니다.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정답은 통합적 사고의 결과가 아니라 통계적 확률의 산물입니다. 따라서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인간이 무지에 빠지지 않으려면, 도구적 지성(무엇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과 성찰적 지성(왜 이것이 가치 있는가)을 분리해서 인식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이 주는 정보의 편리함에 매몰되면, 지식의 섬은 커지되 그것을 성찰할 영혼의 부피는 줄어들 위험이 있습니다."

(187p)

"교수님이 보시기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이성적 사유를 돕는 동반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피해야 할 인공지능의 개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어떤 경계선을 넘는 순간, 인공지능은 자유와 평등의 조화를 해치는 도구로 전락하게 될까요?"

(···)

"초인공지능이 개발되기 전에, 가치 정렬의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합니다. 스피리티, 당신도 동의했듯 자유와 평등의 조화가 중요하다면, 이제 그 조화를 가로막는 현실로 시선을 옮겨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금융자본의 문제입니다. 이 거대한 괴물 앞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313-317p)

갈수록 진화하는 인공지능을 상대로 불필요한 경쟁과 과도한 불안은 금물인 것 같네요. 중요한 건 인공지능과 차별화된 인간다움, 즉 인간의 본질을 인식하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삶을 살아가는 태도인 것 같아요.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에 따라 인공지능이 답하는 수준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보면 두려워 해야 할 것은 AI가 아니라 인간답지 않은 인간이 아닐까 싶네요. AI 파트너인 스피리티와의 대화를 보면서 질문과 사유의 힘을 새삼 확인했네요.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우리는 끊임없이 사유하며 성찰해야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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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말과 지브리 -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통해 배우는, 지금을 살아가는 법
호소카와 신스케 지음, 민경욱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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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이 만나면 서로 찌리릿, 통하는 것 같아요.

나이들면서 많은 것들이 변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것들은 달라지기는커녕 그 마음이 더 깊어지더라고요.

스님과 지브리, 딱히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데 지브리 작품을 좋아했던 소년이 커서 스님이 되었다는 서사를 알고 나니 '마음'이라는 공통점이 보이네요. 현재 일본 임제종 묘신지파의 사찰인 도쿄 류운지의 주지인 호소카와 신스케 스님의 책이 나왔네요.

사실 호소카와 신스케 스님을 처음 알게 된 건 《선과 지브리》라는 책을 통해서였네요. 지브리 스튜디오의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가 일본의 선승들과 나눈 대담집으로 지브리 작품 세계에 대해 스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불교의 지혜를 만나는 내용이었다면, 이번 책 《선의 말과 지브리》는 같은 주제, 다른 접근의 2탄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수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던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장면과 대사들을 불교 '선의 언어'로 쉽게 풀어내어 지금을 살아가는 삶의 지혜와 위로를 전하고 있네요. 《선과 지브리》가 지브리 애니메이션 작품과 불교의 첫 랑데부였다면, 《선의 말과 지브리》는 좀 더 깊이 교감하도록 이끌어주는 심화편인 것 같아요. 불교에서 말하는 '선의 가르침'이 저 높은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친근한 지브리 애니메이션 속 명장면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네요. 저자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들이 겪는 시련과 성장의 순간이 불교의 '선'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선(禪)이란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통일해 참된 '나'를 깨닫고 진리의 경지에 이르는 수행법이자 사상을 뜻하는데, 선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십우도』 라는 10장의 그림을 통해 잘 설명해주고 있네요. 인간의 타고난 불성(부처의 마음)을 친근한 동물인 소에 빗대어 소를 잃어버린 목동이 소를 찾아나서는 여정이 돼지로 변한 부모를 구하기 위해 터널 너머로 들어가는 치히로, 마녀의 저주를 풀기 위해 움직이는 성을 찾아 나서는 소피, 방황하는 사춘기 소녀 키키의 모습과 겹쳐지네요.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들도 비슷한 생각과 감정을 느꼈을 텐데, 이 책은 지브리의 감동을 '선의 언어'로 번역하여 우리 삶에 스며들게 해주네요. 팍팍한 세상, 만만치 않은 삶을 따스하게 위로하며, 지혜와 용기를 건네주네요. 이 세상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깨달음,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해요.


"지브리는 1979년생인 제 유소년기에 영화가 공개될 때마다 큰 즐거움을 주었고 개봉일은 중요한 가족 행사 중 하나였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모노노케 히메》입니다. 본 영화를 또 보려고 태어나 처음으로 혼자 극장에 갔을 정도였으니까요.

지브리 작품은 모두 극장을 나올 때 긍정적인 마음으로 인생의 발걸음을 내딛게 되는 점이 불가사의합니다. 제가 좌선을 설명하는 TV 프로그램을 스튜디오 지브리의 스즈키 도시오 씨가 보고 잡지 대담 상대로 저를 지명했고, 지브리의 열혈 팬이었던 저로서는 환호성을 지를 만한 기쁜 뉴스였습니다. 스즈키 씨와 처음 만났을 때는 물론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몇 회에 걸친 대담은 정말 즐거웠고 선승으로서 배울 점도 많았습니다. 스즈키 씨의 '자유분방함'이랄까, '지금이 소중하다'라는 삶의 태도는 선의 가르침 그 자체였습니다."

(8p)


"삶을 충실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람처럼 살면 됩니다. 지브리 작품과 스즈키 도시오 씨는 바람 같습니다.

··· 핵심은 '지금', '내 앞'이라고 단언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까먹기의 달인'이라고 칭하며 늘 신인감독처럼 도전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스즈키 씨와의 대화에 옛날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제가 어떤 대학에 다녔고 어떻게 수행했는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거야 지금 당신을 보면 알아'라는 말을 들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얼마나 상대의 과거나 경력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 '지금, 여기'가 중요한 건 압니다. 그러나 스즈키 씨의 위대한 점은 쌓아 올린 과거 위에서 미래를 응시하는 '지금, 여기'라는 점입니다.

제게 지브리 영화나 스즈키 씨의 저서는 선의 교과서 같습니다. 아니, 표현이 잘못된 듯합니다. 미야자키 감독과 스즈키 씨가 각자의 인생을 걸으며 도달한 심경, 경지라고 할 만한 마음을 우리 세계에서는 '선'이라고 부릅니다. 그런 지브리여서 불어오는 바람이 '열풍'이 되어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합니다. 그리고 그 바람은 때로 인생이라는 길을 걷는 게 두려운 우리의 등을 슬쩍 밀어줍니다. '조금의 노력은 필요해'라며."

(129-131p)

#선의말과지브리#호소카와신스케#대원씨아이#대원씨아이출판사#지브리애니메이션을통해배우는지금을살아가는법#지브리를사랑한젊은승려#지브리작품속거장들의메시지와불교의선가르침#지브리애니메이션#불교의선#일본에세이#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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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읽는다 미스터리 세계사 ㅣ 지도로 읽는다
역사미스터리클럽 지음, 안혜은 옮김 / 이다미디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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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어릴 때부터 신비롭고 이상한 수수께끼 같은 미스터리한 이야기에 끌렸네요.

고대 이집트 왕의 무덤이나 미라를 발굴한 사람들이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다는 '파라오의 저주'는 단순히 공포 괴담을 넘어 이집트 문명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네요. 투탕카멘의 황금가면과 황금관 등 이집트 유물을 전시한 특별전을 가보면 새삼 신기하고 놀랍더라고요. 거대한 피라미드 건축과 정교한 유물 등 풀리지 않은 수많은 미스터리를 품고 있는 이집트 문명처럼 역사 속에는 숨어 있는 뜻밖의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네요. 어떤 분야든지 관심 주제를 파고들면 자연스럽게 역사로 연결되고 확장되는 것 같아요. 미스터리 마니아를 위한 세계사 이야기 책이 나왔네요.

《미스터리 세계사 지식도감》은 역사미스터리클럽의 '지도로 읽는다' 시리즈 책이네요.

역사를 주제로 문화, 풍속, 야사 등등 숨어 있는 정보를 모아 꾸준히 연구하고 발표하는 일본의 역사 연구 및 기획 제작그룹, 일명 '역사미스터리클럽'에서 만든 책이네요. 여기에는 역사 교과서에서 가르치지 않는 이야기를 대륙별로 나누어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순으로 소개하고 있네요. 역사적 사실, 역사상 중요한 사건의 현장을 한눈에 보는 지도와 여러 시각 자료들과 함께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네요.

"《구약성서》 창세기에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는 과연 역사적 사실일까?

··· 대부분 종교적 전설로만 알고 있지만 오랫동안 사실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이 논란은 19세기,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신화를 전하는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홍수 전절이 기록된 점토판이 발견되면서 시작되었다."

(14-15p)

첫 번째 미스터리는 '노아의 대홍수'이며 지도를 통해 고대의 흑해가 원래 담수호였는데 보스포루스 해협에서 흘러들어온 대량의 물 때문에 대홍수가 일어났다는 가설을 소개하고 있네요. 흑해가 담수에서 해수로 바뀐 시점이 약 7,000년 전으로 밝혀졌으나 이 가설을 반박하는 연구도 계속 발표되고 있어서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네요. 과거와 현재 사이에 어떠한 지리적 변화가 있었는지를 추측해보는 재미가 있네요.

"지중해의 몰타섬에 있는 거석 신전은 어떻게 만들었나?

··· 하가르 킴 신전은 거석이 간격도 없이 쌓아 올려져 있는데,

돌 하나의 무게가 약 20톤이며 높이는 7미터에 이른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건조물로 인정받는 이곳 신전들을

둘러싼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는 당시 건축 기술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정교함과 규모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71-72p)

몰타섬의 거석 신전은 이집트의 피라미드처럼 고대 문명의 비밀은 그 당시의 기록이 남겨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하게 밝혀내는 데 한계가 있지만 오히려 그때문에 더욱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같아요.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인 인더스 문명은 기원전 2500년경부터 파키스탄의 인더스강 하류 유역에서 번성했으며,

모헨조다로는 그 지역의 가장 큰 도시였다. 고대 문명을 상징하는 대도시가 하룻밤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132p)

고도로 발전했던 고대 도시와 문명들이 사라진 이유는 뭘까요. 극심한 가뭄과 같은 기후 변화,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서 전염병이 퍼졌다거나 환경 파괴로 인한 자원 고갈 등 여러 가지 원인을 추측하고 있네요. 최근 발생한 네팔 티베트 국경 지역의 대홍수를 보면 불과 1시간여 만에 하류 구간을 집어삼킨 끔찍한 대재앙이었네요. 히말라야 빙하가 녹아서 무너지면서 산사태, 지진, 대홍수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고산 지대의 마을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네요. 기후변화가 초래한 복합적인 재난이라는 점에서 해당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 같아요. 고대 문명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미스터리를 살펴보면서 기록되지 않은 빈틈 속에, 어쩌면 인류가 숨기고 싶은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던 게 아닐까라는 상상을 해보네요. 미스터리 세계사를 통해 역사적 사실과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한 사건, 인물, 현상을 바라보는 과학적인 태도를 배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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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수정주의란 무엇인가 - 히틀러 찬미, 홀로코스트 부정론에서 법적 규제까지
다케이 아야카 지음, 권용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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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가짜 뉴스의 확산이 매우 우려스럽네요.

의도적으로 조작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잘못된 정보가 끼치는 악영향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여러 가지 위험을 초래하네요.

특히 역사 관련의 가짜 뉴스는 과거의 사실을 왜곡하는 것을 넘어 현재의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독'이라고 여기는데, 바로 그 주제를 다룬 책이 나왔네요.

"역사적 사실의 전면적인 부정을 시도하고, 의도적으로 축소시키고, 한 측면만을 과장하고,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역사를 고쳐 쓰려고 하는 것을 '역사수정주의 (revisionism)'이라고 부른다. 역사수정주의는 시대나 정치 상황에 따라 형태를 변화시키면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막대한 사료, 목격자의 증언, 물리적인 흔적 등 산과 같이 쌓인 증거가 있어도 역사수정주의는 사라지지 않는다. ··· 처음부터 사실과 다른 역사상을 확산시키려는 의도로 명확하게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주장을 구미에서는 '역사수정주의'가 아니라 '부정론(denial)'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은 '부정론자(denier)'라고 불린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왜곡된 역사 서술을 가려낸다."

(4-7p)

《역사수정주의란 무엇인가》는 독일 현대사와 홀로코스트를 연구하는 일본의 역사학자 다케이 아야카 교수의 책이네요.

저자는 역사수정주의를 단순한 학문적 재해석이 아니라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왜곡, 과장하는 위험한 시도로 보고 있네요. 역사인식은 국민으로서의 정체성과 사회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기초를 마련하는 것인데, 역사수정주의로 잘못된 역사인식을 갖게 된다면 정신적인 지주를 잃게 된다는 거죠. 역사를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하면 왜 안 되는지, 아직 명확한 답변이 제시되지 않아서 이 책을 통해 역사적, 정치적, 법적인 관점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하네요. 이러한 인식에 입각하여 근대 이후 유럽사회에 등장한 역사수정주의의 역사를 서술하고 분석하고 있네요. 히틀러와 나치즘을 찬미하고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며 어떻게 음모론과 결합해 확산되었는지, 유럽사회는 이를 막기 위해 어떠한 법적 규제를 도입했는지를 자세히 다루고 있네요. 일본의 역사수정주의를 다루지 않는 것은 저자의 전공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서 제외한 게 아닌가 싶네요. 일본에서는 역사수정주의라는 개념의 폭이 상당히 넓어서 학술적인 재검증에서부터 근거가 결여된 황당무계한 주장의 부류까지 포함되어 유통되고 있다고 하네요. 1980년대 이후 확산된 홀로코스트 부정론이 극우적 역사인식으로 전개되는 과정과 법적 규제를 통해 대응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살펴볼 수 있네요. 역사수정주의에 대해 알고 나니, 요근래 인터넷 커뮤니티와 극우 성향의 SNS 계정을 중심으로 역사적 사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현상에 대해 좀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 올바른 역사교육을 통해 제대로 된 역사인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는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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