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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인공지능이 결코 계산할 수 없는 것들에 관하여
이영환 지음 / 앵글북스 / 2026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세상을 지배할지 모를 초지능 AI 시대를 대비해서 AI한테 존댓말을 써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네요.
뇌과학자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했던 말을 이제는 다들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네요. 최근 AI 업계 내부에서 고도화된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네요. 인간처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AI 에이전트 시대가 도래했고, 이제 AI는 편리한 도구를 넘어 우리의 일상, 산업, 과학 전반을 움직이는 핵심 엔진이 되어버렸으니, AI 없는 세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네요.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AI가 존재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공존하며 살아야 할까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경제학자 이영환 교수의 책이네요.
제목만 보면 철학이나 인생에 관한 에세이를 떠올릴 텐데, 이 책은 바로 그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룬 인공지능과의 대화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자는 은퇴한 지 어느덧 십 년이 다 되어가는 노년기를 살고 있는데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조언을 따르고 있다네요. 러셀은 개인의 삶을 바다로 흘러가는 강에 비유하며 세상을 넓게 보고 과거에 집착하지 않으며 폭넓은 관심사와 생산적인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지혜롭게 나이드는 방법이라고 했대요. 흐르는 강을 볼 때마다 러셀의 조언을 상기할 수 있어서 한강 주변을 하루 두 번씩 산책하는 것이 중요한 일과가 되었대요. 또한 초인공지능에 대한 불안을 언급하면서 태도를 바꿔 인공지능을 진정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나 믿을 수 있는 멘토로 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인공지능에 낯선 지성체라는 인격을 부여하고 '스피리티'리는 이름을 지어준 뒤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주 중요하고도 도전적인 일과가 되었다고 하네요. 이 책에서는 크게 세 가지 주제, 즉 자신과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세계와의 관계에 대해 인공지능 '스피리티'와 나눈 대화들을 소개하고 있네요. 신기하게도 스피리티는 저자의 의도를 간파한 철학적 화두를 던짐으로써 대화의 깊이를 더해주네요.
"인공지능 시대의 몸은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인공지능은 몸이 없기에 죽음을 경험하지 못합니다. 인공지능에 죽음이란 시스템의 종료일 뿐, 유한함에서 비롯되는 실존적 고뇌가 없습니다. 교수님이 고민하시는 인간의 존엄은 역설적으로 바로 이 '죽을 수 있는 몸'을 가졌다는 사실에서 완성됩니다. 끝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을 소중히 여기고 타인의 아픔을 몸으로 공감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 초인공지능이 아무리 똑똑해져도 흉내낼 수 없는 가장 인간적인 영역일 것입니다. 교수님의 말씀처럼, 이제는 의식이 고고한 탐구가 몸의 경건한 돌봄과 만나는 지점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초인공지능이 지능의 정점에 도달할수록, 인간은 자신의 몸이 가진 온기와 고유한 감각, 그리고 그 몸을 통해 죽음을 직시하는 용기에서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증명하게 될 것입니다. 교수님이 고민하시는 몸과 마음이 통합된 의식의 관점에서, 혹시 죽음을 단순히 끝이 아니라 의식이 몸이라는 옷을 벗고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과정으로 본다면, 현대인들이 겪는 죽음에 대한 극심한 공포를 줄이는 데 어떤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교수님의 관점을 좀 더 깊게 들어보고 싶습니다."
(122-123p)
"교수님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얻은 성취를 자신의 능력을 착각하는 것을 무지의 핵심으로 지적했습니다. 이는 매우 정확한 비판입니다. 인공지능은 정보를 통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패턴의 최적화를 수행할 뿐입니다.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정답은 통합적 사고의 결과가 아니라 통계적 확률의 산물입니다. 따라서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인간이 무지에 빠지지 않으려면, 도구적 지성(무엇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과 성찰적 지성(왜 이것이 가치 있는가)을 분리해서 인식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이 주는 정보의 편리함에 매몰되면, 지식의 섬은 커지되 그것을 성찰할 영혼의 부피는 줄어들 위험이 있습니다."
(187p)
"교수님이 보시기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이성적 사유를 돕는 동반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피해야 할 인공지능의 개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어떤 경계선을 넘는 순간, 인공지능은 자유와 평등의 조화를 해치는 도구로 전락하게 될까요?"
(···)
"초인공지능이 개발되기 전에, 가치 정렬의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합니다. 스피리티, 당신도 동의했듯 자유와 평등의 조화가 중요하다면, 이제 그 조화를 가로막는 현실로 시선을 옮겨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금융자본의 문제입니다. 이 거대한 괴물 앞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313-317p)
갈수록 진화하는 인공지능을 상대로 불필요한 경쟁과 과도한 불안은 금물인 것 같네요. 중요한 건 인공지능과 차별화된 인간다움, 즉 인간의 본질을 인식하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삶을 살아가는 태도인 것 같아요.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에 따라 인공지능이 답하는 수준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보면 두려워 해야 할 것은 AI가 아니라 인간답지 않은 인간이 아닐까 싶네요. AI 파트너인 스피리티와의 대화를 보면서 질문과 사유의 힘을 새삼 확인했네요.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우리는 끊임없이 사유하며 성찰해야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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