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때때로 맑음 2 - 이재룡 비평에세이 소설, 때때로 맑음 2
이재룡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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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다고 해야 하나...

비평에세이라는 장르는 거의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프랑스 문학이라니 스스로도 무슨 바람이 불었나 싶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소설, 때때로 맑음 2> 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치 색다른 분위기에 이끌러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불쑥 들어간 상황과 비슷합니다. 결론은 예기치 않은 즐거움.

첫 페이지 '일러두기'를 보니, 이 책에 실린 글은 현재 『현대문학』에 연재 중인 동명의 에세이 19회 ~ 38회분(2014년 9월 ~2016년 11월)을 묶은 것이라고 합니다. 이미 3년 전 1권『소설, 때때로 맑음 1』 이 출간되었고, 앞으로 연재되는 글도 단행본으로 출간될 거라고 합니다.

첫 장 <뱀, 코끼리, 그리고 나귀>를 읽으면서 알게 된 로맹 가리는 너무 난해한 작가인 것 같습니다. 광기와 천재성은 종이 한 장 차이라더니 역시나.

<사랑의 적정가>에서 1960년 알제리에서 태어난 브리지트 지로의 마지막 열한 번째 작품 「시간이 흐르고」의 독백은 인상적입니다.

"이것은 당신과 나 사이의 문제가 아니겠지요. 혹은 달리 말하자면 나와 나 사이의 문제이지요. 왜냐하면 당신이 없어진 이래 나는 어둠 속에서 나 홀로 말하는 습관이 생겼기 때문이지요." (53p) 이 독백은 홀로 남은 사람이 사랑의 영원성을 다짐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죽은 자의 이름>에서 소개된 다비드 포앙키노스의 열세 번째 작품 『샬로테』는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입니다. 한 여자에게 쏟아진 온갖 불행을 소설로 그려내기 위해 작가는 긴 설명 대신 짧은 단문과 잦은 행갈로 표현해서 읽는 사람마저 숨이 턱턱 막힐 정도라고 합니다. 진정한 불행은 자연스러운 언어로 옮겨지기 어렵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소개된 소설 중에서 가장 읽어보고 싶은 건 2015년 로랑 비네가 발표한 『언어의 일곱 번째 기능』입니다. 롤랑 바르트의 죽음을 소재로 삼은 소설로, 기호학에 문외한인 바이야르 경감이 기호학을 전공한 젊은 교수 시몽을 찾아가 수사의 도움을 청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시몽은 바르트가 죽기 직전에 읽던 책 『일반 언어학 강의』를 발견합니다. 프랑스 문학을 배운 학생라면 들어봤을 로만 야콥슨의 소통 모델, 그리고 언어의 여섯 가지 기능에 대해 설명된 페이지가 펼쳐져 있었던 것. 또한  바르트가 죽기 전에 남긴 마지막 말이 "에코"였습니다. 바르트가 도난당한 언어의 일곱 번째 기능의 내용과 그것이 기록된 메모지의 행방을 묻기 위해 경감은, 움베르토 에코를 찾아갑니다. 맛보기일 뿐인데 흥미를 자극하는 소설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프랑스 소설가의 날씨를 '대체로 흐림' , 혹은 항구적 빙하기라고 표현합니다. 오로지 글만 써서 생계를 유지하는 작가는 2000년도 기준으로 만여 명의 작가 중 600명뿐이라는 점. 매년 꾸준히 베스트셀러를 내는 작가는 없다는 점. 유독 프랑스 소설가만의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소설가의 '대체로 맑음'을 바라며 소개된 소설들을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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