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리 종활 사진관
아시자와 요 지음, 이영미 옮김 / 엘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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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리 종활 사진관>은 양파 같은 소설입니다. 겉만 보면 알 수 없는, 그래서 까봐야 알 수 있는 인생 이야기.

종활이란 인생을 마무리 짓기 위한 활동을 뜻하며, 아마리 종활 사진관은 영정 사진을 찍어주는 곳입니다.

왠지 영정 사진은 나이든 노인분들이 주로 찍을 것 같고, 죽음을 연상하기 때문에 썩 내키지 않는 물건입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필요한 순간이 한 번 있기 때문에 준비해야될 물건입니다. 문제는 언제 영정 사진을 준비할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당장이라도 준비하면 될 일이지만 아직은 준비하고 싶지 않은 걸 보면 마음의 준비가 덜 된 것 같습니다.

예전에 유언장 같은 글을 써본 적은 있지만 그때도 죽음이 막연하게 느껴져서 제대로 쓴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유언장이나 영정 사진은 하기 싫은 숙제처럼 차일피일 미루게 된 것 같습니다.

<아마리 종활 사진관>은 모두 4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할머니의 유언장 때문에 아마리 종활 사진관을 찾아온 구로코 하나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영정 사진을 찍는 사진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뭐 특별한 게 있을까 싶었는데 점점 읽다보니 빠져들게 됩니다.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라는 당연한 궁금증에서 출발하여 전혀 예상 밖의 전개에 놀라게 됩니다. 구로코 하나는 유명 미용실에서 근무하던  헤어디자이너였는데 개인 사정으로 그만 둔 상태입니다. 갑작스런 사고로 돌아가신 외할머니 때문에 가족 모두가 슬픔에 빠졌는데, 충격적인 건 할머니가 하나의 엄마에게만 유산을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할머니의 유언장은 우표가 붙여진 편지 봉투 겉면에 하나의 엄마 이름이 쓰여 있고, 그 안에는 자필로 외삼촌과 이모에게만 집과 토지, 예금통장을 남긴다고 적혀 있습니다. 평소 가족들에게 일 년에 한 번씩 퀴즈를 내서 맞힌 사람에게만 용돈을 주던 할머니였던 터라 분명히 뭔가 단서를 남기셨을텐데... 그래서 하나는 충격에 빠진 엄마를 위해서 할머니가 영정 사진을 찍었던 사진관까지 찾아오게 된 겁니다.

두 번째는 아마리 종활 사진관을 찾아온 78세 노인의 이야기입니다. 전직 사립초등학교 교장이었던 하시카와 고이치로는 2남 1녀, 손주 6명을 두고 있는데, 영정 사진을 가족 사진으로 찍고 싶다며 찾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가족 전체가 아니라 둘째 아들과 손주하고만 찍는다는 것.  그 이유는 둘째 아들 유지가 아내의 죽음 이후에 아들 가이토와 멀어져서 서로 남남처럼 지내기 때문에, 영정 사진을 핑계로 만나게 하려는 것입니다. 어쩌다가 가족끼리 멀어지게 된 것일까요. 심각한 가족 문제를 겪고 있는 가정을 보면 미스터리 영화 같습니다. 결말을 보기 전까지는 함부로 단정할 수 없는 속사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결말을 안 순간 안타까운 탄식이 나옵니다.

세 번째는 아마리 종활 사진관을 촬영하겠다는 방송국 감독 때문에 우연히 발견한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됩니다. 대략 20년 전으로 보이는 임신한 젊은 부부의 사진.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길래 임신한 몸으로 영정 사진을 찍은 것일까. 아무래도 부부 중 한 명이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으로 감동 스토리를 연출해보려는 방송국 감독.

어떻게든 방송에 나와서 엄청난 광고 효과를 기대하는 아마리 종활 사진관의 코디네이터 나가사카 유메코 때문에 사진 속 주인공에게 연락하면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됩니다.

과거의 젊은 부부는 이미 이혼한 상태이고, 임신했던 여인은 작년에 세상을 떠났고, 그 딸 교코가 전화를 받은 것.  예상 시나리오는 어긋나고, 도리어 딸 교코가 아빠를 찾고 싶어하면서 사진관을 찾아옵니다.  5 X 7 사이즈의 영정 사진과 촬영 노트에 적혀 있는 <세오 기와코·유헤이>라는 이름, '따뜻한 이미지로' '피아노' '살 수 없다' '사진은 직접 찾으로 오겠음'이라는 메모.  여기에서 세오 기와코는 교코의 엄마 이름이 맞는데, 유헤이는 누구일까?  교코의 아빠 이름은 가즈히로였던 것. 

네 번째는 영정 사진을 두 번 촬영한 오에 야스마사의 이야기이자 처음 등장한 구로코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하나는 할머니 유언장 때문에 사진관에 왔다가 헤어디자이너로 같이 일하게 됩니다.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아내와 애인과 각기 다른 영정 사진 찍는 남자를 보면서 하나는 약혼자 노부오를 떠올리게 됩니다. 사 년 동안 사귄 노부오가 청혼을 하면서 하나는 9년 간 일했던 미용실을 그만 둡니다. 그런데 그 후에 자꾸만 만남이 뜸해지고 연락이 줄어든 노부오에게 전화한 하나는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됩니다. "말 안했나? 나, 결혼했는데."  세상에 이런 몹쓸 놈이 있다니.  그래서 하나는 오에가 노부오 같은 남자라고 착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면 같이 왔던 젊은 여자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아마리 종활 사진관>을 덮으면서 묘하게 짠한 감정이 듭니다. 사는 게 뭔지,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지...

왠지 2편이 나올 것 같습니다. 괴짜 사진사 아마리에 대한 사연은 아직 나오지 않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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