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기술
이반 안토니오 이스쿠이에르두 지음, 김영선 옮김 / 심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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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Memento>라는 영화를 보면서 꽤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주인공의 기억력은 10분을 넘기지 못하고, 그는 잊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몸에 문신을 해서 기억을 찾으려 합니다. 그의 한 가지 목표는 살해 당한 아내의 복수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 전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에게는 불가능한 일처럼 보입니다. 오래 전에 본 영화라서 결말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주인공이 치열하게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이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요즘 망각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만약 내가 나라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백세시대라고는 하지만 오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건강하게 사는 거니까, 아무래도 노인성질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치매를 걱정하게 된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도 노인이라기엔 이른 오십대에 발병한 것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망각의 기술>은 학습과 기억을 연구한 신경생물학 분야 선구자로 불리는 이반 이스쿠이에르두의 책입니다.

이 책은 최신 뇌과학을 바탕으로 기억과 망각의 메커니즘을 알려줍니다. 과학책이지만 에세이 같은 책?  그 정도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뛰어난 이탈리아 철학자 노르베르트 보비오(Norberto Bobbio, 1909~2004)가 말한 대로, 우리가 기억하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

나는 이 짧은 책에서 우리가 망각하도록 학습하거나 선택하는 것이 또한 바로 우리 자신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28-29p)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책은 우리가 망각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인 편견들을 벗어나게 해줍니다. 망각의 기술은 생존 전략입니다.

우리의 뇌는 기억하기 위해서 망각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망각을 기억 삭제로 여기는데 실은 기억 인출이 억제된 것입니다. 망각은 보통 기억을 떠올릴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 방식은 습관화, 소거, 차별화, 억압으로 기억을 지우는 대신에 기억의 접근 가능성을 떨어뜨립니다. 뇌는 우리에게 이익이 되도록,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단독으로 망각의 기술을 행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작업 기억 체계를 끊임없이 방해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떻게 망각의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지를 알아내야 합니다. 중요한 신호와 소음을 어떻게 구별하고, 어떻게 불필한 소음들은 버릴 수 있는지 말입니다.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좋은 기억력의 섬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이미 인생이 끝났다고 포기하면 안 됩니다. 초기 단계는 치료를 통해서 충분히 막아낼 수 있습니다. 수많은 연구 결과를 보면 읽기와 학습이 기억 형성에 중요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많이 읽고 공부하는 사람은 노화로 인한 기억력 쇠퇴가 감소되고 더 늦게 시작된다고 합니다. 읽기 외에도 신체 운동과 균형 잡힌 식습관이 기억력 상실을 예방한다고 합니다. 또한 망각의 기술은 기억력 향상을 위한 기술임을 알아야 합니다.

여기에서 매우 시사적인 내용을 발견했습니다. "민주주의는 좋은 기억력을 필요로 한다" (170p) 

"무지에서든, 주입된 허위 정보에서든, 또는 둘 다 (독일, 브라질, 아르헨티나는  이 둘이 이어지는 지난한 과정을 겪었다)에서든, 주요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광범위한 망각은 자유로운 개인인 우리에게 다가오는 불길한 미래의 징조다. 이를 해소하는 기술은 민주주의 사회가 이미 들이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노력을 요구할 것이다." (173-174p)

망각의 기술은 우리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이 사회를 건강하게 지켜내기 위한 것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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