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읽는 고시조
임형선 지음 / 채륜서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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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대한민국은 어떠한가요.

지금 시국에 알맞은 시조 한 편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구룸이 무심無心탄 말이 아마도 허랑하다

중천에 떠이셔 임任意 단니며셔

구태야 광명光明한 날빗츨 따라가며 덥나니

위 시조의 뜻을 풀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먹구름이 아무 생각 없이 떠다닌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믿어지지 않는 말이다.

하늘 한가운데 떠 있으면서, 제멋대로(임의로) 흘러 다니면서

일부러 밝은 햇빛(광명한 날빛)을 따라다니며, 그 밝은 빛을 덮고 가려 어둡게 하는구나. 세상을 어둡게 하는구나.

음, 뜻을 풀어놨는데도 뭔가 감흥이 없지요?

그건 이 시조 속에 담긴 이야기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로 읽는 고시조>는 우리의 고시조를 쉽게 풀어서 설명해줄 뿐만 아니라 시조가 쓰였던 당시의 역사적 배경을 이야기로 들려줍니다.

재미난 이야기 덕분에 고시조는 어렵다는 편견을 단박에 깨주는 책입니다.

정말 시조의 매력을 흠뻑 느껴볼 수 있는 책입니다.

왠지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구어체 표현이 마음에 듭니다. 역시 이야기는 조곤조곤 말해주는 그 말맛이니까요.

우리 선조들은 시를 통해 사랑을 노래했고, 정치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했으며 진정으로 자연과 풍류를 즐길 줄 알았던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문화와 예술은 그 시대를 대변하는 목소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목소리는 하나가 아닙니다. 수많은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어느 시대든지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했고 그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시대의 시조를 보면 양반들이 즐겨 부르던 평시조는 점잖고 근엄한 반면, 평민층의 작자 미상이 많은 사설시조는 너무나 노골적이고 해학적인 표현들이라 지금 기준으로 봐도 19금 수위인 것들이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분방함이 시대를 뛰어넘는 듯합니다. 예술이냐, 음란이냐의 판단 기준은 그것을 향유하는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권력자라고 해도 백성들의 목소리까지 함부로 막을 권리는 없습니다.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목소리든지 잣대를 들이대기 전에 먼저 들을 수 있는 귀가 필요합니다. 자유롭게 말하고 들을 수 있는 사회, 소통하는 사회를 원합니다.

앞서 소개한 시조는 고려시대 이존오가 나라를 걱정하며, 신돈의 요망함이 공민왕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 것을 한탄하며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먹구름은 간신배 신돈을 가리키며 밝은 햇빛은 평화로운 고려를 뜻합니다. 이존오는 요사스러운 승려 신돈이 공민왕 곁에서 마치 자신이 왕인 것처럼 굴며 나라를 어지럽힌 것을 보고 상소문을 올리지만 오히려 처형을 당할 뻔하다가 벼슬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자, 이렇듯 역사적 배경을 알고 시조를 보니 어떤가요? 작자의 한탄과 한숨이 느껴지시나요?

2016년 11월 대한민국, 먹구름이 걷히고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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