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우체국 - 황경신의 한뼘이야기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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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꿈 속을 여행한 기분입니다.

황경신 작가님의 <초콜릿 우체국>은 서른여덟 개의 진실과 순수한 거짓말이 혼합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에세이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인 것 같습니다.

어떤 이의 삶은 소설처럼 기가막힌 일들이 벌어집니다. 또 어떤 이의 거짓말은 소름끼칠 정도로 진짜 같습니다.

무엇이 진실이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살아간다는 건,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니까.

이 책은 삶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상상했던 혹은 상상조차 못했던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나에게 남겨진 마지막 동전 하나>는 특별하면서도 재미있습니다.

우연히 버스 정류장에서 동전 하나가 또르르르, 하고 떨어져 나와 떼굴떼굴 굴러옵니다. 주워야 할까, 말아야 할까. 동전을 주워 근처에 서 있던 사람에게 "이거, 떨어뜨리셨어요." 했더니 그 사람이 "가지세요."합니다. 내 손바닥 위에는 백 원짜리 동전 하나가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평범합니다. 그런데 동전을 유심히 보고 있는 사이에 누군가 달려와 세게 부딪히면서 어깨에 메고 있던 배낭을 잡아채갑니다. 날치기를 당한 겁니다. 지갑과 휴대폰 등 몽땅 배낭 속에 있었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집에 가려면 버스를 타야 하는데 버스비조차 없습니다. 손에는 그 남자가 주고 간 백 원짜리 동전뿐입니다. 길 건너편에 공중전화박스가 보입니다. 그 동전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따르릉 신호가 가고, 누군가가 전화를 받습니다.

"당신은 내가 떨어뜨린 동전을 주운 사람이군요. 불행이 먼저 왔나요?"

"아... 네 ... 하지만 전 친구에게 전화를 했는데..."

"첫번째 전화는 반드시 동전의 전 주인에게 걸리게 되어 있어요.

첫번째 불행이 닥쳤을 때 보통 전화를 하게 되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

당신에게는 불행이 먼저 왔나 보군요."

"죄송하지만,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그 동전은 행운과 불행의 동전이에요. 불행이 한 번, 행운이 한 번, 이런 식이죠.

당신에게는 불행이 먼저왔고, 이제 행운이 올 차례예요. 그 불행과 행운의 강도는 갈수록 높아지죠.

나중에는 엄청난 불행, 엄청난 행운,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그런 일들이 찾아오는 거예요.

지금 내 말을 믿고 있지 않고 있죠?"

그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동전을 주운 사람에게는 선택할 자유가 있습니다. 불행 다음에 올 행운을 기다리느라 동전을 갖고 있을 수도 있고, 행운 다음에 올 불행이 두려워서 동전을 버릴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의 삶에 행운과 불행의 동전이 이미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만 우리가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동전이 아니라서 의식하지 못할 뿐입니다.

황경신 작가의 이야기는 이 동전과 같은 느낌이 듭니다. 비밀처럼 감춰져 있던 이야기들을 하나씩하나씩 꺼내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처음 보는 이야기인데 읽고난 순간 오래 전 기억이 되살아난 듯 기시감이 느껴집니다. 그 느낌을 딱히 뭐라고 표현하지 못하겠습니다. 묘한 여운을 남긴다고 해야 할까. 이제는 누군가에게 이 책을 건네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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