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 을유세계문학전집 80
가브리엘레 단눈치오 지음, 이현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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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은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자전적 소설인 것 같습니다.

주인공 안드레아 스페렐리피에스키 두젠타 백작을 통해서 19세기 이탈리아의 귀족문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 소설은 안드레아 스페렐리의 연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시인이자 조각가인 아름다운 청년은 연인을 위하여 사랑을 노래하고 가슴 절절한 고백을 합니다.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그녀를 사랑하기 위해서인 것처럼. 너무나 완벽하게 몰입하여 그 순간만큼은 진실이라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는 예술품에 대한 취향처럼 아름다운 여성에게 끌리고 그녀를 향한 열정적인 숭배를 즐깁니다. 안드레아에게 사랑은 쾌락에 대한 탐욕과 같습니다. 귀족들이 누리는 고급문화와 지적유희는 안드레아의 쾌락적인 삶을 지탱해주는 바탕이 됩니다. 자신이 원하는 여인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거짓이나 위선도 서슴지 않습니다.

정말 이 책을 읽으면서 안드레아의 여성편력에 기가 찰 정도입니다. 계절이 변하듯 사랑하는 대상도 시시때때로 바뀌는 그에게 한 여인이 눈에 들어옵니다.

돈나 엘레나 무티. 젊은 미망인인 그녀는 치명적인 매력으로 안드레아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습니다. 관능적인 그녀와의 사랑은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강렬함으로 그를 빠져들게 합니다. 그런데 엘레나는 갑자기 안드레아를 떠나 영국 귀족과 결혼을 해버립니다. 망연자실한 안드레아는 엘레나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합니다. 하지만 그와중에도 또다른 여인, 마리아 페레스에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마리아 페레스는 델피나라는 어린 딸을 둔 정숙한 여인인데 안드레아의 끊임없는 구애에 마음을 열게 됩니다.

<쾌락>에서는 안드레아의 연애사와 함께 예술품을 경매하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합니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885년부터 1887년의 로마입니다. 이탈리아 통일 이후 로마가 수도가 되면서 문화의 중심지가 되어가던 그 시기에 안드레아의 사랑과 로마의 예술품이 대비되면서 그려집니다.

예술가이기도 한 안드레아를 통해서 사랑마저도 유미주의적 시각으로 표현해낸 듯 합니다. 수많은 여인들과 사랑을 나누면서도 엘레나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 안드레아에게 마리아와의 사랑은 숭고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안드레아는 마리아와 엘레나 사이를 오가는 비겁함 때문에 그 어떤 사랑도 이루지 못합니다. 쾌락의 끝을 보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 사랑을 믿지 못하는 남자에게 쾌락만 있을 뿐, 진실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쾌락>을 통해 19세기의 이탈리아 문학의 신세계를 경험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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