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별아이 료마의 시간
신보 히로시 지음, 노인향 옮김 / 지식너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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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료마, 생일 축하해. 그리고 태어나줘서 고마워.
아빠는 네가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료마에게 배운 것이 정말 많단다.
다 안을 수 없을 만큼 크나큰 감동과 고마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었지.
사람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네가 나에게 알려주었어." (119p)
오늘은 우리 딸의 생일이다.
건강하게 잘 자란 딸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흐믓하다.
입을 오물거리며 젖 먹던 아기가 지금은 밥 한그릇 뚝딱 먹는 씩씩한 아이가 되었다는 것이 신기하고 감사하다.
료마는 현재 19살 청년이다. 료마의 아빠 히로시 씨는 자폐증 아들을 홀로 키우면서 홈페이지 '산들바람 편지'에 료마의 성장 일기를 올렸는데 그 글들을 모아 <문어별아이 료마의 시간>이라는 예쁜 책이 나온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료마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가족의 사람이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다.
주변에 자폐증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있다. 그 엄마를 보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똑똑히 보여준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폐증으로 태어난 아이도 세상 사는 일이 힘겹겠지만 그 곁에서 아이를 돌보는 엄마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짐을 안고 사는 것 같다. 그 때문에 료마의 아빠가 힘들어하는 엄마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이혼이었다는 걸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료마가 6살 때 이혼한 후에 친할아버지, 친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특수학교를 다니게 된다.
료마네 가족은 료마, 료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다. 료마는 엄마를 기억할까?
자폐증에 대해 전문지식은 없지만 료마를 보면서 가족의 사랑이 료마의 닫힌 마음을 조금씩 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집을 떠나 시설에 머문다는 것이 료마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적응해가는 것을 보면 직장을 다녀야 하는 료마 아빠에겐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 오히려 료마에게는 독립심을 키워주는 요인이 아니었을까라는 짐작을 해본다. 자폐증이 있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가장 큰 걱정은 부모가 없는 세상에서 이 아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부분일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료마 아빠는 홈페이지 '산들바람 편지'와 같이 세상과 소통하며 살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한 것 같다. 이제 료마가 19살 청년이 되면서 '산들바람 편지'의 업로드는 종료되었지만 앞으로 료마는 끊임없이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료마를 키워 온 12년이라는 시간을 한 권의 책으로 말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겠지만 어쩌면 료마를 향한 아빠의 한 마디만으로도 충분할 거란 생각이 든다.
"아빠의 아들로 태어나줘서 진심으로 고마워."
우리 딸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무진장 사랑한다고 말이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아이들은 누구나 그 존재만으로도 사랑받아야한다. 조금 다르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료마와의 시간을 통해 다시금 배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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