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천사는 이것을 모르고 있었다 - 샤이니 제이의 철학소설책, 세계 초판 출간 특별판 샤이니 제이의 다르지만 똑같은 책
샤이니 제이 지음 / 갤럭시파이오니어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세상에 이런 책도 있어?"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많은 독자를 위해서 저자 샤이니 제이는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건 책일 수도 책이 아닐 수도 있다고. 판단의 기준은 독자의 몫으로.

마음에 안 든다면 읽지 않으면 그만이다.

우선 책으로 인정하고, 이 책을 살펴보자면 굉장히 특이하다.

『샤이니 제이의 다르지만 똑같은 책』 세계 초판 출간 특별판 50종 동시 출간!

웃음이 난다. 만약 내가 책을 출간하게 된다면 그 책 역시 세계 초판일 것이다. 어쩐지 샤이니 제이가 친근하게 느껴진다. 샤이니 제이는 나와 닮아 있다. 내가 샤이니 제이일 수도 있다.

누구나 샤이니 제이일 수 있다.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아직 살아있는 누군가라면.

처음 책을 펼치면 책날개에 적힌 저자소개를 먼저 보게 된다. 적어도 이 책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아야겠다는 의무감때문에. 하지만 샤이니 제이는 부끄러운 듯 자신을 숨긴다. 자신이 샤이니 제이라는 사실은 알지만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고백을 하면서. 이건 고도의 전략인지도 모른다. 부끄럽다는 건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남들에게 드러내는 자체를 거부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부끄러울 확률이 크다. 샤이니 제이는 자신이 부끄럽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건 샤이니 제이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샤이니 제이를 친근하게 느낀 것도 '나'고, 부끄러워 자신을 숨긴다고 생각한 것도 '나'다. 샤이니 제이는 자신의 존재를 그림자처럼 보여줌으로써 이 책을 읽는 누구나 샤이니 제이가 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안녕?"

처음 건네는 말.

"넌 누구니?"

"......."

이제부터 이 책은 인간으로서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나, 너, 우리, 인간, 사랑, 관계, 만남, 깨달음, 그리고 안녕.

샤이니 제이는 왜 다르지만 똑같은 책을 출간하려고 했을까. 마치 누군가의 일기장, 혹은 노트 한 켠에 적어놓은 낙서같은 글들. 누군가 썼기 때문에 훌륭한 글이 아니라 그 글 자체가 강력함 힘을 지녔다면 훌륭한 글이 될 것이다. 책은 나 자신을 포함한 누군가를 향해 전하는 언어의 표현이다. 샤이니 제이의 언어가 강력한가? 그건 모르겠다. 하지만 뭔가 자극을 준다. 기존의 철학책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 책을 보는 사람이 갸우뚱거리며 생각하게 만든다. 그의 글이 전혀 특별하지 않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했거나 어디서 읽었거나 자신의 노트에 끄적여봤을 법한 글들.

"악마와 천사는 이것을 모르고 있었다."라는 제목은 샤이니 제이가 쓴 50권의 책이 다르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다른 책을 보지 않았으니 50권의 책이 똑같다고 말할 증거는 없지만 한 권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다른 책도 어떠할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겨우 제목과 몇 단어만 다르고 똑같은 책을 왜?

나는 모르고 있었다. 샤이니 제이가 나열한 단어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르지만 똑같은, 그러나 여전히 모른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시간이었다. 이것이 철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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