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 박영택의 마음으로 읽는 그림 에세이
박영택 지음 / 지식채널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

소리 내어 말해본다. 하루.

왠지 '하루'라는 말을 내뱉는 순간 '하루'가 더욱 특별해지는 느낌이다.

현실에서 하루라는 일상은 매일 반복되는 시간이기에 소중함을 잊을 때가 많다.

이 책은 미술평론가 박영택의 마음으로 읽는 그림 에세이다.

<하루>는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발표된 작품들 중에서 저자가 선택한 51가지의 작품이 하루라는 시간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개되어 있다. 마치 미술 전시회에 처음 간 사람을 위해 곁에서 친절하게 작품 설명을 하는 안내자를 만난 기분이다. 사실 평범한 사람들에게 미술 전시회를 가는 일은 일상적인 경험이 아니다. 오히려 일상에서 벗어난 신선한 경험일 수 있다. 이책을 읽는 동안 각 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고 작가노트가 소개된 경우는 작가가 본 세계를 직접 들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현실을 살고 있는 내게 예술은 뭔가 낯설고 멀게 느껴지는 분야다. 더군다나 예술가들은 평범한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의 사람일 거라는 편견이 있었다. 어쩌면 예술에 대한 무지 혹은 무관심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예술이라는 분야도 현실을 바탕에 둔 새로운 시선이며 표현방식이라는 것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며 살아온 탓인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누구에게나 가장 편안한 주제라고 할 수 있는 <하루>를 표현한 다양한 미술 작품들을 보여준다. 엄밀히 말하면 <하루>를 주제로 표현된 작품은 아니지만 전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건 어떤 미술 작품이든 하루의 어떤 순간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시시각각 변해가는 세상을 마치 하나의 작품을 통해 그 순간을 붙잡아 놓은 것 같다. 어쩌면 그 작품을 바라보는 동안은 작가의 시선으로 그 순간을 공유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현실을 그저 주어진 일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미술 작품이 주는 의미는 특별하다. 잠시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 평범한 일상도 예술을 통해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서은애 화백의 <늘어지게 기분 좋은 어느 여름밤>은 나의 방에 걸어두고 싶은 그림이다. 만약 내게도 하루를 표현할 만한 재능이 있다면 이런 그림을 그릴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