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의 원고지 - 어느 예술노동자의 황홀한 분투기, 2000~2010 창작일기
김탁환 지음 / 황소자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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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창작일기를 들여다보니 성실한 열정이 보인다.

예술노동자?  작가를 그냥 예술가가 아닌 예술노동자라고 표현하니까 왠지 일반직업을 가진 이들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글을 쓰는 작업이 쉽지 않다는 건 짐작할 수 있지만 10년 간의 창작 일기를 보니 작가의 고충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 당시 출간했던 작품을 어떻게 퇴고했고 어떤 느낌으로 썼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여느 일기와 달리 창작 일기라는 점에서 일반인이 작가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

대학교수직을 하면서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는 성실함이 돋보인다. 교수직을 제안받았을 때, 주변에서는 만류를 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안정적인 교수직을 하다보면 작가로서는 활동이 뜸해지는 경우가 많기때문이다. 그런데 김탁환 작가는 그런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좋은 작품을 꾸준히 쓰고 있다. 왠지 작가는 두문불출하며 밤새 글만 쓸 것 같은데 실제로는 일상 생활과 작가로서의 작업을 균형있게 배분하여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집중해서 쓰고, 쉴 때는 영화, 연극을 보거나 여행을 하며 여유를 즐길 줄 아는 것. 항상 자신이 만든 이야기와 함께 있으면서도 그 이야기에만 매달리지 않고 균형을 이룬다는 게 멋지다. 하지만 쉴 때조차도 창작 일기를 쓰고 있으니 완전히 글쓰기를 쉰다고는 말할 수 없다. 어쩌면 일상의 모든 활동이 글쓰기의 소재가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요즘말로 뼛속까지 이야기꾼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 진정한 이 시대의 이야기꾼이고 싶은 작가의 일상을 그대로 볼 수 있어서 좋다.

"2005년 10월 6일 - 내내 집필 중이면 좋겠다. 글을 쓰거나 고치고 있을 땐 딴 생각이 안 나니까.

최소한 이것보단 더 나아야 한다는 자만심은 멋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참 힘들다.

2005년 10월 11일 - 자, 다시 시작하자.

소설 쓸 때, 거짓말 하지 말 것.

집중 집중 또 집중할 것."

적어도 글을 쓰려면 이러한 성실과 열정을 한 곳에 쏟아붓는 집중력이 필요할 것이다. 김탁환 작가의 10년 간 창작 일기를 보면서 문득 나의 10년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무엇에 집중하며 살아왔을까?  자신의 지난 10년을 돌아볼 수 있는 일기를 보니 그동안 잠시 놓고 있던 일기장을 꺼내 봐야겠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산다는 것, 그게 참 힘들다. 그래도 열심히 글쓰는 작가의 모습을 보니 힘이 난다. 차근차근 원고지를 채워나가듯이 나의 오늘을 채워나가야지, 라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인생이란 누구나 매일 자신의 이야기를 원고지에 채워나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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