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듬뿍 초코초코 베이커리 1 - 초원이와 흑곰 아저씨 세종꿈나무 성장 동화 시리즈
조선학 지음, 곽윤환 그림 / 세종꿈나무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생을 위한 좋은 성장 동화다. 주인공 초원이는 열한 살 소년이다. 맞벌이인 부모님이 늘 자기 때문에 싸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골 할아버지 댁에 놀러간다고 혼자 집을 나선다. 도착하고 보니 할아버지 연락처를 적은 쪽지는 사라지고 설상가상 엄마 전화번호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 때 초원이를 도와준 사람은 마을에 빵집 흑곰 아저씨다. 따뜻한 우유와 빵을 맛있게 먹은 초원이는 사람 마음을 따뜻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빵을 만드는 아저씨가 좋아진다.

잔잔하면서도 이야기의 전개가 재미나다.  괴짜 할아버지는 옥수수를 연구하는 박사님인데 갑자기 쓰러지시는 바람에 겸사겸사 초원이가 할아버지 간병인으로 함께 지내게 된다. 사실은 별거 중인 부모님 때문에 상처 입은 초원이가 할아버지와 살고 싶었던 것이다. 빵집 흑곰 아저씨를 만나면서 빵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된 초원이는 새로운 꿈이 생긴다.

초등학생 3,4학년 정도되면 대충 부모님의 상황을 알게 되고 나름 성숙해지는 시기인 것 같다. 요즘은 워낙 사춘기도 빨리 오니까 아이들의 생각을 종잡기 힘든데 이러한 성장 동화를 보면서 아이들 마음을 읽는다. 마냥 어리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행동하는 걸 보면 제법 의젓하다. 초원이의 가출이 처음에는 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반항이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났을수록 부모님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책 속의 등장 인물 중 흑곰 아저씨는 단연 돋보인다. 넉넉한 인심이나 자상한 모습뿐 아니라 빵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초원이에게 인생 수업을 해준다. 늘상 미워하며 싸우는 부모님을 보면서 왜 저렇게 다른 두 사람이 만난 걸까 속상해 하는 초원이에게 아저씨는 멋진 숙제를 내준다. 바로 마들렌을 만들고 맛 보기, 홍차를 따로 마시고 맛 보기, 마지막으로 마들렌과 홍차를 함께 먹고 맛 보도록 한다. 결과는 놀랍다. 씁쓸하기만 한 홍차가 달콤한 마들렌과 함께 먹으니 환상적인 맛을 내는 것이다. 초원이의 부모님도 마들렌과 홍차와 같다고. 아이들 눈에는 부모님은 어른이니까 뭐든 어른답게 잘 할 것 같지만 실상 어른들도 실수할 때가 있는 것이다. 초원이의 부모님은 분명 초원이를 사랑한다. 하지만 회사일로 늘상 바빠서 초원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헤아려줄 틈이 없다. 그러니 초원이가 부모님이 자신을 귀찮아한다고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열심히 바쁘게 사는 부모의 마음은 하나 뿐인 아들 초원이와 행복하게 사는 것일텐데 정작 초원이는 외롭고 속상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가족 간에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만한 시간이 필요하다. 흑곰 아저씨가 만드는 빵 반죽처럼 맛있는 빵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재료가 섞이고 합쳐지는 과정이 필요하듯이 말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초원이의 이야기가 다음 권으로 이어진다.

왠지 초원이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을 떠올리게 된다. 사랑하는 마음이 아이들 마음 속에도 전해질 수 있게 노력해야겠구나 싶다. 부모 마음도 몰라주고 말 안 듣는다고 나무라기 전에 먼저 아이들 마음을 제대로 봐 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