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새 - 하 - 이승과 저승을 잇는 새 Nobless Club 9
김근우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하권은 본격적으로 피리새의 비밀이 하나씩 벗겨진다. 일곱번째 공주가 되어 서역으로 떠나는 피리새를 보필하는 가람은 입장이 뒤바뀐다. 하루아침에 하녀였던 피리새가 공주가 된 것이다. 원래부터 피리새를 보호하던 관계였으니 실질적인 변화는 없는 셈이다. 피리새의 존재가 중요한 이유는 그녀만이 이 나라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판타지라서 무조건 가볍고 재미 위주인 것은 아니다. 바리데기 공주 이야기 속에 담긴 교훈처럼 그녀가 겪는 시련은 더 큰 존재가 되기 위한 과정이다. 이승과 저승을 잇는 존재로서 현실에서 고통받는 백성들의 마음을 읽어내고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피리새는 더 이상 가녀린 소녀가 아니다. 자신의 본분을 깨닫고 인정한 뒤로는 점점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문득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피리새는 어떤 존재일지 궁금해진다.

딱히 정해진 누구라기 보다는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필요한 희망이 아닐까 싶다.

요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올바르게 살 수 있는 힘과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인 것 같다.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 짓밟히고 고통 당하는 것은 판타지 세상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을 구원할 사람이 연약한 소녀라는 사실이 극한 현실을 더욱 강조한다. 물론 피리새를 보호해주는 강인한 가람이 곁에 있지만 그의 존재는 보조적이다. 실제로 굳은 의지를 갖고 혼자 나서야 될 사람은 피리새 자신이다. 이야기 내내 피리새가 강인하게 변모해가는 과정은 바리데기의 핵심을 그대로 전해준다.

왜 하필 바리데기 공주 이야기였을까?

처음에 바리데기 설화를 들었을 때는 억지스러웠다. 일곱번째 공주로서 버려진 것도 억울한데 자신을 버린 부모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모험을 떠난다니 현실에선 말도 안 될 일이다. 바리데기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버려진 사실에 대해 원망하고 분노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바리데기는 특별하다. 오로지 죽어가는 부모를 살리려는 일념으로 시련을 견뎌낸다.

바리데기는 불합리한 세상을 향해 원망하기 보다는 그 세상을 살리기 위해 앞장선다. 병들어 죽어가는 세상의 구원자, 바리데기 피리새는 엄청난 상징을 지닌 존재다.

작가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흥미로운 판타지 소설 속에서 뭔가 깊은 뜻을 헤아려본다.

아무래도 황석영 작가님의 <바리데기> 영향이 크다.

오랜만에 판타지 소설을 읽으며 즐거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