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소년 영화만 보고 영어 박사 되다
나기업 지음 / 민트북(좋은인상)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정말 뉘 집 자식인지 똑똑하네~"

2009년 올해로 만 열 여섯 살 소년 '나기업'군이 쓴 책이다. TV에도 소개되었던 모양인데 보지는 못했다. 시골에 살면서 학원이나 학습지 한 번 안 하고도 영어를 잘 하는 아이라니, 누구든 그 방법이 궁금할 것이다. 성격 급한 사람들을 위해 친절하게 제목으로 그 방법을 알려준다. 영화만 보고.

처음 몇 장을 읽으면서 영재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원래 타고나길 똑똑하니까 혼자서도 잘 하는구나 라고. 생후 10개월에 말을 하기 시작해서 18개월에 한글을 완전히 떼었다고 하니, 흔히들 부러워하는 영재인 것이다. 그러나 역시 중요한 점은 영재 뒤에는 영재를 키워낸 부모님이 존재한다. 부모님에게는 늦둥이였던 아들이라 아기 때부터 엄마표 교육이 효과를 발휘했던 것이다. 아버지 역시 영어 실력이 대단하시고 박학다식한 분이라 가정 교육만으로도 충분한 배움이 되었다.

기업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텔레비젼 보기였는데 우연히 영화 <토이 스토리>를 비디오로 보면서 본격적인 영어 공부가 시작된 것이다. 이 만화 영화가 한글 자막 없는 비디오여서 엄청 많이 봤다고 한다. 보여지는 장면들은 재미있는데 도대체 내용을 알 수 없으니 답답했단다. 그러다가 한글 자막이 있는 <토이 스토리>를 보니 답답했던 속도 뚫리고 너무도 신기한 경험이었단다.

<토이 스토리> 덕분에 영어가 들리고 영어에 대한 재미도 커진 것이다. 그 뒤로 다양한 영어 비디오도 보고, 영어 동화책을 읽으면서 실력이 늘게 된 것이다.

본인은 그저 평범한 소년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과연 그럴까?

중학교 1학년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홈스쿨링을 하여 중학교,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1년 만에 통과해서 겨우 열네 살에 대학교에 입학한다. 영어로만 진행되는 강의를 듣고 영어로 과제를 제출하는 일도 척척 해내는 것을 보니 놀랍기만 하다.

이 책은 부러움의 연속이다. 똑똑한 아이에 대한 부러움이 아니라 입시위주의 답답한 교육을 벗어나 자유롭게 사는 그 모습이 부럽다. 다만 영어 학습 방법이 '영어 비디오, 만화를 보여줘라!'여서 고민스럽다. 책을 많이 읽으라고 TV를 없앴는데 영어 때문에 다시 TV를 들여 놓기는 망설여진다. 사실 방법만 쫓다가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 군이 영어를 잘 하게 된 것은 순전히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도 먼저 영어에 대한 호기심과 재미를 갖게 하는 일이다.

기업 군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역시나 가정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적 열의를 지닌 부모님 덕분이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교육적 열의와는 다르다. 사교육에 돈과 정성을 쏟아붓는 여느 학부모들과는 달리 시골이라는 자연 환경에서 자유롭게 아이를 키우면서도 배움의 즐거움을 알려준 것이다. 억지로 시키는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정말 부럽고 존경스럽다.

똑똑한 남의 자식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현명한 부모였는지를 반성하게 된다. 자식을 키우면서 욕심이 독이란 것을 알면서도 버리기가 쉽지 않다. 처음에는 똑똑한 영재 이야기에만 관심을 가졌는데 나중에 보니 그 부모님이 더 훌륭하시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에 아버지가 기업 군에게 쓴 편지를 보니 더욱 그렇다.

"......내가 너와 함께 홈스쿨링을 하면서 느낀 것은 자상하고 친절한 아버지가 되기는 쉽지만, 엄격한 아버지가 되는 일은 참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한밤중에 차가 드문 시골 거리에서 신호동에 빨간 불이 들어왔을 때, 사실 속으로는 그냥 건너고 싶어도 네가 옆에 있으면 그렇게 할 수 없는 게 아버지의 심정이란다. 내가 나에게 엄격하지 않으면 아들에게 당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당당한 아버지가 되도록 노력하마."

일부러 아이에게 무엇이 되라고 강요하고 시키기 보다는 부모 먼저 엄격하고 당당하게 사는 일이 먼저일 것이다. 정말이지, 자식을 키우는 일은 어렵다. 부모님의 소신 대로 멋지게 자신의 길을 개척한 기업 군이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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