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감탄력 - 평범한 세상에서 좋은 것을 발견하는 힘
김규림 지음 / 웨일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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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 '뻥쟁이'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가 있었어요.

누구를 만나든지 일단 감탄사로 시작해서, "와, 최고다! 정말 멋지네!"라는 칭찬을 늘어놓는 거예요. 처음엔 당황스러웠는데 늘 그러는 친구라서 다들 웃어 넘긴 것 같아요. 거짓말까지는 아니고, 상대가 기분 좋을 만큼 과장되게 표현해주는 '뻥쟁이'라서 두루두루 잘 지냈더랬죠. 나중에 소식을 들으니 역시나 사교성 만렙으로 잘 살고 있더라고요. 오랜만에 그 친구를 떠올리게 만드는 누군가의 책을 읽게 됐어요.

《매일의 감탄력》은 가장 트렌디한 마케터 김규림만의 특별한 생각 전환법을 담아낸 책이라고 하네요.

저자는 신입사원 시절에 별명이 '김과장'이었대요. 뭐든 호들갑 떨며 좋아하는 걸 본 주변 동료들이 과장 좀 하지 말라며 붙여준 별명이래요. 제 딴에는 진심인데 몰라주는 게 처음엔 좀 억울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별명이 좋아지기 시작했대요. 왜냐하면 무언가에 매번 놀라는 것이야말로 즐거운 삶의 보증 수표이자 인생의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래요. 별것도 아닌 일에 놀라고 호들갑 떠는 것도 실은 능력이 아닐까라는 어렴풋한 생각이 이때 시작되었고 해가 갈수록 모든 것에 뜨뜻미지근, 무관심한 반응을 하는 자신에게 놀랐다고 해요. 그래서 자신이 가지고 싶은 단 하나의 초능력은 '감탄력', 즉 무언가에 진심으로 감탄하고 좋은 것을 발견하는 힘이라는 거예요.

이 책에는 저자가 일상의 작은 놀라움을 길어 올리기 위해 수년간 블로그에 매주 썼던 글들이 먹기 좋게 잘 담겨 있어요. 우아한 코스 요리처럼 순서대로 맛볼 수도 있고, 자유로운 뷔페 요리처럼 군침이 도는 것부터 골라 먹을 수 있어요. '읽는' 행위를 '먹는' 것으로 비유한 건 딱딱하게 굳은 마음과 생각들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한 저만의 노력이에요. 좋은 책으로 마음의 양식을 쌓아야 하니까요. 암튼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양식은 바로 '감탄력'이에요. 마케터이자 브랜드 디렉터로 일해온 저자는 역시나 필력이 대단한 것 같아요. 광고 카피처럼 목차와 소제목이 눈길을 사로잡고, 그 내용 또한 흥미롭네요. '갓생'보다 '걍생', "힘내!" 아니 "힘 빼!", '완벽' 대신 '최선', '남다르게' 말고 '나답게'라는 문구만 봐도 핵심을 팍팍 느낄 수 있잖아요. 새로운 삶, 갱생을 위한 표어 같은 문구마다 저자의 에피소드를 만날 수 있어요.

마음먹은 대로 안 되었을 때, 계획대로 안 된 수많은 일 앞에서 "오히려 좋아"라고 외치고

가볍게 방향을 틀 줄 아는 유연함이 분명히 우리를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

... 안 되면 안 된 것대로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기필코 해내겠다는 마음보다 오히려 더 건강하고 효율적인 자세인지도 모르겠다.

현실 왜곡이 아닌 자기 위로로써의 '정신 승리', 내 마음에 이로운 '정신 승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을 만날 수 있을 테다.

그래서 책상에 크게 붙여 놓고 매일 오히려 좋은 일들에 대해 생각하기로 했다.

"오히려 좋아!" (45-46p)

저자가 왜 그토록 '감탄력'을 초능력이라고 표현했는지 알 것 같아요. 익숙한 일상 속에서 별것 아닌 것에 호들갑 떤다는 건 그만큼 작은 것에 감동할 줄 아는 것이고, 더 작은 행복들을 알아채는 능력인 거예요. "건빵을 먹다가 만나는 별사탕 한두 알의 반가움처럼 우리의 일상에도 필요할 때마다 꺼내 먹을 수 있는 작은 기쁨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별사탕만 먹어서는 마냥 달기만 하고 건빵만 먹는 것도 금세 질려 버리기 마련이니, 두 가지가 적절하게 섞여 있어야 건빵 봉지를 뜯는 재미가 완성되니까." (230p) 라는 설명이 '매일의 감탄력'을 가장 잘 표현한 것 같아요. 나 자신도 행복하고 주변 사람도 행복해지는 '감탄력'이야말로 고단한 일상에 활력을 주는 자양강장제가 아닌가 싶네요. 타고난 능력이 부족하다고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이 책을 읽으면서 에너지 충전을 하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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