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32가지 생물학 이야기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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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어떤 동물들이 있을까요.

개와 고양이, 참새, 비둘기, 까치, 지렁이 등등 다양하지만 언제부턴가 관심에서 멀어졌던 것 같아요. 근데 봄을 알리는 꽃들이 피기 시작하면서 새삼 주변 환경을 둘러보게 되더라고요. 역시 봄은 생명의 계절인가봐요. 잊고 있던 자연의 신비를 느꼈더니 문득 생물의 세계가 궁금해졌어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32가지 생물학 이야기》는 일본의 대표적인 식물학자이자 농학 박사인 이나가키 히데히로 박사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농업 연구뿐 아니라 친숙한 생물에 관한 저술과 강연을 해왔는데 특히 잡초에 대한 애정이 깊다고 하네요. 잡초의 특성이 우리의 인생관과 통한다는 것, 잡초는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나서 인생의 중심축이 되었다니 멋지네요. 생물의 세계는 인간 중심의 사고를 벗어나야 그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책에서는 생존과 성장을 둘러싼 생물학 이야기를 흥미로운 질문을 통해 전해주고 있어요.

나비나 개구리처럼 성체 시절과 애벌레 시절의 모습이 완전히 다른 생물이 있는가 하면, 악어처럼 성체와 새끼가 다르지 않은 생물이 있는데 이러한 차이점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요. 말미잘은 성체와 유생, 즉 어른과 새끼의 모습이 딴판인데 플라눌라라고도 불리는 어린 말미잘은 생김새가 해파리 같아서 바닷속을 자유자재로 헤엄쳐 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바위를 발견하면 자리를 잡게 되고, 이렇게 터를 잡으면 이동하지 않고 붙박인 채로 우리가 아는 말미잘로 성장하는 거래요. 반면 알에서 갓 깨어난 새끼 악어는 환경과 온도에 따라 성장 속도만 다르지 크기만으로는 어른인지 새끼인지 알 수가 없어요. 따라서 말미잘처럼 어른과 아이가 역할을 분담하는 생물은 어른과 아이의 모습이 다르고, 역할을 분담하지 않는 악어와 같은 생물은 모습이 같다는 거예요. 인간은 어른과 아이가 매우 닮은꼴이지만 완전히 같다고 할 수 없는, 겉모습이 다른 존재이며 아기는 특유의 귀여움을 지녔는데, '새끼가 귀엽다'는 것은 포유동물의 큰 특징이라고 하네요. 포유동물 새끼는 어른이 지켜줘야 하는 돌봄의 존재라서 귀여움으로 무장하여 자기 몸을 지키는 것이고, 어른과 아이의 모습이 닮았으나 똑같지 않은 건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래요. 포유동물이 육아를 선택한 것은 강해서가 아니라 약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육아라는 대안을 선택했다니, 역시 똑똑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지능 대신 본능을 고도로 발달시켜 생존에 성공한 생명체도 있어요. 바로 곤충인데, 부모에게 배우지 않아도 본능이라는 고도의 프로그램에 따라 생존에 필요한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포유동물보다 유리한 생존 전략으로 보여요. 생물은 기나긴 세월에 걸쳐 진화를 거듭하면서 '불규칙성'이라는 전략을 획득했는데, 인간의 뇌는 이 불규칙성을 혼란스러워하기 때문에 규칙성을 부여하려 애쓴다는 설명이 크게 와닿았어요. 모든 문제는 불규칙성이 지배하는 생물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 인간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네요. 세상에 자신을 위해 미래 세대를 희생하는 생물은 없는데, 그 예외가 인간이라는 점에서 인간만 정신 차리면 해결돼요. 생물 세계에서 배우는 생존과 성장의 비결은 "아이는 어른이 되기 위해 살고 어른은 아이를 만들기 위해 산다!" (160p) 였네요. 어른은 그저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돼요. 우리가 제대로 어른의 역할을 다한다면 세상은 훨씬 더 나아질 거예요.


"노력은 중요한 때를 위해 아껴둬야 한다. 

'중요한 것을 간과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잡초의 진정한 정체성이다." (183p)


"성장은 노력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생물은 '성장력'을 지니고 있다. (···) 인간도 마찬가지다.

어른도 '성장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2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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