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어사전 - 죽어버린 시간 속 단어들을 찾아 떠나는 하루의 여행
마크 포사이스 지음, 김태권 옮김 / 비아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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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포사이스, 그가 대단한 수다쟁이라는 건 만나본 적이 없어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유쾌한 이야기꾼이란 건 잘 알고 있어요.

<크리스마스는 왜?>, <문장의 맛>이라는 책을 통해 마크 포사이스만의 단어 사랑을 알게 됐고, 그 이야기의 매력에 빠지게 됐네요.

그래서 이 책도 궁금했어요. 사어, 죽은 말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됐거든요.

《사어 사전》은 언어 고고학자라고 불릴 만한 마크 포사이스와 함께 떠나는 신기한 단어 여행을 담은 책이에요.

일단 사어는 죽은 단어, 과거에는 쓰였지만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말을 의미해요. 보통의 사람들은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 주제일 텐데, 마크 포사이스의 입담, 아니 손길을 거치면 흥미로운 주제로 바뀌는 것 같아요. 저자는 이 책을 '감춘 절반 쪽 낱말에 바치는 책' (4p)이라고 표현하면서, 사어를 너무 아름다워 오래 살지 못한 말, 너무 재미있어 진지하지 못한 말, 너무 적확해 널리 쓰이지 못한 말, 너무 저속해 점잖은 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한 말, 너무 시적이라 요즘 같은 산문의 시대에 버티지 못한 말이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굉장히 멋지죠? 과거 어느 시간 속에 존재했던 단어들은 먼지 쌓인 사전 틈에 숨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특별한 방식으로 무대에 올랐다고 보면 돼요. 하루라는 시간 속에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시간대별로 숨어 있던 단어들을 만날 수 있어요. 제목에는 사전이라고 되어 있지만 딱딱하게 단어와 뜻 풀이가 적혀 있는 사전을 상상하면 안 돼요. 진짜 단어들이 주인공이 되어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등장하고 있거든요. 영어 단어를 공부하면서 딱히 재미있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마크 포사이스가 찾아낸 단어들은 뭔가 판타지 세계에서 만난 친구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뭐지, 이런 뜻을 지녔다고? 음, 지금 등장해도 나쁘지 않겠는 걸.' 괜히 혼자서 이런저런 상상을 더하게 되는 재미가 있어요. 암튼 이제껏 본 적 없는 단어들과의 유쾌한 만남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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