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법정 - 미래에서 온 50가지 질문
곽재식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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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건 AI 때문이야."

연초 구글과 아마존이 기술 직원에 대한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어요.

당장 수익을 못 내는 프로젝트에도 과감히 투자하던 구글이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대신 인공지능이라는 확실한 미래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기로 결정한 거예요. 우려했던 일자리 위협이 현실화되는 상황이 좀 무섭네요. 어쩐지 SF영화 '터미네이터' (1984년작)가 현실에서 재연되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인공지능 로봇이 고도화될수록 우리는 인간보다 더 똑똑하고 강력한 로봇의 등장을 두려워하는데 실제로 영화처럼 인간을 뛰어넘는 시점이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막연히 미래를 걱정하기에 앞서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문제들을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미래 법정》은 곽재식 작가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우리가 접한 많은 기술의 문제와 윤리 문제를 탐구하는 틀로 자주 활용되는 것이 SF이며, SF와 사회의 관계를 좀 더 깊이 파헤치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네요. 미래 사회에서 기술 발전과 함께 등장할 수 있는 50가지 문제를 '미래에서 온 50가지 질문'으로 만들어 각각의 문제를 상황극으로 풀어내고 있어요. 첫 번째 질문은 "로봇도 세금을 내야 할까?"라는 거예요. 지금처럼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여 일하게 된다면 로봇세를 걷느냐 마느냐가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미래 상황극을 보여주네요. 로봇과 인공지능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드는 문제는 먼 미래가 아닌 현재 벌어지는 일이라서 더 심각한 것 같아요. 다음 이어지는 질문들도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 유전자조작 등등 첨단 기술에 관한 문제들을 언급하면서 답을 구하기 위한 생각들을 제시하고 있어요. 열 번째 질문인 "개발이 먼저일까, 보존이 먼저일까?"를 보면 자연스러운 개발과 인위적 보존이 인류 생존 문제와 엮일 때의 딜레마를 보여주고 있는데, 여기에 소개된 모든 질문들이 이러한 고민을 하게 만드네요. 사실 어떤 선택이 더 옳은 것인지 판단하려면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섣불리 답할 수 없어요. 그럼에도 우리는 이러한 질문들을 지속적으로 해야만 원하는 미래로 나아갈 수 있어요. 현재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 5조2000억원이 삭감되었고, 미국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의 일환으로 한국이 만든 큐브위성을 달에 보내주겠다는 제안을 한국 정부가 예산이 없다며 거절해 최종 무산되었다는 뉴스를 보며 깜짝 놀랐어요. 다가올 우주 시대를 위한 절호의 기회를 70억 때문에 포기하더니 전 세계 대세가 된 RE100 대신 원자력 발전 예산을 늘렸다는 건 시대에 역행하는 선택이에요. 가장 심각한 건 다양한 목소리를 차단하는 정부의 태도라고 볼 수 있어요. 누구나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중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치열한 논쟁을 통해 더 나은 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일방적으로 입을 틀어막고 그릇된 선택을 계속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어요. 인공지능의 영향력이 어떻게 관리되느냐가 지구의 미래를 좌우하는 문제라면 전방위적인 퇴행을 어떻게 바로잡느냐가 한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화두가 될 것 같네요. 미래는 현재를 어떻게 만드느냐, 결국 우리가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하느냐에 달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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