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괴담 안전가옥 FIC-PICK 8
범유진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괴담을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한 적이 있어요.

머리털이 쭈뼛 서고, 소름이 돋는 느낌이 썩 유쾌하진 않지만 이상하게 중독성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꾸 끌리나봐요.

근데 더 깊이 마음 속을 들여다보면 '공포 판타지'라는 강렬한 자극에 반응하는 '나'라는 존재의 문제인 것 같아요. 판타지 요소라서 상상력은 커지고, 그만큼 똑같은 크기로 현실적인 한 방을 때리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막연히 기괴하고 무서운 이야기의 재미 그 이상의 뭔가를 주는 거죠. 그들의 이야기가 결국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자각이랄까요.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안심하기엔 여기 현실도 만만치 않다는 걸 문득 떠올리는 순간이 가장 커다란 공포가 되어 밀려오더라고요. 그래서 집이라는 공간, 그 다음은 일터인 오피스라는 공간이 치명적인 무대가 되는 것 같아요.

《오피스 괴담》은 안전가옥 FIC-PICK , 옴니버스 픽션 시리즈 여덟 번째 책이에요.

제목을 보자마자 사회 초년생 시절이 떠올랐어요. 매일 눈을 뜰 때마다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끔찍해서 몸부림치던 기억이 나네요. 꾸역꾸역 버텨냈고, 시간은 흘렀지만 여전히 그때의 기억이 마음 한 켠에 상채기를 남긴 것 같아요. 그래서 오피스 괴담은 무섭기보단 쓰리고 아픈 느낌을 주네요. 이 책에는 다섯 작가님들의 다섯 작품들이 실려 있어요. 범유진 작가님의 <오버타임 크리스마스>는 따돌림을 당하는 신입 사원의 이야기, 최유안 작가님의 <명주고택>은 오래된 고택에서 정부 행사를 준비하는 실무자들의 이야기, 김진영 작가님의 <행복을 드립니다>는 남편과 사별한 채 차가운 현실을 살아가는 싱글맘의 이야기, 김혜영 작가님의 <오피스 파파>는 직장 상사에게 시달리는 사회 초년생의 이야기, 전혜진 작가님의 <컨베이어 리바이어던>은 초대형 물류 센터의 노동자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 벌어지는 비극이라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아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겐 오피스 괴담이 떠도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발생했고 어디서든 일어나는 사건이라는 것이 씁쓸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