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찾는 사람들 - 있지만 없는 이웃 미등록이주노동자
이영 지음 / 틈새의시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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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무관심과 외면 때문에 보이지 않는 세상이 있었네요.

애써 보려고 하지 않으니, 우리와 함께 이 땅에 살고 있는 그들을 모르고 있었네요. 사회적인 차별과 혐오에 대해 반대하면서도 정작 그들과의 선을 긋고 살아온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두 눈을 가렸던 색안경을 벗고 우리 이웃인 이주민들의 현실을 마주하게 됐네요.

《그림자를 찾는 사람들》은 있지만 없는 이웃 미등록이주노동자들에 관한 책이에요.

저자는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장으로 오랫동안 마석가구공단이라는 곳에서 일하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권익향상을 위하여 노력해왔고,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안타깝고 가슴 아픈 삶과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엄연히 우리의 이웃인데, 온갖 편견과 차별로 무시하고 저임금의 노동 착취를 하며 모른 척 해왔던 거예요. 한국의 이주노동 역사는 벌써 40여 년이 되었지만 미등록이주노동자 당사자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에 소개된 적이 드문 건 우리 사회가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미등록이주노동자들도 체류 신분상의 문제 때문에 숨죽이며 살기 때문이에요. 미등록 체류 때문에 단속과 추방이 두려워서 차별, 혐오, 산재, 임금체불 등등 온갖 부당함을 견뎌내고 있는 거예요. 이미 한국 사회의 산업구조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의 노동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왜 아직도 그들을 노동자로서 노동권과 인권을 보장하지 않는 걸까요. 이주노동자들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가 나서서 이주노동자의 실상을 파악하고 올바른 정책을 만들어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가 숨겨온 이웃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을 진정한 이웃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출발점인 것 같아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마석가구공단에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어요. 우선 마석가구공단은 1960년대 초 소록도에서 나온 한센인(음성)을 위해 영국성공회 선교사 로저 테넌트 신부가 미국 성공회 리빙 처치에서 후원을 받아 4만 평 규모를 무상 배분하여 성생원이라는 자립 갱생 공동체를 형성하게 되었고, 생계 수단으로 양돈사업을 하다가 1990년대 초 산업화 과정에서 임대업으로 전환하면서 가구공장과 매장이 들어서게 되었고, 그때 영세한 3D업종 가구공장에 이주노동자들이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마석가구공단으로 변화된 것이라고 해요. 방글라데시에서 온 로키는 마석가구공단에서 20여 년 넘게 일하고 있는데 많은 것들이 변했다면서 지금은 공장에서 사장님이 자기 동생에 공장 일을 배우라면서, "로키는 외국 사람 아니야! 너보다 일도 잘하고 오래됐어!" (79p)라고 말했대요. 로키는 이제 마석가구공단을 여기가 내 동네이고, 우리 집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로키는 2023년 5월 은행 업무를 보려고 마석 시내에 나갔다가 출입국 단속이 되어 출국했다고 하네요. 강제 단속과 추방으로 이어지는 현행 방식으로는 결코 미등록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비인간적인 인권침해로 인한 부작용만 발생했다고 하네요. 그러니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강제 단속과 추방정책을 중단해야 한다는 거예요. 국제 인권사회도 한국의 이주노동자 인권 문제를 주시하고 있어요. 인구절벽으로 인해 이주 노동자의 노동력이 절실한 한국 상황을 고려한다면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새로운 제도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요. 진짜 선진국이 되려면 갈 길이 멀지만 우리 모두 노력한다면 해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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