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칸타타
김병종.최재천 지음 / 너와숲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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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무엇인가요,

생명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이 심오하고 본질적인 질문의 답을 찾고자 두 사람이 만났어요.

《생명 칸타타》는 김병종 교수와 최재천 교수의 책이에요.

이 책은 '생명 화가'로 불리는 김병종 교수와 '생명 과학자'로 알려진 최재천 교수가 생명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들려주면서, 최재천이 바라보는 김병종과 김병종이 바라보는 최재천이 어떠한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제목 '칸타타'는 이탈리아어로 노래하다에서 유래한 장르이며 소리를 주고 받는다는 의미가 있는데, 양영은 진행자와 함께 한 대담에서 생명에 관한 다양한 질문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들려주고 있어요. 생명이라는 주제가 너무 무겁고 어려운 게 아닐까 싶었는데 의외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어요. 그건 예술과 과학에 관한 이론적이고 학문적인 내용이 아니라 각자의 삶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기 때문일 거예요. 사람 사는 이야기만큼 공감가고 흥미로운 건 없으니까요. 큰 아이의 다섯 살 생일을 기념하여 그린 그림의 제목이 <어린 왕자>이며, 한동안 이 제목으로 아이 그림을 그렸다고 해요. 모든 아이의 모습에는 '성聖'이 있다면서, 겸과 윤 그리고 세 번째 손자인 도진이에 대한 애틋함을 표현하고 있네요. 김병종 교수의 손주 사랑은 여느 할아버지의 마음가 다르지 않을 거예요. 설렘과 흥분, 자신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형상들을 스스로 바라보고 취하는 그 고조된 상태가 바로 삶과 창작의 원료이자 자신을 이끄는 힘이라고 했는데, 그것이 생명의 원동력이겠지요.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천지창조>를 완성했을 때 그의 나이가 여든일곱이었는데, 마지막으로 비계를 내려오면서 "안코라 임파로 Ancora Imparo (나는 아직 배우고 있다)"라고 썼다는 일화를 언급하면서 홀로 캄캄한 어둠 속에 내팽개쳐지는 느낌이 들 때마다 '안코라 임파로'를 되뇌며 하늘을 향한 외마디 기도를 한다는 부분이 크게 와닿았어요. 아직 배우고 있다는 삶의 태도야말로 제가 배워야 할 깨달음이었어요.

최재천 교수님은 자연을 알아야 보존할 수 있다면서 아는 것이 사랑이라고 표현했어요. 어설프게 알기 때문에 서로 오해하고 미워하는 것이니, 상대를 완전하게 알고 이해하면 반드시 사랑하게 된다고, 자연도 마찬가지라고 말이에요. 중요한 건 자연을 알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데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일반 대중, 특히 어린이들을 교육해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자연 그 자체이며, 수많은 생물들로부터 생명의 가치와 소중함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최근 자기주도학습을 부르짖고 있지만 다른 동물들은 이미 수천만 년 전부터 하고 있던 일이라니, 동물 세계에서 배워야 할 대상은 인간이었네요. 이제 생명 사랑의 습성부터 체득해야 할 것 같아요.



이어령 선생님은 생전에 김병종을 그의 '생명 동행자'라 칭하셨다. 선생님이 떠나고 없는 이 세상에 덩그러니 홀로 남은 그는 이제 하릴없이 나와 생명 사랑의 공범이 되었다. 그의 그림은 "모두 숨쉬고 꿈틀거리고 이동한다." 그래서 그가 부르는 "생명의 노래들은 그치는 법 없이 계속될 것이다." 나는 생명의 진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다. 생명은 그를 소유하는 듯 보이는 개체의 차원에서는 유한성에 갇혀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유전자에서 유전자로 이어지는 영속성을 지닌다. 동갑내기인 우리 둘, "숨길이 멈추고 나서도 계속해서 움직이고 또 움직일" 생명의 밈들을 함께 만들어가리라.

- 최재천이 바라보는 김병종 (11p)


글 잘 쓰는 과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과학자의 눈과 시인의 감성을 함께 가진 분이다. 

그 위에다 왕성한 지식의 탐구자다.

방계 인접 분야는 물론, 심지어 내가 몸담은 색계에까지 곁눈질한다. 

그래서 통섭이라는 영역에 이르고 그 이름의 명패 하나를 얻게 된다.

이른바 '통섭의 과학자'다.

   - 김병종이 바라보는 최재천 (26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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