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부사 소방단
이케이도 준 지음,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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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소방단이 하는 일이군요."

"집이 불탄 게 아니에요. 인생의 일부가 불탄 거라고요."

(256p)


《하야부사 소방단》은 이케이도 준의 장편소설이에요.

저자는 <한자와 나오키>라는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됐는데, 어찌나 강렬하고 통쾌하던지 그 매력에 빠져버렸네요.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미마 다로, 서른다섯 살의 미스터리 작가예요. 데뷔하자마자 평단의 극찬을 받았으나 후속작이 점점 안 팔리면서 근근이 버티는 상황이 됐어요. 원룸 월세방에서 필사적으로 글만 쓰다가 취재할 겸 들렀던 하야부사 지구에 오자마자 자신이 얼마나 지쳤는지를 알게 됐고, 마침 그 지역에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집이 있어서 이사를 오게 됐어요. 이웃 주민들의 초대로 가게 된 술자리에서 지역 의용 소방단에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게 됐고, 고민 끝에 가입하게 되는데... 평온한 경치 뒤에 숨어 있는 악의를 알게 된 다로는 그저 전율할 수밖에 없었어요. 복잡한 대도시를 떠나 마음의 안식을 얻으려고 선택한 곳이 이런 곳이었다니, 배신감이 컸을 것 같아요.

다로는 선술집에서 나카야마다가 읊던 반야심경의 한 구절인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256p)을 떠올리는데, 그 뜻은 형태가 있는 것에 실체는 없고, 실체가 없는 것에 형태가 있다 하더라도, 이 세상에는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인데, 불타버린 화재 현장이 남긴 것은 비극 그리고 인간의 어리석음이네요. 요즘 대장경을 필사하고 있는데, "탐욕에 물들어 집착하면 마음을 덮어 버리기 때문에 자기를 해치기도 하고 남을 해치기도 하며 자기와 남을 해치기도 합니다. ... 마음이 분노에 덮이고 어리석음에 덮이면, 자기를 해치기도 하고 남을 해치기도 하며 자기와 남을 함께 해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는 항상 근심하고 괴로워하는 감정을 품게 됩니다."라는 구절이 생각났어요. 화재 사건과 불을 끄기 위해 조직된 소방단 사람들, 마을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인간 수업을 받는 느낌이었어요. 평화로운 마을 하야부사 지구에서 연이어 벌어진 방화 사건들, 도대체 왜 누가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일까요.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내가는 과정이 정말 흥미진진하네요. 이케이도 준 작가님의 신작, 기대한 만큼 좋았어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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